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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의 味학

여수엑스포의 별미, 남해에서 즐기는 멸치쌈밥

 

 

여수엑스포의 별미, 남해에서 즐기는 멸치쌈밥

 

흔히 남해의 별미를 꼽으라면 멸치회와 멸치쌈밥을 듭니다. 멸치의 주요 산지가 남해인데다 원시 어업 방법인 죽방렴에서 잡는 멸치는 그물로 잡는 멸치와는 달리 상처가 없어 최상품으로 꼽히지요.

 

멸치회는 내장과 살을 분리한 뒤 멸치를 반으로 갈라 각종 채소를 넣고 막걸리식초로 만든 초장에 무쳐내는데, 미조면의 ‘공주식당’이 유명합니다. 멸치쌈밥은 갓 잡은 멸치를 내장고 머리를 떼어내고 다듬어 육수에 넣고 우거지, 천연 양념을 넣어 자박하게 지져낸 후 상추와 마늘장아찌와 함께 상에 내어놓습니다. 멸치쌈밥으로 유명한 곳이 바로 오늘 소개할 ‘우리식당’입니다. 여수박람회 지정업소이기도 합니다. 

 

 

주말에 남해를 다녀왔습니다. 물건에 있는 숲을 거닐다 금산을 올랐습니다. 요즈음 건강을 위해 주말마다 숲길을 갑니다. 한 가지 힘든 점은 음식입니다. 아직은 짜고 매운(물론 앞으로도 그렇겠지만)음식을 피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아내가 고심 끝에 고른 곳은 멸치쌈밥집 우리식당이었습니다. 멸치는 일단 접어두더라도 쌈과 갈치구이가 있어 제가 식사를 하는데 무리가 없을 것이라는 판단에서였습니다. 이 식당은 수술 전에도 몇 번 갔었던 식당이라 음식이 짜지 않다는 걸 알고 있었습니다.

 

 

조금 이른 시간인지 식당에는 사람들이 그리 많지 않았습니다. 이 식당에서 잘하는 멸치쌈밥 2인분과 갈치구이 1인분을 시켰습니다. 멸치쌈밥은 1인분에 8천 원, 갈치구이는 1인분에 만이천 원이었습니다.

 

 

숭늉이 제일 먼저 나왔습니다. 고소한 맛이 좋더군요. 잠시 후 멸치쌈밥과 갈치구이가 몇 가지 반찬과 함께 나왔습니다. 반찬은 소박한 편인데 짜지 않고 담백하니 먹을 만합니다.

 

 

멸치쌈밥은 얼핏 보아도 먹음직스럽습니다. 아내가 먼저 맛을 보더니 당신도 먹으면 될 것 같다, 고 합니다. 매운 맛에 조금씩 적응을 하고 있는 저인지라 아내는 매번 외식을 하면 제가 먹기 전에 음식을 맛보곤 합니다. 요즈음 아내는 이런 자신의 팔자를 탄식하며 스스로를 ‘기미상궁’이라고 부릅니다.

 

 

어른 손가락 만하게 살이 통통한 멸치를 집어 먼저 뼈를 발라냅니다. 식성이 좋은 사람은 뼈 채로 먹어도 그만이겠지만 자칫하다 목에 걸리면....

 

 

뼈를 잘 발라낸 멸치를 고슬고슬한 밥 위에 얹고, 우거지로 쓰인 고사리와 머위줄기를 함께 올려 쌈을 쌉니다.

 

 

아이도 입을 있는 힘껏 벌려 커다란 쌈을 입안에 사정없이 밀어 넣습니다. 아이의 콧구멍이 에구~~ 미안, 딸!

 

 

그 씹히는 맛이 가히... 무엇보다 싱싱하고 탱글탱글하니 씹히는 맛이 제일이더군요.

 

 

갈치구이는 냉동이 아닌 생물이었습니다. 그 사실을 확인이라도 하듯 주인이 와서 갓 잡은 것이라고 강조를 했습니다. 소금 간을 했는데도 전혀 짜지 않은 것이 촉촉하니 식감이 좋았습니다. 입에 착 달라붙는다는 말은 이를 두고 한 말이겠습니다. 가격이 만 이천 원으로 조금 비싼 게 흠이지만 요즈음 갈치가 워낙 비싼 것을 감안하면 충분히 이해가 됩니다.

 

 

밥을 느릿느릿 먹고 있으니 딸애가 사진이라도 찍으라고 숟가락에 음식을 올려주기도 합니다. 쌈 싸먹지 않고 그냥 먹어도 맛있다고 덧붙이면서 말입니다.

 

 

밥을 다 먹고 일어서려는데 아내가 갑자기 키득키득 웃기 시작했습니다. 아내가 가리킨 쪽을 보니 손님들이 남기고 간 쪽지가 벽에 다닥다닥 붙어 있었습니다. ‘멸치가 멸치가 아니었다. -웅- 2011. 11. 12.’ 멸치쌈밥에 대한 간결하면서도 멋진 맛 평가였습니다.

 

 

남해안을 제외하고는 대개 멸치쌈이라는 게 흔한 음식은 아닙니다. 대개 멸치 하면 ‘마른멸치’나 ‘젓갈’을 떠올리는 사람들에게 이런 멸치쌈밥은 ‘멸치가 아닌 멸치’로 요리된 음식일 게 분명합니다. 멸치쌈밥의 등장으로 멸치가 생선으로 인정을 받은 셈입니다.

 

 

참, 이 식당에서 하나 아쉬운 점은 음식 주문이 매끄럽지 않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멸치회무침’의 가격이 2만 원(소), 3만 원(중), 4만 원(대)인데, 4명이 와서 멸치쌈밥 2인분과 ‘멸치회무침’ 2만 원(소)짜리를 주문하면 양이 적다며 추가 주문을 요구하더군요. 이 식당을 벌써 몇 번 갔는데 갈 때마다 손님들과 실랑이를 벌이는 것을 보았습니다. 보통 식당 음식의 양에 있어서 ‘대’는 4~5인분을, ‘중’은 3~4인분을, ‘소’는 2~3인분을 가리키는 게 일반적인데, 이곳은 그렇지 않은 모양입니다.

 

대․중․소가 각각 몇 인분인지를 따로 표기하든지, 아니면 표기방식을 바꾸거나, 주문 방식을 설명해두는 게 좋을 듯합니다.

 

 

여수엑스포에 가면 인근 남해를 들러 별미인 ‘멸치회’와 ‘멸치쌈밥’을 맛보는 것도 좋은 여행이 되겠습니다. 여수엑스포(여수신항)에서 남해 서상항까지는 배로 30분이면 갑니다. 우리식당(055-867-0074)은 경상남도 남해군 삼동면 지족리 288-7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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