“길 위에 서면 그 길이 말해줄 것입니다"
- 전문여행작가 김종길씨(경상대 출판부 편집장)
북콘서트를 앞둔 지난 6월 중순경, 한 통의 메일을 받았다. <남도여행법>이라는 책이 나왔다는데 책과 나에 대해서 알고 싶다고 했다. 경남도민신문의 연중기획으로 '와이드 인터뷰-피플'이라는 제목으로 각계각층의 인물을 소개하는 코너였다. 신문 한 면을 모두 할애하는 비중 있는 기사라고 했다. 그리고 한 달 뒤, 어제 기사가 나왔다.
“빨리빨리를 외치는 현대인들에게 제 책이 독자들의 삶에 조금은 여유와 느긋함을 주고 싶습니다”
밀양 삼랑진에서 광주송정까지의 300km 정도의 경전선 여행기를 ‘남도여행법’이란 책으로 펴낸 김종길(43) 작가.
김 씨는 1년 동안 주말마다 경전선을 타고 경전선의 이름이 남아 있는 60개 역에 대한 기록을 책에 담았다. 기차가 서는 34개 역과 기차가 서지 않는 10곳, 폐역이 된 16곳을 모두 둘러봤다고 한다. 특히 김 씨는 역 주위의 가볼만한 곳, 먹거리, 문화유산, 사람들 등을 책에 기록하면서 새로운 ‘남도여행법’을 탄생시켰다. 김종길씨는 “남도여행법은 ‘빨리빨리’와 철저하게 반대편에 서 있다”며 “가장 느린 기차 경전선을 타고 가장 느린 여행지 남도를 여행하며, 보고 듣고 느끼고 맛보고 찍은 모든 것들을 갈무리 했다”고 말했다. 한편 인터넷에서 ‘김천령’이라는 필명으로 활동하는 전문여행작가 김 씨의 여행기는 블로그, 페이스북, 트위터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다음은 김종길 작가와의 인터뷰이다.
- 남도여행법 책 출판 동기는
▲2012년 7월부터 2013년 6월까지 경전선을 여행하면서 1년 동안 오마이뉴스에 연재를 했습니다. 그 연재한 것을 다시 6개월 동안 보충 취재하여 책으로 만들었습니다. 점점 사라져가는 경전선의 역과 문화들을 기록해 둘 필요성을 느낀 거죠.
-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가
▲밀양 삼랑진에서 광주송정까지의 300km 정도의 경전선 여행을 담고 있습니다. 여행은 진주역에서 34개 역을 모두 기차로 이동하는 방식이었습니다. 기차로 이동해 목적한 역에서 내려 그 주위를 대개 도보로 여행했습니다. 그래서 그 역 주위의 가볼만한 곳, 먹거리, 문화유산, 사람들 등을 기록하면서 저만의 여행지도를 그린 셈이죠. 경전선의 이름이 남아 있는 60개 역에 대한 기록입니다. 기차가 서는 34개 역과 기차가 서지 않는 10곳, 폐역이 된 16곳을 모두 둘러보았죠.
- 책을 통해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인가
▲글쎄요. 어떤 구체적인 메시지가 있기보다는 사라지고 잊히는 것들에 대한 기록, 그 기록들을 공유하고 싶은 것이겠죠. 너무나 빠른 오늘날, 어찌 보면 우리는 중요한 무언가를 잃은 채 살고 있지는 않은지 느린 여행을 통해 돌아보자는 의미일 수도 있겠고요.
▲ 2012년 10월 23일 폐선이 된 경전선 원북역 일대의 옛 철길을 달리는 무궁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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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남 화순군 능주 영벽정과 경전선 철길. |
- 첫 번째 출판인가
▲예전에 몇 번 출판제의가 있었으나 대개 여행가이드북으로 거절하고, 이번에 인문서 계통의 여행산문집을 내게 된 것입니다. 물론 여행정보도 실려 있습니다.
- 경상대 출판부에 계신데 어떤 업무를 하는가
▲편집장이자 에디터입니다. 출판부에 근무하다 보니 제 책이 경상대에서 나온 것으로 알고 있는 분도 간혹 계신데요. 제 책은 서울에 있는 ‘생각을담는집’이라는 인문예술전문출판사에서 나왔습니다.
- 김천령이란 필명으로 전문 여행작가로도 활동하는데
▲2008년 제주도의 숨은 비경을 소개하는 제주도 명예기자로 활동했습니다. 현재 코레일 여행칼럼작가와 오마이뉴스 여행전문기자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6년 연속 Daum-Tistory 우수(파워)블로거로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월간 사진, 시사저널, 미디어삼성, 빙그레, 경남도민일보 등 각종 매체에 여행 관련 기사를 쓰고 있고요. 2010년에는 SK텔레콤과 ‘올댓 여름휴가, 가을여행, 겨울여행’ 등 여행 어플을 개발했으며 그중 가을여행은 당시 어플 중 최고의 기록인 14만에 달하는 다운로드를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각종 방송사의 여행 프로그램 자문을 해왔으며 KBS 창원 ‘경남 100경 완전정복’ 자문위원과 MBC 경남 ‘경남아 사랑해-경남의 길’ 진행을 맡은 적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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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전선 60개 역 둘러보며
사라지는 기록 공유하고 싶어
‘남도여행법’ 여행기 펴내
여행하고 책 읽는 즐거움
기차타는 즐거움 책으로 전해
다양한 매체서 여행전문작가 활동
주말엔 여행…여행기만 2000회
여행 통해 자신을 되돌아 보며
내면과의 대화가 시작 된다
인터넷서 김천령으로 활동
6년 연속 파워블로거 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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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천령은 어떤 의미인가
▲천령이라는 이름은 벽초 홍명희의 소설에 나오는 왕실종친 단천령이라는 인물에서 따온 것입니다. 조선팔도를 유람하며 안빈낙도의 삶을 살던 단천령이 임꺽정에게 잡혀서도 위엄을 잃지 않고 당당했었지요. 임꺽정에게 붙잡혀 살려달라고 애걸하던 다른 양반들과는 달랐죠. 피리를 잘 불러 임꺽정의 눈물을 자아내게 한 장면들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런 그의 삶의 방식에 매력을 느껴 ‘천령’이라는 이름을 따왔고, 또한 지리산을 좋아해서 옛날 지리산 함양 땅을 가리키던 ‘천령’이라는 필명을 쓰게 된 겁니다.
- 지금까지 소개한 여행기는 몇 회인가
▲블로그에선 1300회를 훌쩍 넘겼고 오마이뉴스에 기사로만 360회 정도 됩니다. 물론 다른 매체까지 합친다면 더 많습니다. 정확한 수치는 잘 모릅니다.
- 가장 기억에 남는 여행기가 있다면
▲글쎄요. 모든 여행이 저에겐 새로운데요. 아무래도 저의 이번 책 ‘남도여행법’에 나오는 경전선 여행이겠지요. 1년 6개월 동안 한 주제에만 몰입했으니까요.
- 한 달에 몇 회 정도 여행을 다니나
▲딱히 정한 횟수는 없고요. 주말이면 거의 여행을 다닌다고 보면 됩니다. 휴일도 물론이고요. 서너 달에 한 번씩은 휴가를 내고 2박3일 내지 3박4일 정도 여행을 떠나기도 하고요.
- 여행은 혼자 다니나
▲글쎄요. 혼자 다니는 경우도 많지만, 절반 정도는 아내와 딸아이가 같이 다닙니다. 혼자 갈 때는 많이 걷거나 산을 오르거나 험한 곳을 갈 때에 주로 혼자 다니죠. 혼자 다녀야 자신을 돌아다보게 되고 내면과의 대화가 시작됩니다.
▲ 김종길씨의 <남도여행법> 북콘서트 |
- 북 콘서트를 개최했는데
▲지난 6월 27일 진주역 대합실에서 <남도여행법> 북콘서트를 개최했습니다. 진주선과 마산선, 경전선, 광주선에 걸친 철도역 60개를 탐방하면서 주변의 볼거리와 먹을거리, 사람과 역사, 문화를 책에 담았는데, 북콘서트 장소 또한 내용에 걸맞게 진주역 대합실로 정했습니다. 북콘서트에서는 진주를 비롯한 서부경남, 강원도와 서울, 대전, 대구, 창원 등 전국의 유명 블로거들과 독자 등 100여명이 참석해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 북 콘서트 개최 의미는
▲지역에서 출판기념회는 종종 있지만 북 콘서트는 거의 없습니다. 책이 정치적인 수단이나 인간관계의 수단이 아닌 책 자체가 문화여야 한다고 생각해서 준비했습니다. 봉투와 화환을 받지 않는 것도 그러한 맥락입니다. 북 콘서트 자체가 하나의 문화이고, 책을 읽는 이들이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문화공간을 만드는 것이겠지요.
- 앞으로의 계획이나 꿈이 있다면
▲일단은 지난 7월부터 시작해 1년 동안 진행될 신문연재를 잘 마무리해서 책으로 낼 생각입니다. 그리고 예전에 계획했던 부산에서 목포까지의 남해안 해안선을 따라 도보여행을 몇 년 안에 실행할 거고요. 먼 훗날에는 부산에서 포르투칼 리스본까지 도보나 기차로 여행을 할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 독자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현대인들은 무척이나 바쁘죠. 저 또한 마찬가지고요. 직장에서는 모두가 ‘빨리빨리’를 외칠 수밖에 없는데요. 그렇더라도 주말이나 휴가 때 여행을 가시게 되면 조금은 느리게, 좀 더 느리게 여행을 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제 책이 여러분들의 삶에 조금은 여유와 느긋함을 주었으면 하는 바람도 있고요. 감사합니다.
- 여행 팁이 있다면
▲글쎄요. 그것은 각자의 몫이겠지요. 길 위에 서면 그 길이 말해줄 것입니다.
- 책 구입은 어떻게
▲인터넷서점과 지역서점에서 살 수 있습니다.
한송학 기자 < 저작권자 © 경남도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이 기사는 경남도민신문의 허락을 얻어 게재하였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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