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에서 본 황홀한 일몰과 야경
여행은 언제나 설렌다. 어디로 떠나서가 아니라 떠난다는 그 자체로 흥분된다. 새로운 여행지와 그곳에 기대어 사는 사람들, 길 위에서 느끼는 소소한 감정들은 언제나 여행자의 벗이자 소중한 자산이다.
제주로 떠나던 날, 긴 시간동안 달린 고속도로와 다시 비행기. 속도와 속도. 질주에 대한 인간의 욕망과 날고 싶은 인간의 본능이 한 하늘 아래에 있었다.
내 온몸을 발가벗기는 검색대를 지나서야 나는 자유의 몸이 되었다. 해가 지평선 너머 멀리 지고 있었다. 마치 알몸이 되어버려 부끄러워하는 나의 몸뚱이처럼 해는 빨갛게 익어가고 있었다.
비행기는 굉음을 내며 하늘을 날 준비를 하였고 떠남에 익숙한 여행자는 물끄러미 해를 바라보았다. 해는 잠시, 아주 잠깐 모습을 보이더니 어둠속으로 서서히 모습을 감추었다.
사라진 해의 어둠을 인간이 만든 불빛이 대신하였다. 제 아무리 뛰어난 기술이더라도 인간의 불빛은 한계가 있었다. 세상 곳곳을 차별 없이 골고루 비추던 해와는 달리 인간의 빛은 필요에 의해서만 빛을 낼 뿐이었다.
100년이 넘은 인간의 비행 역사도 새처럼 자유롭지는 않는가 보다. 밤이면 여느 새처럼 둥지로 돌아가야 할 인간의 새는 깊은 한숨과 굉음을 내뿜으며 저녁 어스름을 가로질러 날아올랐다.
살아남는 법에 대한 간단한 설명을 들은 후 어두운 창을 내려다보았다. 도시의 불빛들이 하나둘 빛을 더하기 시작하더니만 급기야 칠흑같이 어두운 곳을 훤하게 하였다.
여행자의 손이 꿈틀거리기 시작하였다. 순간 귀가 멍멍해졌다. 어디에서 본 듯한 사진을 떠올리며 얼굴에 바람을 넣기 시작하였다. 끊임없는 움직임이 있고 나서야 겨우 진정되었다.
해는 이미 자신의 빛을 잃어 버린 지 오래, 주위만 겨우 붉게 물들일 뿐이었다. 해를 믿었던 하늘도 그 빛을 점점 잃어 갔다. 여행자는 의자 깊숙이 잠을 청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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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람이 소리를 만나니 바람에 손을 씻다. 김천령 (http://blog.daum.net/jong562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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