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화의 땅, 제주도

3년에 걸쳐 떠돈 제주의 유인도는 어떤 곳!


 

3년에 걸쳐 떠돈 제주도의 유인도


여행자가 지금까지 제주도를 간 횟수는 15여 번, 최근 3년 동안 8번 정도 다녀왔다. 남들이 다녀온 곳은 대개 다 가본 곳이지만 그럼에도 아직 제주를 잘 모르겠다. 누군가의 말처럼 두 곳, 세 곳 욕심만 부렸지 오름 하나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  제주도에 딸린 섬은 모두 62개라고 한다. 이 중 사람이 사는 섬은 8개 정도이다. 여행자는 최근 3년에 걸쳐 제주에 갈 때마다 하나둘 섬을 순례하기 시작했다. 제주도의 유인도는 가파도, 비양도, 마라도, 우도, 상추자도, 하추자도, 횡간도, 추포도 등 모두 8개다. 여행자는 그중 비양도를 제외한 나머지 일곱 섬을 떠돌았다. 우도와 가파도는 그녀와 그녀의 아이와 함께 다녔고 나머지 섬은 혼자 떠돌았다.

하추자도 묵리고개에서 묵리마을과 섬생이
 

1-2. 제주도의 다도해, 섬의 천국 상, 하추자도

추자도는 한반도와 제주 본섬의 중간에 있다. 상추자도, 하추자도, 횡간도, 추포도 등 4개의 유인도와 38개의 무인도를 합쳐 모두 42개의 군도로 이루어져 있다. 그러나 주민들의 말에 의하면 추자군도를 이루는 섬은 실제 100여 개에 달한다고 한다. 사자섬으로 알려진 수덕도만 하여도 지도에 표기된 섬은 수덕도, 병풍도 정도이나 그 외에도 중암섬, 꼬리섬, 제주여 등 총 5개의 섬으로 형성되어 있다. 가히 추자도는 섬의 천국이라 불릴만하다.

등대전망대에서 본 하추자도 전경
 

추자도는 고려 원종 12년인 1271년까지 후풍도後風島라 불리었다. 전남 영암군에 속하면서 추자도라 불리었다는 설과 조선 태조 5년 섬에 추자나무가 무성하여 추자도라 불리게 되었다는 설이 있다. 현재 대서리, 영흥리, 묵리, 신양1리, 신양2리, 예초리 등 6개 리와 1,400여 가구 3천여 명이 살고 있다.

상추자도 추자항과 수령섬, 악생이, 염섬, 예도, 검등여, 추포도, 횡간도 전경
 

다리로 연결된 상추자도와 하추자도 곳곳에는 추자군도를 한 눈에 조망할 수 있는 지점이 있다. 최고의 전망대는 추자면 소재지가 있는 등대전망대이다. 등대 전망대는 상, 하추자도와 수십여 개의 주변  섬들, 한라산과 남해안의 육지와 섬을 한 눈에 볼 수 있다. 그 외에도 추자항 뒤의 등대산공원, 다무래미, 봉굴레, 용등봉, 하추자도의 오지박전망대, 묵리고개, 망여, 신양 등대 등이 좋은 풍경을 볼 수 있는 지점이다.

다무래미에서 해녀를 태우는 어선과 직구도. 추자도는 아직 대서리, 영흥리 등 마을마다 해녀들이 있다. 다무래미는 언뜻 육지로 보이지만 물이 차면 섬이 된다. 

상추자도 등대전망대에서 본 섬생이, 사자섬, 푸랭이(청도), 수영여
 

추자도는 최소한 삼일을 머물러야 섬을 제대로 여행할 수 있다. 상, 하추자도에는 버스가 아침 7시 부터 저녁 9시까지 매 시간 1일 13회 다닌다.

추자도 가는 배는 목포항과 제주항, 완도항을 이용하면 된다. 제주항에서는 아침 9시 30분, 오후 1시 40분에 출발한다. 목포항에서는 오후 2시, 완도항에서는 아침 7시 30분에 있다. 완도와 목포에서 출발하는 배는 추자도를 경유하여 제주도까지 가는 배들이다. (064-758-4233, 064-751-5050)

횡간도 마을 전경
 

3. 한라산과 땅끝이 한눈에 보이는 섬, 횡간도

섬이 동서로 길게 뻗어 엄동설한의 북풍을 막아준다는 뜻으로 '횡간도橫干島'라 하였다. 추자군도의 북쪽에 위치한 횡간도는 섬이 비껴서 길게 앉았다고 하여 일명 '빗갱이'라고도 한다.

횡간도의 돌담길. 강풍에 견디기 위해 성벽처럼 높이 견고하게 쌓았다.
 

섬의 동서 양끝에 높은 봉우리가 있고 마을은 남쪽 해안 중앙에 있다. 전해지는 이야기에 의하면 300여 년 전 강씨 성을 가진 이가 처음 입도하였고 철종 2년인 1851년에 달성서씨가 섬을 개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뒤이어 김해김씨와 전주 이씨가 들어왔는데 특히 이봉춘이라는 인물이 특이하다. 뒤늦게 들어온 전주 이씨는 다른 성씨들이 섬 땅의 대부분을 차지해 버린 상황에서 열심히 노력하여 이봉춘씨 대에 이르러 보리도 갈고 멸치잡이로 성공을 하여 추자도 제일의 갑부가 되었다고 한다. 귀신도 그에게 멸치젓 선불을 주고 갔다는 이야기가 전할 만큼 그의 일화는 유명하다.

섬지방의 집 특성이 그대로 드러난 횡간도 가옥
 

1970년 이전까지 이곳을 비롯한 추자도 일대는 멸치잡이가 성행하였다. 현재 횡간도에는 10여 가구 14명 정도가 살고 있다고 한다. 횡간도는 추포도와 마찬가지로 매주 월, 화, 목, 금 오후 2시에 추자도에서 행정선이 다닌다. 생필품 등을 내리는 등 잠시 머물다 가기 때문에 섬을 여행하는 데 이용하기에는 적절하지 않다. 추자도에서 어선을 빌려 횡간도에 들어가는 것이 섬 여행을 넉넉하게 할 수 있다.

문여 등대와 해안 절벽

횡간도, 추포도 가는 어선에서 본 한라산. 추포도와 횡간도는 행정선이 있으나 어선을 빌려야 섬 여행을 제대로 할 수 있다.

추포도. 흰색 건물은 예전 추포분교 자리이다.
 

4. 단 한집만이 사는 외로운 섬, 추포도

추포도 가는 손님은 여행자뿐이었다. 어선을 혼자 통째로 빌렸기 때문이다. 여행자를 내려주자마자 배는 바다로 다시 나갔다. 파도가 심하여 정박한 채로 계속 있을 수 없기 때문에 바다 가운데에서 기다리기로 하였다.

추포도에는 단 한 집만 있다. 원래 일곱 가구가 살았는데, 하나 둘 떠나기 시작하여 지금은 노부부만 살고 있다. 섬 선착장에서 집까지는 레일을 깔아 생필품을 운반한다.

 

이 작은 섬에도 예전에는 추포분교라는 학교가 있었다. 추포도를 갈 수 있는 방법은 단 두 가지이다. 하나는 추자도에서 매주 월, 화, 목, 금요일 오후 두시에 추포도를 들러 횡간도로 가는 행정선을 이용하면 된다. 다만 추포도에 사는 주민의 요청이 있을 때에만 섬을 들리고 아니면 횡간도만 간다. 어선을 빌려 가는 방법이 있으나 사전에 섬 출입에 관해 양해를 먼저 얻어야 나중에 문제가 없다.


직구낙조는 추자십경을 대표하는 비경이다

 

5. 한반도의 마침표가 아닌 느낌표, 최남단 섬 마라도

마라도는 사방이 가파른 기암절벽이다. 선착장이 있는 곳에는 해안절벽이 성벽처럼 깎아지른 듯 솟아 있고 해식동굴들이 눈에 띈다. 섬 전체를 통틀어 모래사장 하나 없는 해안은 암반으로 되어 있다. 섬의 면적은 10만 평 정도이다.

마라도에 사람이 살기 시작한 것은 1883년부터 라고 한다. 대정읍에 살던 김씨 성의 사람이 노름으로 가산을 탕진하자 고을 수령에게 무인도인 마라도를 개간하여 살 수 있도록 간청하였다. 관의 허가를 받고 모슬포에 살던 이씨, 강씨와 함께 마라도로 건너온 것이 이 섬에 사람이 살게 된 시초라고 한다.

지금은 나무 한그루 없는 드넓은 초원지대로 조성되어 있지만, 당시만 해도 원시림이 울창하였다고 한다.

마라도 성당과 등대

 18만 평에 달하는 가파도 청보리밭

6. 유인도 중 가장 낮은 섬, 가파도

바람이 모질다는 대정읍 모슬포항에서 5.5km, 직선거리로는 2km밖에 되지 않는 곳에 평평하게 누운 섬 하나가 있다. 이름 그대로 거센 파도가 밀려온다는 가파도다. 가파도라는 섬 이름은, 옛날 모슬포항의 장사꾼들이 마라도나 가파도에 사는 주민들에게 물건을 종종 외상으로 주는 일이 있었는데 바람이 세어 이곳에 사는 주민들이 나오지 못하는 일이 잦아 ‘갚아도(가파도) 좋고 말아도(마라도) 좋다.’고 한 데서 유래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가파도 올레길

마라도보다 2.5배가 큰 가파도는 서울 여의도 면적의 4분의 1정도에 불과하며 섬 전체가 27만여 평 정도이다. 조선 성종 때인 15세기 말 이곳에 목마장이 생기면서 사람들의 발길이 닿은 섬이다. 본격적으로 사람이 들어가 살게 된 것은 현종 8년인 1842년 이후부터라고 한다. 그보다 앞서 영조 26년인 1750년에 제주 목사가 조정에 진상하기 위하여 소 50마리를 방목하였으나 소의 약탈이 빈번해지자 소들을 지키려고 1842년에 40여 가구 주민들의 입도를 허가하였다고 한다. 최근에 선사시대의 고인돌 56기가 발견되기도 했다.


또한 가파도는 역사적으로 유명한 곳이다. 우리나라가 처음으로 서양에 소개된 계기가 된 곳이 가파도로 추측되기 때문이다. 1653년 가파도에 표류했으리라 짐작되는 네덜란드인 헨드릭 하멜이 국내에는 하멜표류기로 알려진 <화란선 제주도 난파기>와 부록 <조선국기>를 저술하여 우리나라가 처음으로 서양에 소개되기도 하였다.

 마라도가 손에 잡힐 듯 가까이 보인다

접시 모양으로 평평한 섬인 가파도는 가장 높은 곳이 해발 20.5m에 불과하다. 남한에서 가장 높은 산이 한라산이라면 유인도 중 가장 낮은 섬이 가파도다. 최근 이곳에도 사람들의 발길이 잦은 편이다. 가파도에 올레 10-1코스가 개장하면서 가장 낮은 섬의 가치가 서서히 알려지기 시작하였다. 지난 해 2만여 명이 찾았다고 하니 이 섬도 더 이상 변방의 외로운 섬은 아닌 셈이다.


가파도 가는 배는 모슬포항에서 타면 된다. 오전 9시, 11시(마라도 경유), 오후 2시, 오후 4시에 있다. 가파도 올레 길은 쉬엄쉬엄 걸어도 두세 시간이면 충분하다. 배시간은 변동이 있을 수 있으니 사전에 모슬포항(064-794-5490)에 확인하는 것이 좋다. 요금은 삼영호는 왕복 8,000원 21삼영호는 왕복10,000원이다.

가파도에서 본 송악산과 산방산 일대

서빈백사西濱白沙 우리나라에서 하나밖에 없는 산호 백사장이다. 우도 팔경 중의 하나이다.

 우도봉

7. 가장 제주다운 섬 속의 섬, 우도

우도牛島. 섬의 형상이 소를 닮았다 하여 우도라 불리었다. 예전 우도는 국유방목장이었다. 가파도에는 소를, 우도에는 말을 방목하였다고 한다. 그러다 조선 헌종 8년인 1842년에 처음으로 사람이 살도록 인가를 받았다. 2년 뒤 진사 김석린이라는 사람이 정착하면서 마을이 형성되었다고 한다.

우도봉에서 본 성산일출봉

 협재해수욕장에서 본 비양도


8. 여행자를 위해 남겨둔 섬, 비양도

협재에서 보면 손에 잡힐 듯 가까운 섬 하나가 있다. 비양도는 고려시대 중국에서 한 오름이 날아와 섬이 되었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제주도의 유인도 중 가장 제주와 가까이 있어 여행자는 이곳을 남겨 두었다. 제주도 섬 여행의 마침표는 비양도에서 찍게 될 것이다.



김천령의 여행이야기에 공감하시면 구독+해 주세요

바람이 소리를 만나니 바람에 손을 씻다.  김천령  (http://blog.daum.net/jong5629) ▒

 * 이 포스트는 blogkorea [블코채널 : 김천령의 풍경이 있는 한국기행]에 링크 되어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