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이야기가 있는 여행/또 하나의 일상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본 가을 마이산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마이산의 가을을 보다


 

 휴게소마저 없었다면 고속도로는 얼마나 삭막했을까. 질주에 대한 본능이 인간에게 있다고 하지만 쉬엄쉬엄 가는 옛 길이 그리운 것도 사실이다.


 

 전주에서 1박을 하고 아침에 모악산을 올랐다가 4일 동안 계속된 여정의 피로함에 곧장 집으로 향했다. 장수로 가는 길에 진안을 지나치게 되었다. 인근에 있는 마이산을 들를까 고민하였지만 이전에 두 번이나 다녀간 적이 있었고 정신은 이미 몸을 이탈하고 있어 그냥 지나치기로 마음먹었다.


 

 대신 예전에 고속도로에서 본 마이산 전경이 떠올라 진안 마이산휴게소에 잠시 들렀다. 간단히 요기를 한 후 휴게소 전망대로 올랐다. 낮은 구릉에 만들어진 전망대는 한눈에 보아도 시원한 곳이다.


 

 뒤로는 고속도로가 시원하게 달리고 있었고 앞으로는 귀를 쫑긋 세운 마이산이 성큼 다가왔다. 전망대가 있으니 정자도 있을 법하나 다소 생뚱맞다. 마이산을 본뜬 모형에도 나른한 가을 햇살이 나지막이 내리쬐고 있었다.


 

 아무도 없는 전망대가 낯설지만 가을바람이 선선하다. 하얀 억새가 햇살에 번득이고 쑥부쟁이가 바람에 하늘거린다. 질주하는 차들의 소음도 바람에 묻혀 아득하게만 느껴진다.


 

마이산은 가을이 제 맛이라고 했던가. 봄에는 돛대봉, 여름에는 용각봉, 가을에는 마이봉, 겨울에는 문필봉으로 불리는 마이산은 가을에야 온전한 제 이름을 갖게 된다.



 휴게소에서야 마이산의 겉모습만 볼 뿐이지만 마이산을 가보지 않은 이에게는 그 내면에 대한 궁금증을 일으킬 것이고 이미 다녀온 이들에게는 마이산에 담긴 추억을 되새김하기에 충분한 곳이다.




바람이 소리를 만나니 바람에 손을 씻다. 김천령  (http://blog.daum.net/jong56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