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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과 사람

추석 앞둔 시골 오일장 풍경

추석 앞둔 시골 오일장 풍경
- 합천군 삼가의 오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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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을 앞두고 고향을 찾았습니다.
오전에 벌초를 끝내고
다 늦은 오후가 되어서야 장터로 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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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천군 삼가면 장터,
옛날 이곳 장은 인근 마을사람들로 왁자지껄하였습니다.
2,7일에 서는 삼가장은
인근에서 가장 붐비는 장터였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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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소고기로 전국적인 명성을 얻고 있는 삼가는
황매산과 합천댐으로 몰려드는 관광객들로 인해
평일에도 저녁이면 식당 소고기가 동이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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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부터 삼가는 소시장이 유명하였지요.
장이 서는 새벽은 인근 지역 뿐만 아니라
진주, 거창, 대구의 소장수들까지 몰려 들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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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그 화려했던 과거의 장터는 사라지고
어느 시골 마을의 그것처럼 한산합니다.

이곳 삼가장은 일제시대
3.1 만세 운동의 중심 지역이기도 하였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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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터에 들어서니
점포 수가 예전보다 반 이상이나 줄어 들었더군요.
시골 인구가 줄어드니
제 아무리 추석이라 한들
장을 드나드는 사람들이 적을 수 밖에 없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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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들이 직접 딴 제피(초피)가 탐스럽습니다.
매콤한 향과 톡쏘는 맛으로 인해
이곳에서는 추어탕에 없어서는 안될 식재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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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한적한 골목길에는 할아버지 몇 분이 장보기를 마치고
 대포 한 잔을 기울이고 있었습니다.
올 농사 이야기며, 
추석이면 올 자식들이 은근히 기다려져
소주 한 잔으로 그리움을 달래고 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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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산지 표시는 시골 장터도 빗겨가지 못하나 봅니다.
박스를 찢은 종이에 어설프게 쓴 '곶감-중국' 글씨가 선명합니다.
중국산치고는 비싸다고 할머니가 한마디 건네자
요즈음 국산 곶감이 어디 있냐고 주인아주머니가 너스레를 떱니다.
인근에 지리산 덕산 곶감이 유명하다지만
한 해가 다 흘렀으니 있을리 만무하다는 말이었습니다.
그래도 얼마나 양심적이냐며 이웃 가게 아주머니가 편을 듭니다.
저는 "아줌마, 멋져요" 하며 애써 위로의 말을 건네었지만
 씁쓸한 마음은 지울 수가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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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시가 넘어서자 거의 파장입니다.
오가는 이들도 뜸해지자 장꾼들도 재미가 없는지
의자에 앉아 길게 하품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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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장에 가면 제일 즐거운 곳이 떡방앗간입니다.
고소한 냄새가 진동을 하고
떡시루에는 김이 모락모락 피어 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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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만에 찾은 시골장의 하루는 그렇게 저물었습니다.
가격을 흥정하는 소리, 손님을 잡는 장꾼들의 거친 손길,
생선을 손질하는 생선장수의 칼질, 대포 한 잔 기울이는 시골 노인들,

스산함이 이는 시골장터에서 옛 장날의 왁자지껄함을 잠시 떠올려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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