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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마애불

서산마애삼존불-시사 주간지 '시사IN'

블로거와 떠나는 아주 특별한 여행
블로그에는 론리플래닛보다 더 친절하고 정교한 ‘길 안내’가 가득하다. 낯선 만남과 정겨운 풍경이 빼곡한 여행기를 읽다 보면 어느새 발바닥이 근질거린다. 그 가운데 우리 등을 떠미는 이야기를 소개한다.
[46호] 2008년 07월 29일 (화) 14:41:52 오윤현 기자 noma@sisain.co.kr
   
ⓒ시사IN 한향란
블로거의 여행기를 읽다 보면 어느새 마음이 바다와 산, 유적지와 다른 나라에 가 있다.

여행자들에게 블로그는 구글 어스(earth.google.com)와 론리플래닛(www.lonelyplanet.com)보다 더 정교하고 친절한 지도이자 길라잡이다. 만화경처럼 그 안에는 우리가 미처 몰랐던, 이제껏 보지 못했던 세상 이야기가 가득하다. 그 가운데 여름 휴가에 도움이 될 만한 이야기를 추려 싣는다.
 
   
ⓒ김천령
보호각을 걷어낸 뒤 미소를 되찾은 마애삼존불.
▒ 더 신비로워진 ‘백제의 미소’


몇 번 가본 여행지라도 동행자에 따라, 계절에 따라, 시간에 따라 그 느낌이 달라진다. 최근 보호각을 걷어낸 서산 마애삼존불은 더욱더 그렇다. 여행 전문 블로거 김천령씨(neowind.tistory.com)가 되살아난 ‘백제의 미소’를 만났다.
 <오랜만에 함께 떠나는 여행이다. 애초 변산으로 갈 예정이었다. 그런데 일행 중 한 분이 뜬금없이 “서산마애불을 보고 싶다”라고 하자 모두 맞장구를 쳤다. …10여 년 전, 가야산 자락의 마애삼존불을 찾아가던 두근거림이 아직도 느껴진다. 첫날밤 신부의 옷고름을 쑥스럽게 푸는 심정이었다. 당시에는 마애삼존불을 보호하는 전각이 있었다. 이 보호각을 지난 7월1일 완전히 들어냈다.

6세기 말~7세기 초 유물로 추정되는 마애삼존불은 1400여 년 이상 비바람에 고스란히 노출되어 있었다. 1965년 자연으로 인한 훼손을 막기 위해서 문화재청이 보호각을 씌우면서 ‘백제의 미소’가 사라졌다. 그 미소를 찾으려 서산마애불에 전등을 비추곤 했다. … 43년 만에 되살아난 백제의 미소. 가운데에 본존인 여래가 있고 왼쪽에 보살상, 오른쪽에 반가상이 있다.

 …햇빛이 비치는 마애삼존불의 얼굴에 장난기가 가득하다. 그리고 햇빛의 방향에 따라 표정이 시시각각 바뀐다. 바위에 생명을 불어넣은 것만 해도 대단한데, 미소까지 살아 있으니 경이 그 자체다. …여행자는 오래 머물고 싶었다. 그러나 해가 떨어지면 더욱 신비로울 마애삼존불과 애써 작별을 고해야만 했다. 첫날밤을 치르고 먼 길 떠나는 새신랑처럼 복잡한 마음에 쉬이 발걸음을 뗄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