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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물고 싶다

정선아리랑에 ‘아우라지’를 건너다



 

정선아리랑에 ‘아우라지’를 건너다

하진부에서 나전을 지나 아우라지 가는 길 내내 천변경승인 '오대천'을 옆구리에 끼고 간다.

 하진부에서 나전을 지나 정선으로 들어서는 59번 국도는 어디를 지나도 눈 돌리는 곳마다 천변경승인 오대천을 끼고 가는 길이다. 산굽이를 돌고 돌아 여량에 이르면 정선 땅에서 하늘을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평지를 만나게 된다.


 

 여량. 아우라지로 유명한 이곳은 토질이 비옥하여 농작물이 풍작을 이루어 식량이 남아돌았다 하여 여량餘糧이라 하였다고 한다. ‘아우라지’는 예로부터 산이 곱고 물이 좋아 많은 사람들이 찾곤 하였다.

 

 

 두 갈래의 물길이 어우러진다고 해서 ‘아우라지’라고 불리고 있다. 평창 발왕산에서 발원하여 흐르는 송천(구절천)과 중봉산에서 발원하여 흐르는 골지천이 합류하는 곳이 이곳 아우라지이다. 이 두 물줄기가 한데 어우러져 조양강을 이루고 다시 오대천을 만나 좀 더 굵어진 물줄기는 정선읍 가수리에서 지장천과 합류하여 동강이 되어 남한강으로 흘러간다.


 정자 왼쪽이 양수인 송천, 오른쪽이 음수인 골지천이다.

 이곳 사람들은 송천을 양수, 골지천을 음수로 여겨 여름 장마 때 양수가 많으면 대홍수가 나고 음수가 많으면 장마가 끊긴다고 믿고 있다. 골지천이 부드럽고 잔잔히 흐르는데 비해 구절천(송천)은 돌이 많아 거칠게 흐른다.


 매년 7월 말에 아우라지에서는 '뗏목축제'를 한다. 올해는 지난 7월 31일 부터 8월 2일까지 개최하였다.

 이곳의 물은 겉보기에는 잔잔하고 얕아 보이지만 강심으로 나아가면 물이 맑고 깊숙함을 금세 알 수 있다. 강변 돌밭이 넓은데 비해 강폭은 좁은 편이다. 옛날 이곳은 나루가 있어 배로 강을 건넜다.


 양수인 송천(구절천)

 물이 줄어드는 늦가을에는 통나무를 얼기설기 매어 나무다리(섶다리)를 놓았고 물이 불어나 다리가 떠내려가면 뱃사공이 뱃삯을 받고 사람들을 아우라지 이쪽과 저쪽으로 실어 날랐다. 지금은 관광객을 위한 나무다리와 줄배가 이용되고 있다.


 

 아우라지에서 배로 강을 건너기로 하였다. 입장료는 편도 500원이다. 뱃사공은 구수한 입담으로 아우라지에 대한 사설을 늘어놓았다. 이곳은 남한강 물길 따라 목재를 운반하던 뗏목터로 유명하였다. 조선 말 경복궁을 지을 때에는 한양까지 목재를 떼로 엮어 물길을 따라 보냈다고 한다. 이때 전국에서 모여든 뗏꾼들의 아라리 소리가 끊이지 않던 곳이다.


 

아우라지 뱃사공아 배 좀 건네주게

싸리골 올동백이 다 떨어진다

떨어진 동백은 낙엽에나 쌓이지

잠시 잠깐 님 그리워 나는 못살겠네

나룻배로 강을 건너고 다시 징검다리를 겅충겅충 건너면 합수머리에 아우라지처녀상이 있다.


 

 아우라지처녀상과 관련하여 몇몇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 결혼을 약속한 뱃사공 총각이 떼를 팔아 돌아오면 처녀와 결혼을 하기로 하였으나 영영 돌아오지 않자 매일 기다리던 처녀도 아우라지에 몸을 던져 목숨을 끊어 마을 사람들이 처녀의 영혼을 달래기 위하여 처녀상을 세웠다고 한다.


 

 한편 여량의 한 처녀가 강을 건너 시집을 가던 날, 하객과 친척들을 많이 타고 있던 배가 무게 중심을 잃고 뒤집혀 처녀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게 되었다. 그 뒤로 해마다 두세 명씩 이 물에서 목숨을 잃게 되었는데, 신기하게도 처녀상을 세운 뒤로는 그런 일이 없어졌다고 한다. 여송정 옆의 1987년에 건립된 처녀상은 99년에 새로 제작되어 설치하였다.


 

 정선아리랑의 발생은 600년 전 조선 초기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고려왕조를 섬기던 선비들이 정선지방(지금의 거칠현동)에 숨어 살면서 지난날의 회상, 가족과 고향에 대한 그리움 등을 한시로 읊었다. 이것이 후대로 오면서 민간에 뿌리내린 것이 정선아리랑이다.


 음수인 골지천

눈이 올라나 비가 올라나 억수 장마가 질라나

만수산 검은 구름이 막 모여든다

명사십리가 아니라면 해당화는 왜 피며

춘삼월이 아니라면 두견새는 왜 우나


 뗏목 축제 기간 동안 옛날 떼를 실어 보내던 장면를 재현한다.

 정선 사람치고 아라리 한가락 못하는 이가 없다고 한다. 수백 년을 이어온 노랫말에 다시 새로운 노랫말을 보태고 있어 정선아리랑은 완성이 아니라 언제나 미완성의 끝내 완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사람들에게 불리고 있다.



바람이 소리를 만나니 바람에 손을 씻다. 김천령(http://blog.daum.net/jong56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