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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의 味학

마음마저 치유되는 지리산 사찰음식 연잎대통밥

 

 

 

 

배불리 먹어도 속이 편한 지리산 사찰음식, 연잎대통밥

 

그 집은 낡았다. 수년 전 마지막으로 이곳을 들렀을 때만 해도 잘 가꾸어진 정원하며 제법 깔끔한 건물이었지만 시간도 이 집을 비켜가지는 못한 듯하다.

 

 

지리산 천은사 가는 길목에 있는 초가원가든. 이 집은 원래 산책정식을 해오다 십여 년 전부터는 사찰음식을 표방하고 영업을 해왔다. 구례군의 권유를 받고 전국의 유명 음식점과 스님들을 만나 사찰음식점을 개업하게 되었다는 것이 주인의 말이다. 그러다보니 예전의 산채정식과 절음식의 장점을 살린 퓨전사찰음식으로 상을 차리게 되었다.

 

 

화엄사에서 천은사 방면으로 난 외길을 따라 얼마간 달려 초가원을 찾았다. 창이 넓은 방 한 편에 앉아 느긋하게 아내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밥상을 기다렸다.

 

 

잠시 후, 주인은 쟁반 가득 담아온 음식을 부지런히 상에 내놓았다. 아주 익숙한 손놀림에 상차림은 금세 끝이 났다. 음식은 사찰음식 '연잎대통밥'을 주연으로, 지리산에서 나는 갖은 산나물을 조연으로 상을 채웠다.

 

 

죽순, 두릅, 더덕, 도라지, 연근조림, 취나물, 고사리, 취나물, 우엉, 머위줄기, 버섯, 전, 다시마, 미역 등 26여 가지의 반찬에다 된장찌개, 시원한 재첩국이 나왔다. 예전과 별반 차이가 없었다. 주인의 말에 의하면 화학조미료는 일체 쓰지 않고 다시마, 미역, 버섯 등을 가루로 만들어 맛을 낸다고 한다.

 

 

흔히 사찰에서 수행에 방해가 된다고 하여 금하고 있는 음식으로 파, 마늘, 부추, 달래, 흥거가 있는데 이를 ‘오신채’라 한다. 흥거는 우리나라에 없어 대신 양파를 금지하고 있다. 사찰음식을 표방하는 이 집에서는 마늘과 고추는 사용을 하지만 다른 오신채와 자극적인 음식은 사용하지 않고 있었다.

 

 

아무래도 이 상차림에서 자연 관심이 가는 것은 주연인 대통밥이다. 대통밥은 흑미, 검은콩, 찹쌀, 연잎가루, 밤, 대추, 잣을 넣고 연꽃을 덮고 한지를 씌워 만들어 연의 향이 은은히 배어 있다. 대통에서 한지를 떼어내고 가까이 들여다보자 그 향이 얼굴 가득히 퍼진다.

 

 

양념장을 살짝 끼얹은 토실토실한 도토리묵이 입안에서 부드럽게 녹았다.

 

 

더덕과 도라지는 이 식단에서 제법 붉어 보였지만 전혀 맵지 않다는 아내의 말….

 

 

갓 부친 호박전과 부추전은 그 맛이 하도 좋아 주인에게 더 달라고 했더니 한 접시 가득 내주었다. 마음 같아선 도시락에 싸서 산책하며 먹고 싶었다.

 

 

김부각은 그 바삭바삭한 맛이 일품.

 

 

죽순은 흔히 무맛이라고 하나 그건 모르는 소리다. 죽순의 맛은 맑은 맛이다. 살짝 데친 두릅은 아삭아삭하게 씹히는 맛이 좋다.

 

 

아무래도 이 밥상의 으뜸은 갖은 산나물들, 짜지 않아 아무리 먹어도 부담이 없다.

 

 

산나물 등 반찬을 한 번씩 먹었을 뿐인데 금세 대통밥 한 그릇이 비워졌다.

 

 

☞ 연잎대통밥은 15,000원이다. 초가원가든은 전남 구례군 광의면 방광리 93번지 천은사 가는 길목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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