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이 있는 펜션에서의 하룻밤 어떨까요

 

 

미술관이 있는 펜션에서의 하룻밤 어떨까요?

 

지난 5월말, 모처럼 가족여행을 다녀왔다. 그저 조용히 쉬고 싶다고 하니 아내가 이리저리 수소문하였다. 석가탄신일이 끼여 있는 연휴라 휴양림은 이미 빈 객실이 없었다. 아내가 ‘이곳 어때?’, 하고 물어보기에 보았더니 미술관이 있는 펜션이었다. 변산 바닷가에 있는 휘목아트타운이었다.

 

 

3시간여를 달린 끝에 도착한 휘목미술관펜션은 한눈에 보아도 예사롭지 않았다. 드넓은 야외조각공원과 층층 올린 미술관과 펜션 건물들로 도대체 어디가 미술관이고, 펜션인지 구분이 가지 않을 정도였다.

 

 

일단은 숙소로 가기로 했다. 펜션 입구가 보이지 않아 이리저리 헤매다 반대편으로 가서야 입구를 겨우 찾았다.

 

 

잘 가꾸어진 솔숲을 배경으로 서 있는 펜션은 미술관 뒤 언덕에 자리하고 있었다. 노출콘크리트의 펜션은 미술관 건물과 별반 차이가 없이 잘 어울렸다.

 

 

펜션 내부의 시설은 여느 펜션들과 엇비슷했다. 가장 마음에 든 건 벽체 한 면에 길게 낸 창이었다. 창 너머로 보이는 풍경은 어찌 보면 병풍을 펼친 것 같기도 하고, HD 화면으로 보는 듯했다.

 

 

침대에 누워 창밖을 보면 갯벌과 바다, 산자락들이 만들어내는 선이 무척이나 아름답다. 하룻밤 자고 이튿날 이른 아침에 일어나 본 물안개 피어나는 선운산 앞바다의 풍경은 가히 몽환적이었다.

 

 

창이 많은 실내와 마찬가지로 통로와 층계에도 창을 내어 바깥 풍경을 건물 안으로 들이고 있었다. 자칫하면 답답하고 건조할 수 있는 콘크리트 건물에 창을 많이 내어 탁 트인 전망과 풍경의 생명력을 전달해 주고 있었다.

 

 

펜션에는 편의시설도 잘 갖추어져 있었다. 야외 바비큐 시설이 별도로 있었다. 이곳 역시 미술관펜션이라는 이름답게 곳곳에 조각상들이 세워져 있다. 넓은 평인 별채에는 객실마다 바비큐 시설이 있어 가족끼리 오붓한 시간을 보내기에 제격이다.

 

 

이곳 전체를 '휘목아트타운'이라 부르는데, 미술관과 야외조각공원, 누드화갤러리, 아트카페, 펜션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2,000여 평의 넓은 잔디밭에 있는 조각공원에서는 현대 조각가들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울창한 소나무 숲과 변산의 산자락, 앞바다가 시원하게 펼쳐진 공원을 산책하는 맛이 청량하다.

 

 

아트타운이 있는 이곳은 원래 운호초등학교가 있었던 자리였다. 폐교에 아트타운을 세운 이는 홍중위 사장이다. 한때 슬롯머신(빠칭코) 사업을 한 것으로 알려진 홍 씨가 이곳에 미술관을 세운 계기가 독특하다.

 

 

어느 날 운보 김기창 화백이 농아들을 위해 자기 그림을 팔아 청음회관을 짓는다는 방송을 보고 감명을 받아 운보의 그림을 사면 도움이 되겠다고 여겨 미술관을 짓게 되었다고 한다. 능력이 있는데도 빛을 보지 못하는 가난한 화가를 돕고 싶은 그의 의미 있는 마음이 미술관에 오롯이 남아 있다.

 

 

아트카페에 들어갔다. 커피와 주스를 주문했다. 클래식한 실내 분위기와 은은한 커피 향, 그림에 휩싸여 긴 휴식을 취했다. 창 너머로 보이는 조각들과 멀리 바다와 산자락이 펼쳐진다. 소파 깊숙이 몸을 기대었다.

 

 

카페 옆, 문을 나서면 미술관으로 이어진다. 입장료는 5000원이다. 카페에서 차를 마시면 공짜로 관람할 수 있다. 장방형과 원형으로 이루어진 미술관에는 연 3~4회 한국 원로작가 초대전과 테마기획전을 감상할 수 있다. 류경채, 오승우, 박득순, 박영선 화백 등의 그림은 상시 전시하고 있다.

 

 

도시에서의 빠르고 팍팍한 삶에서 느리고 느긋한 삶을 잠시나마 느낄 수 있는 곳, 차 한 잔의 여유와 청량한 바람, 변산의 산자락과 선운산 앞바다의 풍경을 어루만질 수 있는 곳, 자연과 인간, 예술이 함께 어우러진 이곳에서의 하룻밤 어떨까요?

 

 

※ ‘휘목아트타운’은 전라북도 부안군 진서면 운호리 77-1번지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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