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도 무서워할 엄청나게 큰 쥐 ‘마라’
주말 경남수목원을 찾았습니다. 컴퓨터 게임에 재미를 붙인 여섯 살 딸아이는 요즈음 여행을 가자는 말에 시큰둥합니다. 하는 수 없이 동물원가자고 하니 카메라 챙기고 자전거를 차에 실으라고 난리를 떱니다.
몸살 기운이 있어 멀리는 가지 못하고 집 가까이 있는 수목원을 찾았습니다. 날씨는 봄날만큼이나 포근하였습니다. 자전거를 타고 수목원을 휘젓고 다니는 딸아이는 내내 쫑알거립니다. 아이의 목표는 오직 하나, 동물원에 빨리 가자는 것이었습니다.
겨울이여서 그런지 대개의 동물들은 겨울잠을 자고 있었습니다. 그중에서 단연 돋보이는 동물이 있었습니다. 녀석들은 무리지어 동물원 우리 안마당을 이리저리 뛰어다니고 있었습니다.
그중 한 마리가 다리를 다쳤는지 절뚝거립니다.
무슨 동물이지? 안내문을 보는 순간 어안이 벙벙했습니다. ‘마라’라는 동물인데 쥐목에 쥐과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언뜻 보아도 고양이보다 덩치가 훨씬 컸습니다. 고양이도 보면 큰 덩치에 놀라 함부로 접근하지 못할 것 같습니다. 아니 쥐라고는 꿈에도 생각 못하고 지나칠 수밖에 없다고 생각되더군요.
얼굴은 아주 귀엽게 생겼습니다. 원래 쥐의 생김새는 귀엽게 생겼지만 대개의 사람들은 선입견 때문에 그 외관을 자세히 보지는 않습니다. 이 ‘마라’라는 쥐는 밤에는 둥우리 구멍에서 잠을 자고 낮에 주로 풀을 찾아 활동하고 무리지어 생활을 한다고 하는군요.
몸길이가 69∼75cm정도이니 웬만한 고양이의 두 배쯤 되는 덩치를 가지고 있는 셈입니다. 주로 아메리카 남부의 팜파스 초원이나 바위가 많은 황무지에 서식한다고 합니다. 체형이 들토끼와 비슷하고 꼬리가 짧고 뒷다리가 길어 잘 달린다고 합니다. 그래서 ‘장거리 주자’라는 뜻의 돌리코티스Dolichotis라는 학명을 가지고 있습니다. 적이 나타나면 둥우리에 숨지 않고 달리기를 잘하는 만큼 냅다 달린다고 합니다.
아이도 마라의 너무나 큰 덩치에 도저히 쥐라고 믿기가 어려웠나 봅니다. 쥐가 왜 이리 크냐고 묻는 아이에게 나의 답은 어설프기 짝이 없었습니다. “아빠도 처음 봤는데......, 마라에게 물어보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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