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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가 있는 여행/또 하나의 일상

여섯 살 아이가 쓴 첫 가을 여행기

 

 오늘 아침 일어나자마자 딸아이는 컴퓨터에 사진을 올려달라고 졸랐습니다. 일요일인데도 비가 온다고 해서 거의 두 달 만에 모처럼 집에서 느긋하게 쉬고 있었습니다. 지난 통영 동피랑 이후로 사진이 뜸하던 아이가 이번 가을에는 제법 사진도 열심히 찍고 수첩에 메모도 하더니 급기야 자기 사진을 올려달라고 난리입니다. 평일에는 아빠가 사진을 올려야하니 이번 주말에 혹시 아빠가 여행을 가지 않으면 아이가 찍은 사진을 올려 주겠다고 약속했더니 아침부터 재촉을 하여 이렇게 올립니다.

 

청량사에 갔다

자러 모탤에갔다

밥 먹으러 갔다

그 다음에 닭실마을에 왔다

그래서 자전거를 탔다

다리를 건넜다

석천정사를구경했다

축서사에 가서 사과도 찍었고 단풍도 찍었다

그래서 차를 타고 집으로 갔다


청량산에 있는 산을 찍었다.

청량산에 가서 돌도 찍고 냇가도 찍었다.

닭실마을에 가서 후토스 촬영하는 것을 찍었다.

축서사에 가서 탑을 찍었다.

축서사에 가서 절을 찍었다.

절 지붕을 찍었다.

돌아가다가 빨갛게 익은 사과를 찍었다.

약속대로 밑에 내려가서 단풍을 찍었다.

 


 여섯 살이라 아직 글이 많이 부족하니 예쁘게 봐 주세요. 사진은 우리 지아가 직접 찍고 자신이 마음에 드는 사진을 고른 건데, 후보정 없이 그대로 올립니다. 사진에 대한 설명글은 아이가 사진을 보고 말하는 걸 제가 받아 적은 것입니다.

바람이 소리를 만나니 바람에 손을 씻다. 김천령  (http://blog.daum.net/jong56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