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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비경

한강, 이곳에서 시작된다. '검룡소'





 

한강의 발원지, 검룡소


 

 검룡소로 가기 위해서는 태백에서 멀리 매봉산의 능선에 열 지어 서있는 풍차들을 바라보며 삼수령의 고개를 넘어야 한다. 해발 920m인 삼수령은 한강, 낙동강, 오십천의 발원지이다.


 

 이곳에 떨어지는 빗물이 북쪽으로 흘러 한강을 따라 황해로, 동쪽으로 흘러 오십천을 따라 동해로, 남쪽으로 낙동강을 따라 남해로 흐르는 분수령이라 하여 삼수령이라 하였다. 혹은 삼척 지방 사람들이 난을 피해 이상향인 황지로 가기 위해 이곳을 넘었다 하여 ‘피해 오는 고개’라는 뜻으로 ‘피재’라고도 하였다.


검룡소 가는 길

 달맞이꽃과 개망초 군락

 삼수령을 넘자 고랭지 밭이 나온다. 띄엄띄엄 한 두 농가만 있을 뿐 마을이라고는 없는 이곳에 천만 명 이상의 젖줄인 한강의 발원지가 있다는 것이 도무지 믿기지 않는다. 사람이 살지 않는 폐가들도 종종 눈에 들어온다. 강의 하류는 심각하게 오염되었어도 수천만의 사람들이 살고 있고, 먼지 하나 들어갈 수 없는 맑은 강의 상류에는 사람들이 도리어 집을 떠나니 참으로 아이러니한 일이다.


 

 검룡소가 있는 금대봉 일대는 자연생태계의 보고로 관리가 엄격하다. 카메라를 보더니 삼각대는 없냐고 관리인이 물었다. 없다고 했더니 삼각대는 가지고 들어갈 수 없다고 하였다. 삼각대로 촬영하면서 야생화 등을 짓밟는 경우가 있어 통제를 한다는 것이었다. 오늘 아침에도 독사가 나타났다며 지정된 등산로만 다니고 풀숲에 함부로 들어가지 말라며 샌들만 신은 나를 걱정한다.


 

 검룡소 가는 길은 내내 즐겁다. 부드러운 흙길과 숲이 울창한 오솔길, 발바닥에 적당한 긴장을 주는 자갈길, 푸른 이끼가 청정한 계곡길. 깊은 자연에 온 몸을 맡기고 마냥 걸어가는 생명의 길이다.


 검룡소는 석회암반에서 물이 솟는다. 물이 너무 맑아 솟는 흔적조차 찾기 힘들다.

 길옆으로는 각종 야생화들이 꽃을 피우고 있다. 싸리꽃, 달맞이꽃, 개망초, 은마타리 등 이루 다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숲속에서 작은 얼굴들을 내밀고 있다.



 햇빛에 잠시 몸이 드러나는가 싶더니 다시 시원하게 그늘진 숲길이 나온다. 산책을 즐기는 사람들만 조용히 걷고 있어 길은 무척이나 한가롭다. 저마다 자연에 깊이 호흡하며 발에 감기는 흙의 기운을 느끼려 한다.


  이처럼 맑은 물을 본 적이 없다. 수심이 1m 는 되어 보였으나 묽이 맑아 바닥의 돌까지 선명히 보인다.

 숲길이 끝나자 계곡의 물 흐르는 소리가 우렁차게 들린다. 수십 년 아니 수백 년은 됨직한 두툼하고 푸른 이끼는 이곳이 한강의 발원지라고 믿음의 시간을 강조하는 듯하다.


 

 검룡소 못미처 용트림을 하는 듯이 휘어지며 층층 물을 떨어뜨리는 폭포가 보인다. 전설에 의하면 서해에 살던 이무기가 용이 되려고 강줄기를 거슬러 올라와 이 소에 들어가기 위해 몸부림친 흔적이 지금의 폭포라고 한다.


 

 폭포에서 얼마간 오르니 이내 길의 끝이다. 난간 아래를 보는 순간 믿기지 않는 광경이 펼쳐졌다. 물이 어딘가에서 흘러내릴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땅에서 물이 솟아났다. 너무나 물이 맑아 솟아오르는 흔적을 찾기는 쉽지 않으나 하루에 2,000여 톤의 지하수가 석회암반을 뚫고 솟아 폭포를 이루며 쏟아진다.


 이무기가 소에 들어가기 위해 몸부림쳤다는 폭포

 한강의 발원지로 여겨지는 이곳은 물이 솟아나는 굴속에 검룡이 살고 있다 하여 검룡소라 불리었다. 검룡소가 발견되기 이전에는 한강의 발원지가 강원도 평창 오대산의 산샘 우통수라고 알려져 왔다. 그러다가 두 물줄기가 합수되는 지점인 나전 삼거리에서 정확하게 측정을 한 결과 검룡소가 31km 더 길다는 결과로 이곳이 공식 한강발원지로 지정되었다.


 

 사실 이곳에서 1.5km 떨어진 금대봉 기슭에 있는 제당굼샘과 고목나무샘, 물골의 물구녕 석간수와 예터굼에서 솟아나는 물이 지하로 스며들어 이곳 검룡소에서 다시 솟아나는 것이므로 엄밀히 말해 제당굼샘을 발원지로 주장하는 이들도 있다.


 

 이곳의 수온은 사계절 9도를 유지한다. 검룡소에서 솟아오른 물은 정선의 골지천과 조양강, 영월의 동강을 거쳐 단양·충주·여주로 흘러 경기도 양수리에서 한강에 흘러든 뒤 서해로 들어가는 장장 일천삼백여리 514km에 달한다.


매봉산 풍력 단지
바람이 소리를 만나니 바람에 손을 씻다. 김천령(http://blog.daum.net/jong56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