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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의 땅, 제주도

단 한 집만 사는 외로운 섬, 추포도

단 한 집만 사는 외로운 섬, 추포도
섬에서 섬, 다시 섬(제주도→추자도→추포도)으로 들어가는 힘겨운 뱃길

맑은 날이면 한라산까지 한 눈에 보인다.

'비 한 방울 내리면 바람 한 섬이 분다' 추자도에 전해오는 말이다.
제주항에서 2시간을 달려 찾아온 추자도에 내리자마자 비가 쏟아졌다.

밤이 깊어지자 비가 멈추고 별이 하나 둘 모습을 드러냈다.
내일은 예정대로 추포도에 들어갈 수 있겠거니 여겼던 마음은 다음날 아침에 여지없이 무너졌다.


추포도 가는 날, 파고가 3m를 넘어 배가 요동을 쳤다.

섬을 자주 드나들었지만 큰 바다 한가운데의 이곳 날씨는 나로서도 의외였다.
하늘은 맑은 빛인데, 바람은 몹시 강하다.

픙랑주의보가 곧 내릴 거라며 오늘 제주로 돌아가는 배는 모두 결항이라고 하였다.
추포도에는 갈 수 있다는 선장의 말에
출항신고서에 필요한 인적사항을 기재하고 서둘러 배에 올랐다.

횡간도에서 본 추포도. 뒤 상추자도, 다무래미, 수령섬이다(시계방향)

추포도.
추자도가 바다에 눈물 한 방울 떨어뜨려 만든 섬같다.
추자도에서 어선을 빌려 10여 분을 달리니 추포도다.

추포도 서면 모습

파도가 점점 거세지더니 급기야 뱃머리가 바다 속을 들어갔다 나온다.
놀란 가슴에 온몸은 식은 땀 투성이다. 선장에게 이 정도면 파고가 몇 미터나 되느냐고 묻자
"3m 정도인디, 이 정도면 괜찮혀, 4m 정도는 되어야 배가 못다니지요."
파도의 흐름을 노련하게 타며 선장이 말했다.

추포도. 흰색 건물은 예전 추포분교 자리이다.

접안이 가능하겠느냐는 겁먹은 나의 목소리에 "물론이지라." 하며 안심하라는 투로 대답을 한다.
추자도는 1910년 부터 제주도에 속해 있지만 주민들은 전라도에서 이주해온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말투며, 풍습, 음식까지 전라도를 닮아 있다.


추포도 가는 손님은 나 혼자뿐이었다. 어선을 나 혼자 통째로 빌렸기 때문이다.
나를 내려주자 마자 배는 바다로 다시 나간다.

파도가 심하여 정박을 계속 할 수 없기 때문에 바다 가운데에서 나를 기다리기로 하였다.


섬에 발을 디디자마자 염소 한 마리가 쏜살같이 앞을 지나쳤다.
 대개의 섬이 그러하듯 이곳에서도 염소를 방목하고 있다.

그런데 이 염소들이 종종 문제를 일으킨다.
먹을 것이 없으면 나무 뿌리, 풀뿌리까지 다 먹어치우니
섬의 식생이 엉망이 된다.

게다가 갯바위나 해안에 내려와 미역이든 김이든 닥치는대로 먹어 치운다.


추포도에는 단 한 집만 있다. 원래 일곱 가구가 살았는데, 하나 둘 떠나기 시작하여
 지금은 노부부만 살고 있다.
섬 선착장에서 집까지는 레일을 깔아 생필품을 운반한다.
이 작은 섬에도 예전에는 추포분교라는 학교가 있었다.


높은 돌담에 둘러싸인 주인이 떠난 집들

섬은 온통 바위벼랑인데도 우물이 있다. 이 바위섬에 우물이 있다는 것 자체가 신기할 따름이다.
지금은 식수시설이 되어 있고 태양광으로 자체 발전을 하여 전기를 쓰고 있다.
주인들이 떠난 옛 집들이 돌담 깊숙이 둘러싸여 있다.
수십 년의 풍우에 쓰러질 듯 허름한 집들은 섬의 스산한 풍경을 더해 준다.


추포도의 돌담길

추포도로 떠나기 전 선장 원용순씨를 통해 주민 인터뷰를 요청했었다.
섬에 들어와서 사진은 찍어도 되나 인터뷰는 사양한다는 것이 대답이었다.
섬에 들어와서 다시 한 번 인터뷰를 요청하려 했으나 점점 높아지는 파도로 인해
더 이상 추포도에 머무를 수가 없어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

승객이 나 혼자인 어선. 파도가 심해 바다 가운데서 내가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추포도를 갈 수 있는 방법은 단 두 가지이다.
하나는 추자도에서 매주 월, 화, 목, 금요일 오후 두시에
 추포도를 들러 횡간도로 가는 행정선을 이용하면 된다.

다만 추포도에 사는 주민의 요청이 있을 때에만 섬을 들리고 아니면 횡간도만 간다.
어선을 빌려 가는 방법이 있으나 사전에 섬출입에 관해 양해를 먼저 얻어야 나중에 문제가 없다.

추포도에서 본 예섬, 염섬, 상추자도, 다무래미, 수령섬, 악생이, 직구도(왼쪽에서 부터)


상추자도 등대전망대에서 본 섬들
(염섬, 예도, 추포도, 횡간도, 보길도, 큰미역섬, 검은가리 등-왼쪽 앞에서부터 오른쪽 방향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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