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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과 사람

영덕대게로 활기 넘치는 강구항 소경

 

영덕대게로 활기 넘치는 강구항 소경



대게로 유명한 강구항을 찾았다.
행복한 여행자가 되고 싶어서였다.

 
여행을 자주 다니는 이들은 사실 돈이 없다.
남들이 휴가철에 한 번 쓸 돈을 여러 번 쪼개어 쓰야 하니 
주로 점심에는 휴게소 라면, 저녁은 소주 한 잔에 삼겹살 정도이다.

할머니가 물메기를 말리고 있다. 여행자의 뜬금 없는 인사 한 마디에 할머니는
"줄을 꿰어야 고양이가 물어 가지 않는다우"

 다행히도 이번 여행의 일행은 셋이나 되어
모처럼 대게로 배를 채우는 즐거움을 얻었다.


오징어를 말리려는 할머니의 손길이 바쁘다. 

그날 밤 대게를 안주삼는 호강으로 소주를 기울이며 밤을 보내고
다음날 아침 일행이 씻을 동안 강구항 일대를 산보하였다.


갈매기가 강구항의 창공을 멀리 포곡선을 그린다.

항구는 온통 대게 천국이다.
대게가 잘 안잡힌다는 말들은
이곳에 오면 쉽게 잊어 버리게 된다.



항구의 어시장은 대게를 사러 온 사람들과 상인들로 북적거린다.
 

인상이 좋은 사내에게 끌려 이곳에서 대게를 먹었다. 박달나무처럼 속이 단단한 박달대게는 가격이 비싸 생긴 꼬라지만 구경하였을 뿐......

물메기를 말리는 할머니와 잠시 이야기를 하다
오징어를 말리는 할머니를 사진기에 담아 본다.
 


손님을 부르는 상인들의 고함소리를 뒤로 하고 방파제에 우두커니 앉았다.
 바닷바람이 시원하다. 갈매기, 어선,  바다,  바람........

 
대게를 찌는 아저씨에게 사진 한 컷을 부탁하자 이왕이면 자신이 잘 나오도록 찍으라고 거듭 요구한다.
나의 포커싱은 대게에게만 계속 잡힐 뿐....


작은 어시장을 벗어나면 등대 둘이 서 있다.
사내 한 명이 등대 주위를 얼씬거린다.
점, 점, 점 


갈매기들이 한가롭다. 파도에 놀라 잠시 하늘을 맴돌 뿐, 암초에 앉아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눈다.
어선 한 척이 갈매기들에게 서서히 다가간다.
 


'대게거리'에는 손님들을 부르는 상인들로 법석이다.
가게 앞을 오가는 차들이 섰다 갔다를 반복하니 뒤에서는 경적을 연신 울린다.

 

어시장의 대게 좌판은 씨알이 작다. 대신 5만원에 9, 10마리를 외치며 손님들을 유혹한다.
마리 수냐, 양이냐는 각자가 선택할 몫이다. 간혹 붉은 홍게도 좌판 한 구석을 차지하며 잘나가는 대게를 시샘한다.


 

 스님도 시주를 바라며 연신 목탁을 두드린다. 바쁜 와중에도 인정을 담아주는 상인들이 보인다.
이 집 저 집을 부지런히 오가는 스님, 이 집 저 집을 부지런히 비교하는 손님들,
이 손님 저 손님을 끌어 당기는 상인들,

바다에는 등대 하나, 타이어 하나, 배 한 척

강구항은 그랬었다.

 

▒ 바람이 소리를 만나니 바람에 손을 씻다(http://blog.daum.net/jong56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