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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의 味학

젓가락 안 주는 유명 해장국집, 알고 봤더니...

 

 

 

 

젓가락 안 주는 유명 해장국집, 알고 봤더니...

- 진주비빔밥과 해장국으로 유명한 진주중앙시장 제일식당

 

자, 오늘은 경상도 진주 음식 하나 소개할까 합니다. 진주하면 흔히 비빔밥하며, 냉면을 꼽곤 하지요. 이 식당도 사실 비빔밥으로 유명한 식당입니다. 진주중앙시장 안에 있는 '제일식당'인데요. 천황식당과 더불어 현재 진주에서 비빔밥으로 쌍벽을 이루고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닙니다.

 

 

제일식당은 비빔밥뿐만 아니라 해장국도 유명합니다. 외지인들이야 비빔밥을 주로 먹고 가지만 사실 이 지역 사람들은 제일식당의 해장국을 더 좋아한답니다. 영업 방식도 특이한데요. 새벽 4시부터 오전 11시~11시 30분까지는 해장국을 팔고, 11시~11시 30분 이후에는 비빔밥만 팝니다.

 

 

식당 안은 의외로 비좁습니다. 탁자 서너 개가 전부인데요. 그래도 이 공간이 마술을 부립니다. 이곳에 오면 모르는 사람들끼리도 자연스레 합석을 하여 음식을 먹기 때문입니다. 물론 잘 살펴보면 2층도 있습니다. 좁은 계단을 올라가면 제법 너른 다락같은 2층 실내가 나타나지요.

 

 

이 식당은 중앙시장 내에서도 대를 이어서 하는 꽤나 오래된 식당입니다. 벽면에는 처음 식당을 운영했던 시어머니 사진이 걸려 있습니다. 몇 년 전만 해도 식당에서 뵐 수 있었지요.

 

 

전두환 부부도 이곳을 다녀갔지요. 예전부터 걸려 있던 사진인데 해장국 먹고 정신 좀 차렸으면 좋겠네요.

 

 

얼마 전 뽀빠이 이상용도 다녀갔는지 벽에다 글을 남겼네요.

 

 

"어서 오이소."

 

워낙 자주 가는 곳이라 주인아주머니가 반갑게 맞이합니다. 주문할 것도 없이 해장국이 나옵니다. 물론 저는 국 따로 밥 따로 나왔습니다. 대개 국물에 밥을 말아 나오는데 밥을 따로 달라고 하면 됩니다.

 

 

다른 반찬은 아예 없습니다. 딸랑 해장국과 깍두기가 전부입니다. 근데 먹다 보면 다른 반찬이 있을 이유가 없습니다. 너무 과하여 재활용 및 잔반 문제로 골치를 앓는 여느 식당과는 달리 이곳은 그런 걱정이 없습니다.

 

 

해장국은 전날 밤부터 사골을 푹 고와 우려낸 육수에 시래기와 푹 고인 부드러운 고기가 들어가 있습니다. 고기는 거의 보일 듯 말 듯 씹힐 듯 말 듯하여 먹기에 아주 좋습니다.

 

 

그냥 심심해 보이는 깍두기도 시원한 맛이 일품입니다.

 

 

밤새 마신 술에 이 해장국 한 그릇이면 숙취 같은 건 몸에 붙어 있을 재간이 없을 겁니다.

 

 

부드러운 시래기와 시원한 국물은 해장하기에 그만입니다. 사실 술꾼들이 새벽 같이 이곳을 찾는 이유이기도 하지요. 저도 한때 이 집을 제집 드나들 듯 번질나게 드나든 적이 있습니다.

 

 

"아주머니, 젓가락 좀 주세요."

 

예전에 같이 갔던 일행이 아주 당연하게 주인을 불렀던 기억이 납니다. 그로 그럴 것이 이 집에선 젓가락이 보이지 않는군요. 무슨 일일까요?

 

 

저 같이 자주 가는 사람이야 예전부터 그래서인지 젓가락 없이 먹는 걸 당연하게 여기고 있었는데, 외지인의 눈에는 아주 낯선 풍경이었던 모양입니다. 가만 보니 젓가락 없이 먹는 게 조금 이상하기도 합니다.

 

 

사실 이 집에서 젓가락을 주지 않는 이유가 있습니다. 그 비밀은 깍두기인데요. 대개 깍두기를 젓가락으로 집어 먹는 게 습관이 되어 있는 사람들에게는 생소하지만 이 집에선 깍두기를 숟가락으로 먹습니다. 왜냐고요? 바로 깍두기 국물 때문입니다. 그냥 깍두기만 젓가락으로 집어 먹는 것보다 숟가락으로 깍두기 국물을 담아서 같이 먹으면 훨씬 시원한 맛을 즐길 수 있고 해장국에 남은 잡냄새마저 깔끔히 잡을 수 있습니다. 한번 드셔보시면 ‘아, 이래서 젓가락이 필요 없구나!’하고 누구나 공감을 하게 됩니다.

 

물론 비빔밥을 먹을 때에는 젓가락이 나옵니다.

 

 

참, 이 집을 자주 찾는 이들은 해장국에 막걸리 한 잔을 꼭 하더군요. 그렇게 하면 더욱 맛나다고 합니다. 아침부터 과음은 하지 마시고 딱 한 잔만 해장국과 드셔 보세요. 기가 막힐 겁니다.

 

제일식당에 가거든 육회와 비빔밥도 꼭 먹어 볼 일입니다. 진주유등축제(10.1~14) 기간 동안 낮에는 사람들로 발 디딜 틈이 없다고 합니다. 남들보다 조금 일찍 아침에 가서 해장국 한 그릇 드시면 하루가 시원하게 풀릴 겁니다.

 

 

 

                        추천은 새로운 여행의 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