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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가 있는 여행/여행의 기술, 칼럼

여행이 나를 키웠다!

 

 

 

 

여행이 나를 키웠다!

- 무라카미 하루키의 <나는 여행기를 이렇게 쓴다>

 

자기 내면의 풍경을 조망하려는 노력,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이려는 노력이 수반되어야 참다운 여행이 될 수 있다.

 

 

오늘, 하루키의 책을 읽는다. 놀랍게도(?) 그의 글은 처음이다. 고약한 나의 독서습관 때문이다. 베스트셀러, 신문광고, 로열티 추문 등에 얽힌 책은 일단 읽지 않는다는 것. 다만, 시간이 지나 뭇사람들의 기억 속에 잊혀갈 때 비로소 온갖 과장과 포장을 걷어내고 나의 눈으로 작품의 온전한 모습을 읽기 시작한다. 이 책을 고른 건 서점에서 우연히 눈에 띄었다는 것. 여행기라는 것, 그의 작품 중 그나마 덜(?) 알려졌다는 것 등의 잡다한 이유를 들 수 있다.

 

 

대다수의 유명작가들이 그러하듯, 하루키도 여행에서 작품을 구상하고 여행기를 쓰면서 글쓰기 능력을 키웠다. 그를 세계적인 작가로 알린 <상실의 시대, 원제: 노르웨이의 숲>은 일 년여에 걸쳐 이탈리아, 그리스 등 유럽 각지를 여행하며 밤에 숙소에서 조금씩 써나가며 완성했다. 전반부는 그리스에서, 중반부는 시실리에서, 그리고 후반부는 로마에서 썼다. 그에게 있어 여행기는 ‘처음엔 그저 좋아서 썼지만, 결과적으로 매우 귀중한 글쓰기 수업이 되었던’ 것이다.

 

이 책에는 일곱 편의 여행기가 수록되어 있다. 작가와 배우들의 성지 미국의 이스터햄프턴, 일본의 무인도 까마귀섬, 멕시코에서의 열흘 동안의 홀로 배낭여행, 사누키 우동 맛 기행, 몽골 노몬한의 녹슨 쇳덩어리 묘지, 아메리카 대륙 자동차 횡단 여행, 고베까지의 도보 여행 등이다.

 

그는 그 ‘자신이 그 자리에서 녹음기가 되고 카메라가 되어 눈앞의 모든 풍경에 자신을 몰입시킨다.’ 그에게 있어 여행기는 또한 ‘어디어디에 갔고, 이런 것이 있었다’는 단순한 열거가 아니라 ‘어떻게 일상으로부터 떨어져 있으면서도 동시에 일상에 인접해 있는가를 복합적으로 밝혀나가는’ 것이었다.

 

변경이 소멸한 시대, 그러나 자신 속에는 아직까지도 변경을 만들어낼 수 있는 장소가 있다고 믿는 것, 그런 생각을 추구하고 확인하는 것이 바로 여행이라고 하루키는 말한다. 그것이 곧 이 책의 부제처럼 ‘여행하면서 쓰고, 쓰면서 여행하는 벅찬 즐거움’이다.

 

* 이 책은 <하루키의 여행법>의 신판이다.

 

떠나자, 남도여행! 이 한 권의 책과 함께(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