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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의 味학

아내를 긴장하게 만든 178가지의 특별레시피

 

 

아내를 긴장하게 만든 178가지의 특별 레시피

- 비바리 정영옥 님의 <우리집은 친환경 반찬을 먹는다>

 

벌써 1년이 지났다. 작년 8월쯤이었다. 집으로 책 한 권이 왔다. 요리책이었다. 포장지를 벗겨내자 초록 내음이 물씬 풍겼다. 표지만 봐도 자연이 느껴졌다. 그리고 아주 친숙한 이름이 눈에 띄었다. ‘비바리’

 

비바리의 <우리집은 친환경 반찬을 먹는다>라는 책이었다. 그녀를 처음 알게 된 건 블로그에서였다. 벌써 6년쯤 된 것 같다. 늘 고향에 온 듯한 그녀의 ‘블방’을 수시로 드나들면서 어딘지 모를 낯선 체취가 느꼈다. 분명 그것은 뭍과 다른 섬 고유의 그것이었다.

 

   

 

맛과 건강, 두 마리의 토끼를 잡다!

 

비바리 님은 제주도 출신이다. 해녀를 뜻하는 그녀의 필명에서, 그리고 자신이 운영하는 블로그의 이름인 ‘숨비소리’에서 금방 눈치 챌 수 있다. 6남매의 셋째 딸로 태어난 그녀는 서귀포에서 은행원 생활을 하다 지금은 대구에서 생활하고 있다고 한다.

 

그녀가 요리에 관심을 가지게 된 건 어릴 적 제주 텃밭의 추억에서 시작되었다. 그러다 15여 년 전 처음 뭍으로 나와 대구의 한 부랑아 시설에서 무보수 봉사활동을 하면서 사람과 건강에 깊이 천착하게 되었단다. 이후 그녀에게 엄청난 충격이 일어났다. 둘째 언니가 암 판정을 받고 3년여의 투병 생활 끝에 세상을 떠난 것이다. 그때부터 그녀는 먹을거리와 건강에 대해 각인을 하게 되고 몸에 침투한 질병을 음식으로 치유하는 방법을 고심했다고 말했다.

 

1. 식품첨가물이 든 가공품을 적게 먹자.

2. 제철에 나는 자연식품을 즐겨 먹자.

3. 외식은 가급적 삼가고 스스로 만들어 먹자.

4.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지자

5. 많이 웃고 좋은 일을 하자.

 

고심 끝에 그녀가 내린 결론이었다. 가공품 사용을 거의 하지 않고 직접 담근 된장, 고추장, 간장 등 우리 땅에서 나는 자연의 것을 사용한다는 그녀만의 철학은 확고했다. 그렇다고 해서 음식 맛을 간과하는 것도 아니다. 음식 맛도 살려주고 나만의 천연조미료와 웰빙 양념 비법에 대한 글을 보면 맛과 건강이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잡는 그녀의 슬기로움과 재능을 엿볼 수 있다.

 

‘제주로 귀농하면서 양하를 집 텃밭에서 봤습니다. 잡초인 줄 알았는데 너무 맛난 제주 토속음식이었습니다. 할머니가 투박한 손으로 무쳐주던 반찬을 보고 투정했던 제 마음속 그리움을 비바리님의 요리에서 다시 찾았습니다.’ - 아이엠피터

 

지금은 요리책의 홍수 시대다. 그야말로 봇물 터지듯이 나온다. 사실 수천 종이 넘는 여행도서와 마찬가지로 요리책도 ‘그게 그거 아니겠어.’하는 우려를 누구나 갖게 된다. 그러나 그런 우려는 이 책을 펼치는 순간 말끔히 가신다. 그녀의 책에선 맛있는 요리의 방법을 말하기에 앞서 삶에 대한 건강한 자세를 엿볼 수 있다. 요리의 기술을 말하기 전에 올곧은 삶의 태도가 먼저임을 그녀는 몸으로 알고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

 

   

 

소개한 레시피만 무려 178가지

 

그럼, 이 책에서 소개하는 그녀의 요리는 대체 어떤 걸까. 무려 178가지의 레시피를 소개하고 있다. 처음에는 100여 가지였는데 소개하고 싶은 레시피들이 너무 많아 그렇게 되었단다. 조물조물 자연을 버무린 무침요리 24가지에서 시작한 그녀의 요리는 볶음요리 22가지, 부침요리 18가지, 조림요리 20가지, 찜요리10가지, 절임요리 20가지, 김치 26가지, 구이요리 12가지, 샐러드 12가지, 튀김요리 14가지에 이르러서야 끝이 난다.

 

이처럼 많은 요리 가짓수도 놀라운 일이지만 사실 더 놀라운 건 다른 데 있다. 소개하고 있는 음식에 어떤 성분이 있는지, 어디에 좋은지, 언제 먹어야 좋은지, 누구에게 필요한 음식인지를 일일이 설명하고 있다는 점이다. 게다가 초보자나 자취생들도 간단히 할 수 있는 요리들도 소개하고 있다.

 

‘춘곤증에 좋은 달래곤약무침, 풍을 막아주는 방풍나물, 애연가들이 반드시 먹어야 할 파래무침, 비만 예방에 좋은 전복톳무침, 황사에 좋은 주꾸미삽겹살볶음, 고혈압에 좋은 메밀빙떡, 두뇌 발달에 좋은 오징어 파전, 빈혈에 좋은 꼬막양념찜, 자취생도 가능한 두부잔멸치조림, 피를 맑게 하는 삼색양파피클, 만성 위장병에 좋은 민들레김치, 조카들도 반한 맛 달콤한 닭강정, 당뇨에 좋은 단호박대추토마드샐러드, 채소 싫어하는 아이를 위한 삼색채소튀김....

 

    

아내를 긴장하게 만든 이 한 권의 책

 

책을 보는 내내 괴로웠다. 입맛을 쩝쩝 다시고 있는 여행자를 보고 곁에 있던 아내가 한심하다는 듯 한마디 건넸다.

 

“요리책이 다 거기서 거기 아닌가. 주부라면 이 정도는...”

 

며칠 뒤 퇴근 후 집에 왔는데 나의 서재에서 인기척이 났다. 살짝 열린 서재를 들여다보니 무언가를 열심히 보고 있는 아내.

 

“아, 그냥 한 번 보려고, 어떤 책인가 해서....”

 

그녀의 손에는 비바리 님의 책이 들려있었다. 분명 아내는 긴장하고 있었다. 요리 솜씨 좋은 장모님을 닮아 아내는 음식을 썩 잘하는 편이다. 그런데도 그녀는 적잖이 긴장하고 있었다. 그 뒤로 아내는 나 몰래 비바리 님의 블로그를 간혹 들락날락거리는 듯하더니 이제는 아예 대놓고 자주 찾는 블로그 중의 하나가 되었다.

 

요즈음 비바리 님의 블로그에선 효소에 대한 글을 종종 볼 수 있었다. 올 봄 큰 수술을 하고 난 후 여행자도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건강을 한 번 잃고 나니 그녀의 건강한 밥상이 정말 소중하다는 걸 피부로 느끼고 있다.

 

언젠가 비바리 님이 그런 말을 남긴 적이 있었다. ‘여행자와 여행길에 꼭 한 번 동행해 보고 싶다고....’ 여행자도 버릇처럼 말했다. ‘언젠가 꼭 한 번 그녀의 음식을 먹어 봤으면 소원이 없겠다고....’ 누군가 말했다. ‘여행자가 동행하여 비바리 님이 준비한 도시락을 여행지에서 먹으면 된다고....’

 

1년이 지난 지금에야 겨우 몇 자 끄적거려보았다. 그녀에게 죄송하다. 굳이 변명을 하자면 책을 받았던 때에 이동이 있었고, 그런 후에 다시 큰 수술을 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빚을 진 조금은 무거웠던 어깨가 그녀의 친환경반찬 앞에서 덜어지는 듯하다. 요리에 일천한 이 가벼운 글이 그녀의 옥고에 누가 되지 않을까 염려된다.

 

   

 

 

☞ 이 책에는 이외에도 계량법, 저칼로리 반찬 만드는 방법, 김치 재료 고르기와 잘 담그는 요령, 참기름과 들기름의 사용법, 칼질 잘하는 법 등 다양한 요리 팁을 제공하고 있다. 비바리 님을 만나려면 블로그 (비바리의 숨비소리)에 가면 된다. 뿐만 아니라 다음 카페 (싱글요리조리)에서도 그녀의 건강한 요리를 만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