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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물고 싶다

몽환적 안개 속의 대관령 양떼목장 풍경



 

비오는 날, 대관령 양떼목장 풍경


 

 해발 800m가 넘는 고원지대에 있는 영동과 영서를 연결하는 관문인 대관령을 찾기로 하였다. 횡성을 출발하기 전에는 일행 모두가 깊은 기대가 있었다. 이날따라 구름이 뭉게뭉게 하늘을 뒤덮고 있었고 햇빛은 구름 사이를 비추어 여름날의 아름다운 하늘을 보았기 때문이었다.


 

 내심 대관령에서의 멋진 일몰과 운해도 기대해봄직하지 않나 하는 섣부른 기대도 있었다. 횡계 나들목을 빠져나오면서 기대는 우려로 바뀌었다. 안개가 앞을 온통 가로막더니 급기야 비까지 내리기 시작하였다.


 

 양떼목장 입구에 이르니 비가 거세지기 시작하였다. 너나 할 것 없이 우의를 하나씩 사서 입기 시작하였다. 양떼목장으로 가는 길은 걷기 좋은 흙길이었다. 비가 내려 약간은 질척하였지만 오히려 걷는 맛이 한결 좋았다.


 

 양을 볼 수 있느냐는 아이들의 성급한 조바심은 어른들마저 혹시나 하는 우려를 갖게 하였다. 매표소에서 입장권을 끊은 뒤- 사실 입장료라기보다는 양들에게 먹일 건초더미를 1인당 3천원에 판매하여 양 먹이주기 체험을 할 수 있게 하였다. - 목장으로 향하였다.



 

 얼마간을 지나니 안개 속으로 양떼들이 보이기 시작하였다. 아이들은 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냅다 뛰기 시작하였다. 안개와 비가 시야를 가렸지만 눈앞에 드넓은 초원이 있음은 쉬이 짐작할 수 있었다.



 

 대관령 정상에 있는 이 양떼목장은 62,000여 평의 푸른 초지에 200여 마리의 양들이 있다고 한다. 맑은 날이 아니었음에도 이곳의 목가적인 풍경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었다.



 

 비가 오지 않았더라면 황혼녘의 노을과 이국적인 목장 풍경을 맛볼 수 있으리라는 아쉬움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는 노릇이었다. 다만 안개인지 비인지 구분이 되지 않는 목장의 또 다른 풍경에 일행들은 만족하였다.


 

 움막 너머 고갯길을 넘는 사람들과 안개 속의 초지에 몽환적으로 서 있는 나무들을 뒤로 하고 축사로 향했다. 비가 와서인지 축사 안은 양 먹이를 주려는 사람들로 붐비었다.


 

 저마다 건초를 담은 작은 바구니를 양들에게 내밀어 먹이를 주었다. 아이들은 신기해하였고 어른들은 그런 아이들의 모습을 대견스러워 하였다. 멀찌감치 떨어져 구경하는 이들도 양들과 무언의 대화를 나누곤 하였다. 비 내리는 소리와 안개가 감싸는 고원의 바람에 저마다 오랜 도시생활에 찌든 남루한 일상을 벗어 던졌다.


바람이 소리를 만나니 바람에 손을 씻다. 김천령(http://blog.daum.net/jong56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