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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비경

이틀 동안 찾아 헤맨 아홉 비경 쌍곡구곡

 

이틀 동안 찾아 헤맨 아홉 비경 쌍곡구곡
괴산여행⑨ - 퇴계 이황과 송강 정철이 즐겨 찾던 쌍곡구곡

 

구곡의 으뜸인 화양구곡 못지않다는 쌍곡구곡의 비경을 찾기로 하였다. 괴산읍내에서 1박을 한 후 쌍곡계곡으로 향했다. 군청에서 얻은 안내책자의 지도를 찬찬히 들여다보았으나 1곡인 호롱소를 지나쳐버렸다. 국립공원관리사무소에 들러 호롱소의 위치를 물으니 금방 지나왔다고 하였다. 아무런 안내판이 없어 유심히 보지 않은 자신을 질책하였다. 쌍계구곡은 2곡인 소금강, 5곡인 쌍벽, 7곡인 쌍곡폭포, 8곡인 선녀탕에만 안내문이 있다. 그것도 유심히 보지 않으면 그냥 지나치기 십상이다.


내가 선택한 구곡의 위치를 확인하는 방법은 아주 원시적이었다. 안내책자에는 구곡간의 거리라던가 소요시간이 전혀 나와 있지 않았기 때문에 지도에서의 거리와 실제 이동거리를 비교하여 다음 장소의 위치를 가늠하여 찾는 방법이었다. 이 원시적이고 감각에 의존하는 방법이 8곡 선녀탕까지는 적중하였다. 문제는 9곡 마당바위였다. 지도상의 거리와 나머지 장소간의 거리를 역으로 유추하였는데도 도무지 찾을 수 없었다. 한 시간여를 헤맨 끝에 결국 포기하였다. 나름의 여행 철칙이 있다면 노력은 하지만 무리는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여유가 있는 여행이 자칫 집착하여 여행을 망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쉬우면 아쉬운 대로. 그래야 다음이 있지 않겠는가.


9곡 마당바위는 다음날 결국 찾게 되었다. 공림사로 가던 길이었는데 마침 쌍곡구곡을 다시 지나게 되었다. 혹시나 싶어 속리산국립공원 관리사무소에 다시 들렀다. 전날 여행자를 본 적이 있는 직원이 아는 체를 했다. 9곡 마당바위를 찾을 수 없었다고 하자 선녀탕 바로 위에 있다고 하였다. ‘바로 위’ ‘금방’ 이라는 말은 편리하지만 때론 목마른 이에게 갈증만 줄 뿐이다. 이럴 때는 소요시간을 물어보는 것도 의미가 없다. 대충 눈짐작으로 선녀탕에서 몇 미터가 될 것 같으냐고 물었더니 100여 미터라고 한다. 이것이 정답이다. 길가에서 보이느냐고 되물었다. “길에서 보면 엄청 넓은 너럭바위가 보입니다.”라고 확신에 차서 답하였다. 길에서 마당바위가 있는 계곡까지 10여 미터 정도라는 마지막 이야기를 듣고 나서야 인사를 꾸벅하고 사무소를 나왔다. 사실 전날 이 일대를 샅샅이 훑었으나 울창한 숲으로 인해 찾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겨울이라면 나뭇잎이 없어 길에서도 쉽게 눈에 띄었겠지만 말이다.

 

쌍곡구곡은 충청북도 괴산군 칠성면 쌍곡리에 있는 계곡이다. 산수가 아름다워 퇴계 이황, 송강 정철 등 많은 유학자와 문인들이 즐겨 찾던 곳이다. 주위에는 칠보산, 보배산, 군자산, 비학산 등의 명산이 많이 있다. 울창한 소나무숲과 기암 계곡 사이로 흐르는 물은 곳곳에 비경을 이루고 있어 예로부터 괴산팔경의 하나로 손꼽혀왔다. 쌍곡은 제수리골과 방아골의 두 개의 내와 골짜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옛날에는 쌍계라고도 불렀다. 쌍곡구곡은 그 가운데 빼어난 9군 데를 뽑아 구곡이라 불렀다고 한다.

 

제1곡 호롱소계곡물이 꺾이며 생긴 넓고 잔잔한 소가 주위의 바위와 노송이 어우러져 절경을 이루고 있다. 절벽에 호롱불처럼 생긴 큰 바위가 있어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제2곡 소금강은쌍곡구곡의 극치로 금강산의 비경처럼 아름답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소금강은 계절마다 변하는 모습이 절경을 이룬다고 한다.


 

제3곡 떡바위는 시루떡을 펼쳐 놓은 것처럼 생겼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며 이 바위 근처에 살면 먹을 것을 걱정 안 해도 된다는 전설로 사람들이 모여 살기 시작했다고 한다.

 

제4곡 문수암은 소와 바위를 타고 흘러내리는 물줄기가 노송과 조화를 이룬다. 떡바위 동쪽 200m 지점에 있다. 예전 바위 밑 동굴에 문수보살을 모신 암자가 있었다고 한다. 칠보산 산행의 들머리다.


 

제5곡 쌍벽은 계곡 양쪽에 마치 깎아 세운 듯한 10m 높이의 바위벽이 서로 마주보며 장관을 이룬다.

 

제6곡 용소는 암석을 타고 흐르는 물줄기가 바위웅덩이를 휘돌며 장관을 연출하는 곳이다. 옛날에 용이 승천했다는 전설을 간직하고 있는 이곳은 명주실 한 꾸러미가 다 풀릴 만큼 깊은 소였다고 한다. 지금도 시퍼런 소를 보면 오금이 저릴 정도다.


 

제7곡 쌍곡폭포는 수줍은 색시 같은 폭포다. 물줄기가 여인의 치마폭처럼 펼쳐져 반석을 타고 흐른다. 폭포는 그다지 높지 않으나 200여 평에 달하는 넓은 호수 같은 소가 시원한 기운을 낸다.


 

제8곡 선녀탕에는 폭포와 물이 떨어지는 곳에 지름 10m, 깊이 2m의 소가 있다. 선녀들이 달밤에 내려올 것 같은 곳이다.


 

제9곡 쌍곡구곡의 최상류에 위치한 장암은 40여 미터의 반석으로 이루어져 있어 족히 백여 명은 앉을 정도로 마당처럼 넓다. 장암(마당바위)은 모양이 마당처럼 넓다 하여 붙여진 이름으로 주위 소나무 숲이 울창해 한여름에도 더위를 느낄 수 없을 만큼 시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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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소리를 만나니 바람에 손을 씻다.  김천령  (http://blog.daum.net/jong562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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