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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집 기행

우리나라에서 김을 처음 양식한 곳이 광양제철소? 광양김시식지

 

 

 

 

 

 

 

 

우리나라에서 김을 처음 양식했다는 곳이 광양제철소?

 

 

 

광양제철소 가는 국도 2호선 옆으로 김시식지 궁기마을이 있다.

 

광양하면 으레 산을 좋아하는 이들은 백운산, 식도락가들은 광양불고기를 으뜸으로 친다. 그렇다고 한들 뭐니 뭐니 해도 광양하면 첫손에 꼽는 건 단연 광양제철소다. 광양을 대표하는 광양제철소가 생김으로써 광양은 명실상부한 공업도시가 되었다. 그러나 이로 인해 광양에서 사라진 것 또한 많이 있는데 그 대표적인 것이 광양의 ‘김’이다.

 

광양읍내시장 오일장의 김가게에선 광양 김을 찾을 수 없었다.

 

아마 모르긴 몰라도 광양이 오늘날의 양식 김을 처음 먹은 곳이라고 하면 다들 의아해할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오늘날 광양에 가면 김을 보기가 쉽지 않은데 그나마 광양읍내시장 오일장에 가면 김을 볼 수 있다. 그것마저도 광양의 김은 눈을 씻고 봐도 찾을 수 없지만 말이다.

 

광양읍내시장 오일장의 김가게에선 광양 김을 찾을 수 없었다.

 

 

궁중에 진상까지 했다는 광양 김, 광양은 한때 전국 최대의 김 생산지로 이름을 날렸지만 광양 제철소가 들어서고 태인도가 육지화 되면서 사라졌다. 상인들의 말로는 지금은 멀리 충남 서천, 전북 부안, 전남 고흥, 완도, 해남, 강진 등지에서 김을 사서 온단다. 이곳 상인들은 대개 광주 위판장에서 김을 도매로 사온다고 했다.

 

 

광양의 김 시식지를 찾기로 했다. 배알도에서 쭉 뻗은 여수로 가는 4차선 2번 국도를 따라 걸으니 오른편으로 궁기마을이 나온다. 표지판을 따라 500m쯤 들어가니 김 시식지라는 안내문과 함께 유적지가 모습을 드러냈다.

 

 

“어, 안녕하세요. 우리 어디서 뵀죠?”

“아, 안녕하세요. 거기, 매천 선생 생가에서...”

“맞아요. 어휴, 반갑습니다. 어찌 이런 인연이...”

 

아직 추위가 가시지 않은 지난 2월이었다. 광양시 봉강면 매천 황현 생가에서 만났던 문화해설사를 이곳에서 다시 만난 것이었다. 일주일 단위로 돌아가며 주말마다 광양시 일대를 안내하는 해설사와 두어 달 만에 다시 우연히 만나게 된 것, 마치 오랜 친구처럼 잠시의 서먹함도 반가움에 묻혔다.

 

영모재

 

4칸의 영모재가 날렵한 듯 단아하다.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김을 양식한 사람으로 전해오는 김여익 공을 기려 1919년에 후손들이 지었다. 그 옆으론 역사관이 있어 우리나라 김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다. 김을 식용으로 한 역사는 약 1000년 전이라고 한다. 김여익은 1640년(인조 18) 이곳 태인도(太仁島, 옛 인호도)에 들어와 처음으로 해의(海衣)를 양식하였다고 한다. 해의란 김을 가리키는 말로, 해의라는 말이 처음으로 나오는 문헌으로는 《경상도지리지》, 《신증동국여지승람》 등이 있다.

 

역사과 내부 김여익 공의 영정과 묘표

 

태인도에서 처음으로 김을 양식했다는 기록은 1714년 광양현감 허심이 김여익의 업적을 기린 묘표의 비문에 나타난다. 묘표는 영모재에 보관되어 있으며 전시관에서 그 사본을 볼 수 있다.

 

역사관 내 묘표 사본, 이곳 광양 태인도에서 김을 시식했다는 내용이 나온다.

 

 

비문에 따르면 김여익이 병자호란 때 의병을 일으켜 청주에 이르렀을 때 왕이 항복했다는 소식을 듣고 통곡을 하면서 낙향하여 3여 년간 떠돌다 1640년에 장흥을 거쳐 이곳 태인도에 들어와 해의를 시식하며 살았다고 한다. 비문의 내용에 “김을 처음 양식했고 또한 김양식법을 창안했다(시식해의 우발해의, 始殖海衣 又發海衣)” 라는 글귀가 기록되어 있다. 그는 산죽이나 율목(밤나무)를 이용한 ‘섶꽂이’ 등의 김양식법을 창안하여 보급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광양 사람들은 ‘해의’를 ‘김’이라고 부르는 것은 김여익의 성씨를 본 딴 것으로 믿고 있다.

 

역사관 내부 모습

 

김여익이 김 양식법을 고안한 것은 이곳에서 사는 동안인 1640년에서 1660년까지다. 완도·조약도의 김유몽, 완도 고금면의 정시원의 해의 시식설보다 빨리 시작되었다고 한다.

 

유물전시관에는 재래식 김양식 도구들이 전시돼 있다.

 

김 시식지는 해은문을 들어서면 영모재, 역사관, 제기고가 마당을 둘러싸고 있고 그 뒤로 유물전시관이 있다. 유물전시관은 11평의 작은 규모로 문을 열면 갖은 재래식 김양식 도구들이 전시돼 있다. 층계를 올라 내삼문에 들어서면 인호사가 높이 자리하고 있다. 사당인 인호사는 1994년 건립하여 김을 최초로 양식한 김여익 공의 영정이 보관되어 있다. 광양 김시식지는 1987년 6월 1일 전라남도기념물 제113호로 지정되었다. 현재 김해 김 씨 종중에서 관리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김 양식을 했다는 1975년의 애기섬 모습, 지금은 그 자리에 광양제철소가 들어섰다.

 

사당 인호사

 

원래의 김양식지는 광양제철소가 건설되면서 자취를 잃게 되었다. 오직 이 건물만이 남아 옛 흔적을 상기시키며 이곳이 김이라는 음식문화의 발상지임을 기념하고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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