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기를 깨고 방송출연했더니…
제목처럼 금기라고까지 말하기는 그렇습니다만, 어쨌든 방송에 출연을 했습니다. 그동안 다큐에서도 몇 번 출연 요청이 있었고, 3월쯤엔 <인간극장>에서도 말이 오고가기도 했지만요. 원체 방송하고는 인연이 맞지 않는지라 모두 거절을 했었지요.
▲남해군 창선면 단항 마을의 왕후박나무에서 첫 촬영
주로 제가 글을 쓰고 있는 신문을 통해 방송국에서 연락이 자주 왔었습니다. 각종 문의부터 자문, 출연까지… 급기야 저의 연락처를 방송국에는 절대 가르쳐주지 말라고까지 했지요. 메일로 오는 건 어쩔 수 없었습니다만, 대부분 답변을 하지 않았고요. 이유는 경험해 보신 분들은 아시리라 생각합니다.
4월초쯤인 걸로 기억되는데요. 평소 SNS를 통해 알고 지내던 작가가 아주 조심스럽게 메시지를 보내왔더군요. 처음에는 촬영 장소와 관련해서 문의를 하는 것 같아 아는 안면에 모른 체 할 수 없어 덥석 물었더니 동료작가가 방송 출연자로 저를 고려하고 있다며 한 번 통화했으면 한다고 하더군요.
▲남해군 창선면 단항 마을의 바지락은 전국에서 손꼽힌다.
그러곤 곧장 방송국 작가에게서 연락이 왔었지요. 다행인지 조금 있으면 나올 책 작업도 해야 했고, 며칠 뒤엔 대만 여행도 잡혀 있어 일단 고민을 해 보고 출연 여부를 결정하기고 했습니다.
대만여행이 끝나고 작가를 만나 출연을 하기로 했습니다. 예능보다는 다큐에 가까웠고, ‘길-골목길’에 대한 프로여서 나름 의미도 있겠다 싶어서였습니다. 무엇보다 촬영일정 등 모든 것을 저에게 맞춰주겠다는 성의에 감동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남해 죽방렴
그래서 4월 15일 첫 방송촬영을 했습니다. 일단은 가벼운 마음으로 남해를 가기로 했습니다. 담당PD, 작가, 카메라 3, 저 이렇게 여섯 명이 출발했습니다. 물론 리포터는 프로그램의 특성상 빼기로 하고 제가 진행을 하는 것으로 했지요.
처음이라 어색한 부분도 있었지만 최대한 평소 여행하던 대로 촬영했습니다. 물론 카메라 감독님이 뉴스파트에서 와서 앵글이 조금 경직되어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얼핏 들기는 했지만요.
▲물건방조어부림
이날 남해 물건항과 미조항을 잇는 ‘물미해안길’을 촬영했습니다. 맨 먼저 단항 마을에 있는 왕후박나무를 찍었는데요. 마침 부두에서 바지락 잡이가 한창이라 자연스럽게 촬영이 이어졌습니다. 다음으로 창선대교에서 죽방렴을 잠시 구경하고 지족마을에서 멸치쌈밥을 먹었습니다. 독일 마을에서 훤히 보이는 물건방조어부림에서 가장 많은 촬영시간을 할애한 것 같습니다. 해안도로를 따라 이동하다 미조항에 이르러 촬영을 마쳤습니다.
▲물건방조어부림
한나절 정도로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촬영이 길어졌습니다. 그다음 주에 방송이 잡혀 있었습니다. 근데 촬영 다음 날 엄청난 비극적인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세월호 사건이었습니다. 모두가 충격을 받았습니다. 방송국에서 연락이 왔었지요. 일단 기다리기로 했습니다. 세월호 사건은 더 큰 비극이 되었고 급기야 방송이 되지 못했습니다.
그러다 5월초쯤 작가에게서 연락이 왔더군요. 세월호 사건 등으로 담당PD가 바뀌면서 프로그램 일부가 개편이 있을 것 같다고요. 그리고 며칠 후에 지난번에 촬영한 것이 방송이 되었고요. 며칠 후 개편이 확정되어 촬영을 못하게 되었다는 말에 안도를 했습니다(사실 처음에는 6개월 정도 촬영이 이야기되었습니다.). 사실 일단 촬영 승낙을 했지만 매주 촬영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엄청났었습니다(물론 제작진은 저를 배려해서 2주에 한 번으로 몰아서 촬영하겠다고 했지만). 특히 책 작업도 진행 중이었고, 신문 연재도 6월부터 시작될 예정이었거든요. 작가가 말하기를 방송 촬영을 그만두게 되어서 선생님은 무척이나 좋으시죠, 하더군요. 아니라고 했지만… ㅎㅎㅎ
어쨌든 잘 마무리됐습니다. 한 번만 방송되는 아쉬움은 있었지만 프로그램의 취지가 좋은 만큼 다음에 더 좋은 기획이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첫 출연이었지만 12분 동안 나오는 것이어서 그렇게 짧지만은 않았습니다.
▲물건방조어부림
▲항도 해변 풍경
▲항도 해변 풍경
▲미조항의 섬들
▲미조항
▲미조항은 국도 3호선과 19호선의 출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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