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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과 사람

입도 눈도 마음도 즐거워지는 자갈치시장


 
입도 눈도 마음도 즐거워지는 부산자갈치시장

다시 부산을 찾았다. 대도시를 싫어하는 촌놈인 여행자. 유독 부산에 정을 붙이지 못했다. 그는 그랬다. 딱히 이유를 들라면 그 복잡한 도로하며 어두운 터널을 지나는 것만 해도 우울한데 동전까지 던지라고 하는 야박함 때문일지도 모른다. 여하튼 부산은 요즈음 한두 달에 꼭 한 번씩 들리는 곳이 되었다. 마치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부모의 강권으로 결혼을 했던 신랑신부가 살을 섞고 살다보니 정이 드는 것처럼 여행자의 부산에 대한 정도 조금씩 깊어갔다.

 

“생선구이 먹어 봤나? 자갈치 시장에 가면 진짜 맛있는데 가볼래.” “그럽시다.”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자갈치시장에 도착하니 어둠이 서서히 바다를 덮고 있었다.

 

2층 주차장에서 차를 내리자마자 본능적으로 바다를 향해 걸었다. “이야” 나도 모르게 짧은 탄성을 질렀다. 시장 점포들이 바다를 배경으로 끝없이 늘어져 장관을 이루고 있었다.

 

생선구이집이 두어 군데 있겠거니 추측했던 나의 억측은 여지없이 무너졌다. 냄새가 진동할 정도로 많은 가게에서 생선을 구워대고 있었다. 그중 우리는 한 집으로 들어갔다.

 

“일본인이 많이 와서 간판에 일본어가 있는 건가요?” “예, 일본인뿐만 아니라 많은 외국인들이 이곳에 온답니다.” 주위를 둘러보자 외국인들이 이내 눈에 들어온다.

 

생선을 구워대는 그의 손놀림은 예사롭지 않았다. 빈자리가 없어 얼마간을 기다리고 난 후에야 앉을 수 있었다. <생선구이 1인분 6,000원> 잠시 후 내어온 생선들을 보니 푸짐하다. 서대, 열기, 갈치, 민어 등이었다. 생선 맛도 일품이었다.

 

마파람에 게 눈 감추듯 밥 한 그릇을 뚝딱 비우고 시장 구경에 나섰다. 갈치가 많이 보인다. 제주산 먹갈치라는 놈은 너무 커서 먹을 수 있을까하는 의구심마저 들 정도였다

 

한쪽에는 고래 고기를 팔고 있었다. 한때 자갈치시장은 고래 고기로 유명세를 떨었으나 지금은 고래 고기를 파는 곳이 몇 군데밖에 없었다.

 

고래 고기 파는 가게 옆에는 상어 두투라는 특이한 고기를 팔고 있었다. “아주머니 상어 두투가 뭐지요?” “뭐라고 해야 되나요. 상어 지느러미나 내장 등을 순대처럼 쪄서 파는 겁니다.” 맛을 보고 싶었으나 불룩한 배는 더 이상 음식을 받아들일 여유가 없었다.

 

바닷가 쪽으로는 온통 곰장어(먹장어) 집이었다. 활어회도 팔고 있었으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곰장어구이에 소주를 곁들이고 있었다. 포장마차 같은 정겨운 풍경에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소주 한잔. 캬. 조오타

 

한참 이리저리 구경하면서 걷고 있는데 엄청나게 넓은 공간에 대낮같이 불을 훤히 밝힌 곳이 있었다. 뭐하는 곳일까? 궁금해서 들어가 보니 회 센터 같은 곳이었다. 수백 개의 점포가 붉을 밝힌 채 싱싱한 해산물을 썰어 팔고 있었다. 손님들은 소박한 테이블에 앉아 회를 안주로 저마다 소주잔을 기울이고 있었다.

 

“한잔 하시고 가시오. 잘해 드릴께.” 식사를 이미 했다고 하자 믿지 않는 눈치였다. “안으로 들어가 봤자 비슷합니더. 단골로 가는 데가 있는교?” 정말로 배가 불러 못 먹겠다고 하자 그제야 “다음에 오면 꼭 들리소. 잘해 드릴 테니까.” 하고  풋풋하게 인사를 하였다.

 

시장을 구경하고 나오는데 “어이, 저기 봐.” 아내가 난데없이 소리를 질렀다. 고개를 돌려보니 숭어처럼 보이는 큰 생선 한 마리가 수족관에서 탈출하여 바닥에 나뒹굴고 있었다. 그러나 물고기의 탈출은 오래가지 못했다.

 

한눈에 보아도 날쌔게 생긴 총각이 큰 물고기를 냉큼 집더니 도마로 던졌다. 순식간의 일이었다. 물고기의 운명은 여기서 끝이 났다.

 

어패류로 유명한 자갈치시장이지만 구석구석에는 다양한 물건을 파는 점포들도 많았다.

 

9시가 넘자 시장은 서서히 파장 분위기였다. 다음에 시간을 내어 여유 있게 자갈치시장을 둘러보기로 하고 우리들은 차에 몸을 실었다.

 

부산을 대표하는 자갈치시장은 원래 충무동 로터리까지 뻗어 있던 자갈밭을 자갈처라 불렀던 데서 유래하였다고 한다. 이곳 시장이 성장하게 된 것은 1889년 일본인들이 자국어민을 보호하기 위해 부산수산주식회사를 설립하면서부터였다.

 

이후 자갈치시장으로 상인들이 모여들었고 북항의 부산수산주식회사와 남항의 부산어협 위탁판매장으로 양분되었다. 남항에 출어하는 영세어선들의 어획물을 다루는 영세 상인들이 부산어협 위탁판매장 주변에 모여 지금의 자갈치시장을 이루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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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소리를 만나니 바람에 손을 씻다.  김천령  (http://blog.daum.net/jong562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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