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하쌀 주문하여 직접 먹어보니
담백한 포장지에 싸인 봉하쌀이 왔습니다.
지난 10월 중순경 아내와 아이와 함께 봉하마을을 다녀온 적이 있습니다. 장례 전에 한 번 그리고 그 후 6월에 다시 다녀왔지만 묘역을 조성한 후 가본 적이 없어 들렀습니다. 마침 벼가 누렇게 익어가던 가을 들녘을 보던 아내가 올해는 봉하쌀을 사서 먹어보자고 하였습니다. 몇 해 전만 해도 시골에서 농사를 지으시던 부모님께 쌀을 대어먹고 있었지만 아버지께서 돌아가시고 난 후 노모 홀로 겨우 텃밭만 돌보고 있는 상황이라 근래에는 시장에서 쌀을 사먹고 있었습니다.
택배로 온 상자에는 2.5kg 봉지 2개가 담긴 우렁이쌀 5kg이 있었습니다.
봉하마을에서 돌아온 며칠 뒤 아내는 봉하마을 홈페이지에서 쌀을 주문하였습니다. 주문한 쌀은 봉하 우렁이쌀 5kg이었습니다. 2.5kg 봉지 2개를 담은 1상자라 하더군요. 가격은 20,000원이고 택배비는 2,500원 별도였습니다. 오리쌀도 있었는데 1kg 봉지 3개를 한 상자로 해서 3kg에 13,200원(택배비 별도 2,500원)이었습니다.
아내의 이야기로는 이 두 종류(오리쌀, 우렁이쌀)의 쌀로 각자의 필요에 따라 다양하게 살 수 있도록 여러 가지 상품 구성이 되어 있다고 하더군요. 일반쌀 보다는 약간 높은 가격이었으나 여느 친환경 쌀과는 비슷한 가격대라고 아내는 말하더군요.
주문한지 2주가 조금 넘은 지난 11일에 봉하쌀이 드디어 도착하였습니다. 수확과 도정 과정, 그리고 주문이 밀린 탓에 늦어졌다고 하더군요. 쌀은 다 똑같은 쌀이겠거니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아내와 저에게는 조금 각별한 쌀이었지요. 밥을 짓기 전에 사진 먼저 찍었습니다. 아내는 직업병은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지만 저는 이 첫 구입을 영원히 간직하고 싶었습니다.
밥알이 윤기가 나고 고슬고슬합니다. 그러면서도 차졌습니다.
이제 밥을 해야 한다는 아내의 강권에 카메라를 치우고 한 가지 제안을 했습니다. 그냥 이 쌀로만 밥을 해보자고 말입니다. 여러 잡곡을 섞어 매번 밥을 짓는 아내는 의아해했지만 봉하쌀 그대로의 향과 맛을 보자는 저의 제안에 동의하였습니다.
밥을 솥에 안치고 난 후에도 기다리는 시간이 지루했습니다. 여느 쌀과 똑같은 밥이 될 줄 알면서도 뭔가 다른 밥이 될 것이라는 호기심 때문이었습니다. 드디어 밥이 되었다는 신호가 왔고 그릇에 밥을 푸자마자 사진을 잽싸게 찍고 밥을 먹어 보았습니다.
햅쌀 특유의 고소한 향이 진동을 하였고 밥이 참 차지면서도 밥알 하나하나가 씹는 느낌이 좋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릴 적 가을 수확 후 처음 먹어본 햅쌀의 고소한 기억이 문득 떠오르더군요. 그날 오랜만에 쌀밥이 주는 행복에 식구들은 맛있는 식사를 하였습니다.
지금은 고인이 되었지만 농촌을 살리겠다는 당신의 꿈이 하얀 밥에 고스란히 담겨 있는 듯하였습니다.
지난 6월 국장으로 뒤늦게 시작한 봉하마을 생태공원 앞의 모내기 장면
▒ 바람이 소리를 만나니 바람에 손을 씻다. 김천령 (http://blog.daum.net/jong5629) ▒
'이야기가 있는 여행 > 또 하나의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를 슬프게 한 블로그, 까페 저작권 위반 천태만상 (28) | 2010.02.03 |
---|---|
바다 전망 좋은 찜질방, 완전 감동!!! (13) | 2010.01.25 |
비행기에서 본 황홀한 일몰과 야경 (7) | 2010.01.16 |
고양이도 무서워할 엄청나게 큰 쥐 ‘마라’ (13) | 2009.12.14 |
나무에게 대역죄 형벌을, 인간인 게 부끄럽다. (9) | 2009.11.19 |
여섯 살 아이가 쓴 첫 가을 여행기 (12) | 2009.11.01 |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본 가을 마이산 (11) | 2009.10.31 |
학교 교실에서 개을 키우다니...... (13) | 2009.10.08 |
봉숭아, 정말 손대면 톡 터질까? 동영상으로 촬영해 보니 (9) | 2009.10.07 |
폐교된 모교를 25년 만에 가보니....... (15) | 2009.10.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