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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구 기행

바다를 잃은 도시, 요트타고 바다를 만나다



 

바다를 잃은 도시 마산에서 바다를 만나다.


지난 30일 마산(통합 창원시-이후 ‘마산’으로 칭함)에 갔다. 전날 서울에서 늦게 도착한 지라 몸은 이미 녹초, 9시 30분까지 오라는 파비님의 말에 ‘와 이리 일찍 보자 할꼬.’ 하며 내심 투덜거렸지만 7시를 조금 넘긴 시간에 집을 나섰다. 갱블공 모임이 있는 날이다.

 귀산동 해양학교 선착장에서 출발

마산에 도착하니 시간은 9시를 넘기고 있었다. 파비님이 시장을 보느라 조금 늦을 것 같다고 도민일보에서 신문 좀 보며 시간을 보내고 있으라고 했다. 10시쯤 되어서 파비님과 이윤기님을 만났다. 장소는 귀산동의 해양캠프란다. 블로거 선비님이 운영하는 요트를 타기 위해서다.

 

제주도에서 요트를 타본 적이 있었지만 마산의 바다 풍경이 정말 궁금했다. 번질나게 마산을 왔다갔지만 솔직히 여행자에게는 썩 좋지 않은 인상을 풍기는 곳이 마산이다. 바다에 있는 도시임에도 바다를 볼 수 없는 삭막한 도시로 마산은 인식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산업단지를 지나니 한적한 길이 이어진다. ‘어, 마산에도 이런 곳이 있었구나.’ 마산 인근의 해안지역은 더러 가보았으나 귀산동 일대는 처음이었다. 요트를 타는 해양학교는 한적한 어촌마을인 귀산동에 있었다. 김주완님, 실비단안개님, 구르다님, 임마님, 달그리메님, 크리스탈님과 그녀가 매일 만난다는 인상 좋은 남자 분, 김원주님과 그의 단짝으로 보이는 분, 초면인 주인장 선비님 등이 계셨다.

 거가대교가 멀리 보인다.

늘 갱블공을 위해 궂은일을 마다하지 않는 파비님이 입소식을 한다며 앞으로 나란히 줄을 세우니 분위기는 한결 즐거워진다. 드디어 출발, 요트를 타고 바다로 나아갔다. 처음에는 동력으로 가더니 닻을 올리기 시작하였다. 닻이 하늘을 향해 펼쳐지자 엔진을 끄고 순전히 바람의 힘으로 요트는 나아갔다.

 

다들 ‘요트의 요’자도 모르는 머구리들이라 선비님만 혼자 안간힘을 쓰며 요트를 조정했다. 다들 미안한 마음은 들었겠지만 무식이 상팔자라고 배가 뒤집히든 말든 술잔만 기울인다. 육두문자라도 나올 법 하지만 선비님은 특유의 핀잔 섞인 말투를 씨익 웃음으로 넘겨 버린다.

 

멀리 거가대교가 보인다. 진해 잠수함기지가 보인다고 누군가 가리켰다. 등대가 있는 작은 바위섬에서 뱃머리를 돌렸다. 요트는 귀산동에 잠시 정박하여 점심을 먹고 다시 마산항으로 향했다. 마창대교 아래를 지나니 바람도 잔잔해진다. 돝섬이 보인다. 마산하면 대개 먼저 떠올리는 곳이 돝섬이다. 여행자도 두어 번 왔다 갔었다. 그러나 머릿속에 남은 것이 없다. 오랜 시간이 흘러 그럴 수도 있겠지만 돝섬에 대한 기억은 유원지라는 것이 전부였다.

 

“바다에서 보니 마산이 어때요?” 누군가 물었다. “음, 포인트가 없네요.” 대부분 마산 분들이라 더 이상 말을 이을 수가 없었다. 사실 바다에서 보는 마산의 풍경은 아름다웠다. 그런데 그 아름다움이라는 건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 뭍에서 본 마산의 그것보다 상대적으로 낫다는 의미였다. 마창대교, 해안 풍경, 마산시 전경 등을 하나하나 따로 떼어 평가하면 마산 내해는 다른 바다 도시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진다. 여행자가 ‘포인트가 없다’고 한 것은 개별적인 것이 아니라 마산바다의 특징을 살리지 못하고 방치하는 것을 의미했다.

 마창대교와 마산시 전경, 무학산 일대

해안 풍경이야 경쟁력이 떨어지겠지만 진해 해양공원, 귀산동 요트 관광과 바다낚시, 산업단지의 전시관, 어시장의 먹거리, 돝섬 유원지, 국화축제, 구산면 등을 연계한다면 어느 도시 못지않은 훌륭한 관광 상품이 나올 수도 있다는 말이다. 즉 경쟁력 없는 개별관광보다는 바다뱃길을 통한 복합관광의 개념을 도입한다면 말이다.


일례를 들면 크루즈 식(배의 규모는 차치하더라도) 1일 혹은 1박 2일 상품을 고안해도 좋다. 다른 관광지에 있는 일률적인 유람선 해안관광이 아니라 크루즈 관광처럼 진해만 곳곳을 바다도 이동하되 육지의 관광요소에 정박하여 관람 및 체험을 하고 배로 이동을 하는 방식이다. 이를 위해서는 선상에서의 다양한 행사와 각 관광요소마다의 다채로운 전시관 및 행사도 기획되어야 할 것이다. 누군가의 주장대로 해안에 야구장을 건설한다면 상품은 더욱 다채로울 것이다. 진해벚꽃축제나 가고파 국화축제 때 시험적으로 시행해 봐도 좋을 것이다.

                                                   돝섬

바다를 매립한 곳에 고층 아파트를 세워 무학산의 정기마저 가로막고 있는 답답한 도시지만 아직도 늦지 않았다는 생각이 든다. 문제는 통합창원시에서 어떤 마인드를 가지고 장기적으로 접근하는가이다. 즉 진해와 연계하여 마산(지금은 창원시 회원구와 합포구)의 바다 또한 충분히 가능성 있는 남해안의 관광 상품이 될 수 있다는 데 있다.


국화축제도 의미 있겠으나 좀 더 지역적 특색을 살리는 방안이 필요하다. 현재 형성되어 있는 것을 장기적이고 종합적으로 검토한 장기 비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새로운 무언가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 현재의 산발적이고 보잘 것 없는 것들을 지역 특색에 맞추어 장기적으로 개발하는 것이다

 

국화축제를 예로 들어보자. 회원동 일대가 국내에서 최초로 국화상업재배를 시작한 것이 배경이 되어 국화축제를 기획하였다지만 사실 바닷가에서 축제를 하면서도 바다분위기를 느낄 수 없다. 게다가 몇몇 언론에서는 국화축제를 하나같이 성공적인 축제로 평가하고 홍보성 기사를 쓰고 있다. 여행자는 과연 그럴까하는 의구심을 떨칠 수 없다. 국화축제가 전국적인 축제로 인정받고 있는가? 여행자도 작년에 알았을 정도였다. 기자들의 안목 문제인지, 축제를 폄하하면 지역 경제에 영향을 주기 때문인지, 아니면 축제에 대한 경험의 부족인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전국의 많은 축제를 보아왔지만 이렇게 밋밋하고 컨셉이 부족한 축제를 본 기억이 없다.

 

왜 그럴까. 작년에는 돝섬에서 열렸다고 하는데 접근성이 문제가 되었다고 한다. 이번에는 마산항 일대에서 개최되었다. 이것이 문제다. 물론 접근성 외에 다른 문제도 있었겠지만 단지 접근성 때문에 축제 장소를 옮겼다는 것은 근시안적인 시각이다. 여행자라면 돝섬에서도 국화축제를 열고 현재의 장소도 동시에 국화축제 장소로 활용할 것이다.


“바다꽃길”의 개념은 어떨까. 돝섬은 유원지와 섬이라는 성격에 맞게 전시장을 형성하고, 현재의 마산항 인근은 테마가 있는 전시장으로 구성하면 된다. 선박 입출항의 문제 등 안전의 문제는 신중히 고려해 봐야겠지만 돝섬과 현재의 축제 장소를 잇는 바다꽃길도 고려해 볼 만하다. 그도 아니라면 두 곳에서 동시에 개최하되 현재의 전시장 끝에 있는 상설공연장과 부두 쪽을 대각으로 잇는 부교꽃길을 조성하여 평면적인 관람에서 입체적인 관람으로 바꾸는 것도 고려해 볼 만하다. 때론 축제의 의미와 관광객의 유치도 중요하지만 이는 주최 측에서 말하고 홍보하는 것이 아니라 참가자들이 느낄 수 있게끔 시각이나 동선, 체험 등의 요소들을 얼마나 잘 배치하는가의 문제이다.

 

50여 만 명이 다녀갔다는 등 축제에 대한 일률적인 홍보성 기사보다는 축제의 부족한 점을 내부적으로 고민하고 검토하여 전국적인 축제로 자리 잡는 성공적인 요소가 무엇인지를 곰곰이 따져 볼 때가 아닌가 싶다. 9회째인데도 여전히 부족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구르다님

요트 위에서 여행자는 많은 생각을 했다. 진주에 살고 있는 여행자의 입장에선 마산은 사촌과 같은 도시이다. 산업과 발전을 택하는 대신 바다를 버린 마산에 대한 안타까움이 있었다. 바다를 개발의 시각으로만 본다면 역설적으로 장차 도시 발전의 장애가 될 것임은 자명하다.

국화축제 행사장
 

국화축제 관람을 하고 난 후 다시 요트에 올랐다. 해는 바다 너머로 떨어졌다. 구름이 붉게 물들기 시작했고 도시의 불빛이 하나둘 켜졌다. 선비님은 느긋했다. 밤바람이 제법 차가울 즈음 귀산동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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