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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가 있는 여행/여행의 기술, 칼럼

주차장에 주차하면 바보, 도로에 주차하면 OK

 

 

 

 

 

 

 

 

텅 빈 주차장 두고 도로에 주차하는 이유

주차장에 주차하면 바보, 도로에 주차하면 OK. 진주역

 

 

 

 

 

결국 언성이 올라가고 말았다. 아내는 아내대로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했고 난 나대로 표정 관리가 되지 않았다. 몇 년 만의 부부싸움이다. 사실 결혼하고 부부싸움이라고는 거의 하지 않았던 우리 부부, 연애 10년을 하고 결혼을 한 이유도 있겠지만 이제 서로가 뭘 싫어하는지를 너무나 잘 알기에 다툼이 생길 만한 것은 애초에 조심하다 보니 부부싸움은 여간해선 하지 않았다.

 

근데 이번에는 좀 엉뚱한 일 때문에 사단이 벌어졌다. 바로 주차문제였다. 요즈음 주말이면 기차를 이용해서 여행을 가곤 한다. 새로 생긴 진주역이 시내에서 외곽으로 옮겨가는 바람에 차를 가져가는 경우가 종종 있다. 혼자라면 버스로 가지만 가족 세 명이면 차를 가져가는 게 훨씬 도움이 된다.

 

 

새 진주역이 생기면서 처음에 무료주차장이었던 곳이 작년 연말부터 유로로 되었다. 역 주차장이 유료가 된 건 당연할 수도 있겠으나 주차장이 유료가 된 후 주차장은 텅텅 비고 대신 역 앞 도로가 주차장이 되었다는 사실이다. 유료주차장에는 기껏해야 서너 대의 차량만 있고 도로에는 수십 대의 차가 주차되어 있다. 거의 주말마다 기차를 타는 내가 몇 달 동안 지켜봤으나 매번 꼭 같았다. 그 넓은 주차장에 10대 이상 주차된 경우를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이 정도면 주차장으로써의 기능을 상실한 게 아닌가 여길 정도다. 게다가 도로 주차에 대해서도 아무런 단속도 관리도 없었다.

 

아내와 다툰 이유도 이 때문이다. 아내도 처음에는 유료주차장에 세우는 걸 당연시하다가 몇 번이나 와도 주차장은 늘 비어 있고 도로에 주차한 차들이 많다 보니 굳이 돈을 내고 주차장에 주차할 필요가 있느냐는 것이었다. 그래도 도로주차는 불법이니 돈을 내더라도 주차장에 주차하는 게 맞지 않겠느냐고 내가 말했고 아내는 남들도 다 도로에 주차하는데 우리만 그럴 필요가 있느냐고 재차 말을 했다. 결국 남들이 그렇게 하더라도 불법을 저질렀어야 되겠냐며 나의 언성이 조금 올라갔고 아내는 답답한 표정을 짓더니 결국 언성을 올려 다툼이 생긴 것이다. 무엇이 문제일까?

 

▲ 지난 2월 26일, 유료주차장엔 필자의 차를 제외하곤 단 두 대의 차가 주차돼 있었다.

 

▲ 지난 2월 26일. 주차장은 텅텅 비고 대신 도로를 가득 채운 차들

 

▲ 지난 3월 9일. 주차장은 텅텅 비고 대신 도로를 가득 채운 차들

 

1. 진주역 유료주차장의 요금은 기본 500원이다. 10분마다 200원씩 올라가서 1일 최대 7000원이다. 철도 이용자는 30% 할인을 해줘 하루 최대 4900원이다. 요금은 비싼 편이 아니다. 문제는 진주역이 주위에 마을도 없고 가게도 하나 없는 시가지에서 뚝 떨어진 외곽에 있어 유료주차장을 이용하는 이들이 기차를 이용하는 승객들밖에 없다는 데 있다. 승객들의 입장에선 기차요금보다 주차요금이 더 많다는 것이다. 진주에서 마산까지의 기차요금이 3200원, 창원까지가 3400원인데 주차요금이 4900이다 보니 원래의 주차료가 낮은 데도 불구하고 피부로 느끼기엔 상대적으로 비싸다고 여겨진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요금을 내야 하는는 유료주차장보다 도로가에 주차하는 것을 택하게 된다. 게다가 벌써 몇 달이 지나도록 단속조차 없으니 도로주차는 더욱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2. 결국 여행을 마치고 나서 역 사무실에 들러 역무원에게 도로주차문제에 대해 물었다. 역무원의 말은 지금은 도로에 주차를 해도 역에서는 어쩔 도리가 없다는 것이다. 단속 권한이 없다는 것. 현재 철도시설관리공단 소유로 되어 있는 역 앞 도로가 진주시로 이관될 예정이라 코레일 측에서는 단속을 할 수 없고 진주시에 권한이 있다는 것이었다. 자신들이 할 수 있는 건 도로에 주차를 하지 말고 유료주차장에 주차를 하라고 계도하는 것인데 몇 번이나 안내를 해도 도로주차는 줄어들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단속권한이 있는 진주시에서 조치를 취하지 않는 이상 도로주차는 해결방법이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3. 그래서 진주시 교통행정과에 문의를 했다. 교통행정과 ○○○ 계장은 “지금 진주역 진입도로공사와 시설보강작업이 이루어지고 있는데 부지는 아직 진주시로 편입이 되지 않았다. 공사가 끝나고 역 광장과 진입도로가 철도시설관리공단에서 진주시로 이관되면 주정차금지구역 지정 등 소정의 절차를 밟아 단속할 예정이다.”고 답을 했다.

 

공사가 언제쯤 완료되느냐고 물었더니 현재로선 자기 부서에서 공사 상황을 정확히 알 수 없는 상황이라 도로과에 문의해서 답변을 주겠다고 했다. 아울러 진주역에서 주차장을 너무 앞서 유료화함으로 인해 주차비 부담 등의 이유로 불법(?)주차가 횡행하게 된 게 아닌가 여겨진다고 했다. 사실 지금 길가에 주차하는 것도 엄밀히 말하면 관리와 단속 주체가 없어 도로법상 불법주차가 아니며 노면에도 주정차금지구역을 의미하는 황색실선이 아니라 주정차가 가능한 흰색실선으로 표시되어 있다고 덧붙였다.

 

30분 뒤에 전화가 왔다. 아까 통화했던 교통행정과 ○○○ 계장이었다. “현재 진입도로공사는 11월 말에 완공될 예정이며 이관 협의는 코레일부산경남본부와 진행 중에 있다. 결국 도로주차관리문제는 11월 이후가 될 것이며 여러 가지 협의를 거친 후에 진주시로 이관되면 경찰서에서 주정차금지구역으로 지정하고 단속을 하는 절차를 거치게 될 것이다. 이 모든 과정은 2014년도 상반기나 되어야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4. 그럼 결국 도로주차문제는 2014년 상반기까지 어떤 행정적․법적 조치도 취해지지 않으며 도로에 차를 세우는 행위도 불법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행정과 법의 사각지대가 생긴 것이다. 현재로선 코레일 측에서 주차장을 무료로 하여 도로를 무단(?) 점유하고 있는 차량을 주차장으로 흡수하거나 아니면 양측이 조속히 협의해서 진주시로 부지를 이관하여 하루 빨리 도로 주차 차량을 단속하든지, 그도 아니라면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도로주차를 지양하고 유료주차장을 이용해야 한다.

 

근데 문제는 도로에 주차를 하는 것이 불법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 누가 유료주차장에 차를 세울 것인가. 주차장에 차를 세운 사람만 바보 되는 이 기막힌 공백을 어찌 이해해야 하나?

 

5-1. 애초 코레일 측에서 유료주차장을 서둘러 한 게 문제일 수도 있다. 역 앞 도로부지가 언젠가 진주시로 이관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이관에 대한 구체적 일정도 없이 주차장을 먼저 유료화하면서 단속도 할 수 없는 도로에 무단(?) 주차를 양산해 낸 것이다. 부지가 진주시로 이관되어 단속할 수 있을 때까지는 역 주차장을 무료로 개방하는 게 맞을 것이다. 게다가 이용객도 거의 없는 현재의 유료주차장이 얼마만큼의 수익을 올리는지도 의문이다. 특히나 역 앞 도로는 360도 회전하는 로터리 형식의 원형도로라 사고의 위험도 높다. 진주역처럼 시가지에서 뚝 떨어져 외곽에 있는 광양역은 현재 무료로 주차장을 운영하고 있다.

 

5-2. 다음은 진주시도 진입도로와 시설보강 공사를 조속히 마무리하고 철도시설관리공단과의 부지 이관을 서둘러 진행하여 도로를 점유하고 있는 차량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이는 안전문제 뿐만 아니라 진주시의 이미지에도 심각한 영향을 끼친다는 것이다. 진주역에 내린 관광객이나 방문자에게 도로주차가 얼마나 볼썽사납게 보일 것이며 진주라는 도시의 첫 이미지가 나빠질 것은 불 보듯 뻔하다.

 

5-3. 마지막으로 이곳을 이용하는 승객들도 도로에 주차를 하지 말아야겠으나 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 돼 버렸다. 현재로선 불법이 아닌데다 노면의 표시도 주정차가 가능한 흰색실선으로 되어 있기 때문이다. 코레일부산경남본부에서 현재의 유료주차장을 무료로 하는 게 선행되어야 하고, 유료라 하더라도 부지가 진주시로 이관된 후 주정차금지구역으로 지정이 되어야만 철도 이용객들도 더 이상 도로에 주차를 하지 않고 주차장을 이용할 것이다.

 

▲ 지난 3월 23일, 역시 주차장은 필자의 차를 제외하고 세 대의 차가 주차된 차의 전부다.

 

▲ 지난 3월 23일. 텅 빈 주차장과 대조적으로 도로를 가득 채운 차량들. 사진에서 보듯이 노면 끝으로 흰색 실선이라 주정차가 가능하게 돼 있다.

 

어떡해야 하나? 고민이다. 남들처럼 도로가에 차를 세울까? 어차피 단속도 하지 않고 불법도 아니니 말이다. 게다가 약간의 돈도 절약할 수 있다. 이번 주말에는 일단 버스로 가야겠다. 좀 더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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