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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

장엄한 노고단 구름바다 산행

장엄한 노고단 구름 바다 산행
- 사진보다 실제가 더 황홀한 노고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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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 10경 중의 하나인 노고운해

섬진강에 이르니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강변에 늘상 들리던 길거리 주막에서
재첩국수 한 그릇을 해치우며
비가 그치길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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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수유와 온천으로 유명한 산동 일대

일기예보를 여간해선 믿지 않는 나였지만
오늘 만큼은 믿기로 하였다.
아니, 믿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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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례읍과 섬진강

제대로 펼쳐진 노고단의 운해를 보기 위해
한 달을 넘게 기다려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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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과 물안개는 비가 오고 갠 뒤에야 멋진 장면을 연출한다.
특히, 여름날 차가운 비가 땅과 대기의 더운 기운을 만나야만
산을 오르는 물안개와 인간 세상을 덮어버리는 바다같은 구름을 만들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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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고단 정상 바로 아래의 전망대

삼십 여 분을 기다려도 비가 그치지 않는다.
어떡하나.
다시 차를 돌려 갈 수는 없는 일.
무작정 노고단을 향했다.

빗줄기가 조금 약해지는가 싶더니 성삼재에 이르니 한 두 줄기만 내린다.
오늘처럼 방송이 고마운 적도 없었다.
노고단의 무지막지한 넓은 길을 따라 걷노라니
비마저 무식하게 멈춰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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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능선이 화엄사 계곡(화엄사가 멀리 보인다)

노고단 가는 길은 재미가 없다.
혼자 걷기에는 최악이다.
이렇게 무미건조한 길.
무미건조하게 걷는다.

재미없는 내 걸음이 불성실해 보였는지
또 한 차례 비가 퍼붓는다.
"아, 글쎄, 알았심더. 젠장, 아, 죄송합니다."
산장까지 냅다 뛰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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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장에서 한동안 비를 피하였다.
이십 여 분을 기다리니 빗줄기가 다시 가늘어진다.
산장 왼쪽으로 난 계단길로 접어 들었다.

반야봉 가는 갈림길에서 잠시 다리쉼을 하였다.
 공원 직원에게 목례를 하고
정상을 향해 느긋하게 걸어 간다.

비도 그쳤고 구름도 볼 만하고
마음도 쓸만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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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고단은 신라 박혁거세의 어머니 선도성모의 높임말인 노고老姑와 제사를 올리던 신단이 있었다 하여
 노고단이라 부르게 되었다.

노고단은 이번이 네번째이다.
노고운해란 말은 들었지만 오늘처럼 멋진 구름바다를 보기는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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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이 떠 있는 것이 아니라 바다를 이루었다.
산봉우리는 어느 새 섬이 되어 버렸다.
마을은 구름바다에 수몰이 되어
거대한 강줄기만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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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중계소와 노고단 정상 갈림길의 전망대

구름이 산을 힘겹게 넘더니
폭포가 되어 쏟아진다.
모락모락 피어나던 물안개는
 산 아래에서 잠시 머뭇거리는가 싶더니
구름을 만나
거대한 해일이 되어 산을 덮쳐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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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말이 없다.
간혹 들꽃에 놀란 분답한 이들의 짧은 탄성과
연인들의 긴 감탄사만
끝없이 펼쳐진 고원 위에 아스라이 들릴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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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도 시간도 적중한 오늘이다.
지리산 일대에 오전에만 비가 온다는 일기예보를 믿었었고,
3시 30분까지 도착해야 정상에 출입할 수 있다는 정보를 믿었기에 가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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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을 휘 둘러 보고 내려가는 길은
정상으로 곧장 향하던 직선길을 버리고 돌아가는 길을 택하였다.
섬진강과 화엄사, 구례읍, 사성암이 있는 오산이 한 눈에 펼쳐지는 전망대가
바위 벼랑 끝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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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이 연출하는 장면은 시시각각 모습을 달리한다.
변덕스러운 날씨라고 하지만
자연이 주는 변주의 미
인간의 영혼을 빼앗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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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 빛을 구름에게 양보하고
자신은 어둠으로 사라진 지리 능선은
우직한 사람같다.

구름이 주연이라면 지리 능선은 연기파 배우인 셈이다.
자신의 존재를 굳이 알리지 않은 채
늘 그 자리에서 자신의 역할을 묵묵히 해낸다.
우리는 알고 있다.
그 없이는 구름도 의미가 없다는 것을......
그가 있기에 이 장엄한 운해가 가능하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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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설악을 여성에, 지리를 남성에 비유한다.
설악이 화려한 아름다운이라면
지리는 우직한 장엄함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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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고단 운해의 전망 포인트는 크게 네 곳이 있다. 누구나 다 알다시피 노고단산장에서 왼쪽으로 난 계단길로 곧장가면 공원 관리사무소 앞 공터가 첫번째이다. 반야봉, 삼신봉, 천왕봉, 촛대봉을 한 눈에 볼 수 있다. 두번째는 노고단 정상이다. 다음으로는 정상 바로 아래의 계단길을 버리고 오른쪽으로 둘러가는 길을 택하면 전망대가 있다. 여기서 섬진강, 구례읍, 화엄사 일대가 한 눈에 들어 온다. 흔히 빠뜨리기 쉬운 곳이 KBS중계소와 정상가는 갈림길에 위치한 전망대이다. 노고단 산장에서 왼쪽 계단길로 들어서지 말고 오른쪽 비포장길로 가면 KBS중계소 가는 길에 있다. 원추리 군락지로 유명하다. 노고단 정상은 3시 30분까지 출입해야 산행이 가능하기 때문에 시간 제약없이 노을지는 운해를 보기에는 이곳이 안성맞춤이다.


구름바다를 이룬 설악의 비경 보러 가기 (http://bloggernews.media.daum.net/news/16209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