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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의 味학

남도에서 맛본 만원의 행복, 전복회덮밥



 

남도에서 맛본 만원의 행복, 전복회덮밥


사람들은 음식하면 남도음식을 최고로 친다. 여행자도 거기에 동의를 하는 편이다. 다른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음식이 조금 맛나다는 것은 사실이고 소문난 식당들도 많은 편이다. 그러나 꼭 들어맞는 말은 아니다. 남도 구석구석을 여행하면서 정말 형편없는 음식도 많이 먹어보았기 때문이다. 제법 이름난 식당들 중에는 제맛을 잃고 가격만 올린 식당들도 있었고 가격에 비해 터무니없는 음식들도 더러 있었다. 그럼에도 남도음식은 여전히 매력적이다. 오늘 소개할 식당도 대여섯 번을 간 곳이지만 변하지 않은 가격과 꾸준한 맛을 간직한 곳이다.

 

청산도가 슬로시티로 유명해지면서 완도항은 예전보다 더욱 붐볐다. 완도여객선터미널 못 미쳐 <아시나요식당>이 있다. 이 식당은 수 년 전 맛객님의 소개로 알게 되었고 완도를 가자마자 찾게 되었다. 

 

간판에는 탕전문이라 적혀 있다. 탕으로는 장어탕, 낙지연포탕, 매운탕 등이 있다. 아쉽게도 여행자는 이곳에서 탕은 먹어보지 못해 평을 못하겠다. 대신 장어주물럭은 담백하면서도 특유의 육즙이 살아 일품이다. 술안주로도 그만이다.

 

이집의 특별한 메뉴는 단연 전복회덮밥이다. 생전복을 그대로 손질하여 해삼, 멍게와 함께 나온다. 여기에 바다에서 나는 톳 등의 해조류와 각종 야채가 들어간다. 각종 재료가 빚어내는 색 또한 황홀하다.

 

초고추장을 적당히 부은 후 공깃밥을 그대로 올려놓고 비비면 된다. 쓱싹쓱싹, 비비는 도중에도 군침이 돈다. 다른 일행들은 벌써 회덮밥을 먹고 있다. 여행자는 아직도 비비고 있다.

 

여행자는 늘 고집스럽게 이야기한다. 비빔밥의 반은 재료 맛이고 그 반은 요리사의 손맛인데, 그 맛을 최대치로 끌어올리는 것은 바로 비빔밥을 비비는 사람의 정성이라고.

 

비빔밥은 원래 젓가락으로 비벼야 제맛이다. 회덮밥도 마찬가지겠지만. 그래야 재료가 손상이 덜 되며 밥알도 뭉개지지 않고 고슬고슬한 상태로 있게 된다. 비빔밥은 기다림이다. 밥이 허연 상태로 군데군데 남아있고 재료는 재료대로 엉켜 있는 것은 아무리 좋은 재료를 쓰고 요리사의 손맛이 있더라도 맛의 7할 정도밖에 느낄 수 없다. 조금 긴 시간 인내심을 가지고 비벼야 온몸에서 맛을 느낄 수 있다.


비빔밥(회덮밥)은 음식을 먹는 이가 마지막 맛을 내야하는 유일한 음식일 것이다.

 

전복회덮밥의 맛은 어떨까. 전복, 해삼, 멍게, 톳, 각종 야채 들은 하나같이 날것이다. 어느 하나 익힌 것도 없고, 어느 하나 양념을 한 것도 없다. 다만 초고추장을 넣는 것이 맛을 내는 유일한 방법이다. 그러다보니 재료의 원래 맛이 그대로 살아난다. 각종 재료가 내뿜는 원래의 향이 코를 자극하고 그 맛이 혀를 놀라게 한다. 사각사각 씹히는 야채, 고소한 밥알, 바다의 맛을 담고 있는 해산물이 절묘하게 어우러져 전체적으로 담백하고 구수한 맛을 만들어낸다. 아침에 먹었는데도 전혀 부담이 없다.

 

아침이여서 그런지 여자들과 아이들은 전복죽을 주문했다. 죽에 들어가는 전복의 양과 맛은 남해안이나 제주도 곳곳에서 유명한 전복집들과 견줄만했다. 큼직하게 썰어 넣은 전복을 씹는 맛이 아주 좋다.

 

이집의 메뉴 중에서 ‘갈치조림’또한 맛있다고 했는데, 오늘 와보니 메뉴판에 ‘갈치조림’은 가려져 있었다. 주인에게 이유를 물어보니 갈치조림까지 하니 음식 종류가 많아 준비하기에 여간 힘든 게 아니어서 메뉴에서 제외하였다고 하였다.

 

주인장이 내미는 커피 한 잔을 먹으며 몇 가지 궁금한 점을 물어 보았다.

“다른 집에서는 전복회덮밥을 안 하는지요?”

“완도에서는 우리 집만 하는 줄 알고 있지요.”

“완도에 전복이 많이 나는데 왜 안 할까요?”

“사실 완도에서는 전복은 싸지만 해삼 가격이 만만치 않거든요. 해산, 멍게까지 넣으면 수지가 맞지 않지요. 게다가 우리 집은 문을 연지 십년이 넘어서 꾸준히 찾는 손님이 있어 10,000원이라는 낮은 가격에도 유지를 하지만 다른 식당에서 새로 시작한다면 유지가 될 지 의문이지요.”


 

☞여행팁 아시나요 식당은 전남 완도군 완도읍 군내리 310-58에 있다. 완도여객선터미널 인근에 있다. (☏ 061-554-3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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