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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구 기행

지난 주말 삼천포는 불타고 있었다




지난 주말 삼천포 바다는 불타고 있었다.
-남해안 일몰 일번지, 사천(삼천포)실안낙조

지난 주말(28일) 남해를 갔습니다. 아내와 딸과 함께한 단란한 나들이였습니다. 해안도로를 따라 드라이브도 하고 남해 깊숙이 자리한 편백숲을 가만히 걷기도 했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죽방렴이 있는 지족해안에서 멸치쌈밥을 먹었습니다. 배불리 먹었더니 포만감이 들어 아내에게 차를 맡기고 창선대교를 걸었습니다.



지족해협에는 해가 지고 있었습니다. 죽방렴 위로 갈매기가 날아오르고 어선들도 하나둘 포구로 들어오고 있었습니다. 한참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해가 구름 뒤로 숨는 것을 보고 차에 올랐습니다.



창선도를 지나 늑도에 이르렀을 때 나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습니다. 하늘이 불타고 있었습니다. 운전을 하고 있는 아내에게 급히 실안 해안길로 빠지자고 했습니다. 불행히도 도로가 4차선으로 확장되면서 좌회전 할 곳을 놓쳐 버렸습니다.


하늘이 점점 붉어지더니 차안에 있던 딸아이의 얼굴마저 붉게 물들였습니다. 마음이 급하더군요. 조급한 마음에 차안에서 셔터를 눌러 보았지만 허사였습니다. 안절부절. 마침내 갈림길이 나타났습니다.




선상까페로 향했습니다. 불타는 하늘이 절정이었습니다. 붉은 물감을 칠한들 이보다 붉을까요? 감탄을 하며 차에서 내렸습니다. 천천히 걸어가면서 노을을 담았습니다. 하늘을 빼고 주위는 이미 어두워졌습니다.



‘아차! 삼각대가 없군.’ 늘 삼각대를 트렁크에 싣고 다녔는데 하필이면 오늘 두고 오다니. 삼각대가 없으니 자연 ISO 감도를 조절합니다. 노이즈가 생길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선택의 여지는 없습니다. 셔터속도와 조리개도 최적합으로 맞춥니다. 초점도 구도보다는 최대한 빛이 많이 유입될 수 있는 곳으로 둡니다. 금방 어두워 질 것은 불을 보듯 뻔했습니다. 광각렌즈로 바꾸어 풍경을 담고 싶었지만 그럴 여유가 없었습니다. 망원렌즈 하나로 부지런히 담는 것으로 만족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곳 선상까페는 실안낙조를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습니다. 삼천포 창선대교까지 이어지는 실안낙조는 진널전망대와 실안 포구, 선상까페 등이 포인트입니다. 실안낙조에 대한 찬사와 수식어는 다양합니다. 사천팔경 중의 하나요, 한반도 남쪽 9대 일몰지로 불립니다. 영남권에서는 가장 아름다운 일몰지라고 모두들 치켜세웁니다. 오죽하면 이 해안길을 실안노을길이라고 하겠습니까.
 




해는 넘어간 지 오래지만 하늘을 벌겋게 두고 떠났습니다. 한참을 바라보고 있자니 어느 시인의 말처럼 실명하기 직전입니다. 실안
失眼하겠습니다. 캄캄해진 하늘에 충혈 된 눈을 잠시 씻고 붉은 하늘을 다시 뚫어져라 바라보았습니다.

아, 일몰이다
저 장관에 失眼된다 하던가
모래바람에 눈멀어진 아재야 이모야
저 불길 속에 귓속 고름도 녹슨 가슴도
태워 버리자

노을도 열매 어둠도 열매
포구는 실한 열매로 實安 주려 기다리고 있다
달에 걸어둔 고향 이젠 내려 풀고
두레두레 앉아보자
이모야 아재야
                        -강정이 시인의 '실안포구'에서


실안선상까페는 사천시 송포동 1344-7번지에 있습니다.

(위 사진들은 샤프닝 외의 다른 후보정 작업은 하지 않았습니다. 삼각대 없이 손각대로 촬영한 사진이여서 노이즈가 다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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