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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의 땅, 제주도

제주바다에서만 볼 수 있는 용천수 노천탕


 

제주바다에서만 볼 수 있는 용천수 노천탕, 과물

-옥빛 바다와 용천수 노천탕. 곽지해수욕장

 

제주도 여행 마지막 날 곽지 해변을 걸었다. 해변 가까운 호텔에서 3일을 머물렀지만 해변 산책을 하지 못했었다. 다른 곳을 돌아다니느라 차일피일 미루다 여행 마지막 날이 되어서야 여유 있게 걸을 수 있었다. 가까이 있는 곳은 늘 찬밥 신세인 모양이다.

 

해수욕장에 들어서니 제일 먼저 돌담으로 쌓은 특이한 것이 눈에 띈다. 바닷가 노천탕이라 불리는 과물이다. 해안 용천수는 제주도 여행에서 종종 보아 왔지만 이렇게 큰 규모는 처음이었다. 과물을 보며 제주도에서 물의 의미와 그에 의존한 삶들을 생각하게 되었다.

 

우리나라 3대 다우지 중의 하나인 제주도는 비가 많이 내리지만 마실 물은 귀한 편이다. 화산 돌로 이루어진 특이한 지형으로 물이 고이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숨골’이라 불리는 크고 작은 굴이 많아 비가 내리면 땅 밑으로 스며들어 숨골을 거쳐 흐르다가 바닷가에 이르러서야 물이 솟아난다.

 

그러다보니 물 맑은 용천수가 솟아나는 해안가에 주로 마을이 생겨났다. 준평원지대의 산촌이나 중산간마을에서는 드물게 땅에서 솟는 용천수나 빗물을 고이게 하여 사용하는 봉천수에 식수를 의존하였다.

 과물의 여탕과 남탕

산촌에서는 지붕 위에서 처마를 통하여 흘러내리는 지샛물을 받아먹거나 나무를 타고 흐르는 빗물을 띠를 묶어 항아리로 흘러내린 물인 ‘참 받은 물’을 식수로 사용하였다. 이 물 받는 항아리를 ‘참통’이라고 하였다.

 물이 너무 맑아 물이 있는 줄도 모르겠다

어촌에서는 용천수가 솟아나는 우물을 <물통>이라고 불렀다. 우물은 대개 물을 아끼기 위하여 3단계의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첫 부분은 식수로 사용하고 그 다음 흘러나온 물로 야채 등을 씻고 마지막 물에서는 빨래를 하였다.

 우물 안에는 민물고기가 있다

이 우물의 대표적인 것이 애월읍 곽지리의 <과물>이다. 우물이 있는 위치와 물맛이 좋다 하여 석경감수로도 불린다. 과물은 한라산에서 흘러내린 물이 땅속으로 스며들어 바닷가에서 솟는 용천수다.


과물의 특징은 해수욕장 안에 있으면서 제주도 여느 해안가의 용천수처럼 한 곳에서 집중적으로 솟는 것이 아니라 여러 곳에서 힘찬 물줄기를 뿜어내고 있다는 것이다.

 

과물이 있는 곽지라는 말은 마을 안 여러 곳에 잔돌을 쌓은 ‘잣’들이 있어 한자로 곽기리라 하였다가 이후 곽지리로 통용되었다고 한다. 과물 주변에는 돌담을 둘러 외부와 경계를 지었다. 용천수가 솟아나는 부분은 지붕을 씌워 별도로 보호하고 있다.

 위에서 본 남탕

물은 수로 모양의 물통을 거쳐 바다로 빠져나간다. 위쪽에서는 채소를 씻고, 중간에서는 몸을 씻거나 목욕을 하고, 맨 아래에서는 빨래를 하도록 되어 있다. 물이 솟는 움직임만 없었다면 물이 있는 줄 모를 정도로 맑았다.

 

이 맑은 용천수는 이곳 곽지마을뿐만 아니라 중산간마을인 납읍리의 사람들까지 이 물을 사용하였다고 한다. 납읍리는 곽(과)오름의 남쪽에 있다 하여 곽남 혹은 과납이라 하다가 납으로 고쳤다고 한다. 자연 지세가 여러 마을이 모여 많은 인구가 거주하는 읍과 같고, 입주한다는 뜻인 ‘납’자를 써 붙여진 이름이다.

 용암이 바다를 만나 식은 모습이 뚜렷이 남아 있다

당시 물을 운반할 때 물허벅을 사용하였다. 부녀자들이 물항아리인 물허벅을 대나무로 만든 바구니인 물구덕에 넣어 등에 지고 다녔다고 한다. 이 고단한 식수 운반은 1960년대에 상수도가 가설되면서 사라졌다. 과물은 아직도 물이 맑아 식수로 사용하기에 손색이 없어 보인다.

 

과물은 현재 남탕과 여탕으로 구분되어 있다. 남탕은 비교적 단순한 형태이고 여탕은 구획을 나누어 만들어져 있다. 제주도의 해수욕장 중 유일하게 여인들이 노천탕으로 이용하는 곳이라고 한다. 지금은 여름 피서객들이 해수욕을 한 후 몸을 씻는데 주로 이용되고 있다. 여름이면 물맞이를 할 수 있는 폭포수가 있다 하니 해수욕과 함께 즐길 수 있는 곳이다.

 

과물을 나오니 옥빛 해수욕장이다. 최근 1박2일 팀이 이곳에서 촬영을 한 후 곽지는 유명세를 타게 되었다. 사실 곽지해수욕장은 일몰 포인트로도 유명하다. 제주도의 낙조 명소로는 영주십경의 하나인 사라봉과 이곳 곽지해수욕장이 있다. 여행자가 최고로 꼽는 일몰 포인트는 고산면 차귀도 일몰이고 최근에는 서귀포 새섬의 일몰도 아름다웠다.

 

곽지해수욕장은 과물을 중심으로 좌우로 백사장이 펼쳐져 있다. 옥색 바다를 보며 조개가루 백사장을 거니는 맛이 좋다. 이곳에서 얻는 또 하나의 즐거움이 있다면 용암이 바다를 만나 식어가는 뚜렷한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웃 귀덕1리에도 우물이 있다

해수욕장에서 해안선을 따라 이동하였다. 임권택 감독의 천년학 촬영지였다던 거북등대를 보기 위해서다. 금성포구를 거쳐 다리를 건너니 귀덕마을이다. 모살개포구에 이르니 바로 코앞이 등대다. 이곳에서 곽지 여행은 끝이 났다.

천년학 촬영지였던 거북등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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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소리를 만나니 바람에 손을 씻다.  김천령  (http://blog.daum.net/jong562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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