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정자의 풍류와 멋

숲속의 운치, 한 폭의 그림이 따로 없네! 열화정

 

 

 

 

 

 

 

 

숲속의 운치, 한 폭의 그림이 따로 없네! 열화정

 

 

대숲이 울창한 보성 강골마을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은 열화정이다. 마을의 제일 높은 자리에 깊이 침잠해 있는 열화정에 오르면 한 폭의 그림이 따로 없다. 정자로 가는 길에 깔린 박석의 리듬감과 쭉쭉 뻗은 대나무와 푸르른 댓잎이 싱그럽다. 나무 그림자가 멱을 감는 연못도 아름답지만 건물 자체가 주는 그윽함도 비길 데가 없다.

 

 

대숲 사이를 졸졸졸 흐르는 개울을 따라 올라가면 낮은 담장이 둘러쳐 있고 작은 문이 달린 일섭문(日涉門)이 민얼굴을 드러낸다. 무대의 장막을 걷어내듯 삐꺼덕거리는 문을 살포시 열어젖히면 마당 위 높은 곳에 자리한 열화정이 아름다운 자태를 드러낸다.

 

 

 

열화정은 1845년(헌종 11) 이진만이 후진양성을 위해 지은 정자다. 1845년 쓴 ‘열화정기(悅話亭記)’에는 도연명이 쓴 ‘귀거래사(歸去來辭)’에 나오는 “친척과 정이 오가는 이야기를 나누며 기뻐하다(열친척지정화, 悅親戚之情話)”라는 글을 따서 열화정(悅話亭)이라 이름 붙였다 적고 있다.

 

 

일각문인 일섭문(日涉門)도 도연명과 관련되어 이름 붙인 것이다. “날마다 동산을 거닐며 즐거운 마음으로 바라본다(원일섭이성취, 園日涉以成趣)는 구절로 향촌에서 소요하며 스스로 즐기는 선비의 풍모를 나타낸 글귀다.

 

 

이곳에서 이진만의 손자 이방회는 당대의 석학 이건창 등과 학문을 논하였다. 열화정은 한말의 의병으로 유명한 이관회, 이양래, 이웅래 등을 배출한 곳이기도 하다. 정자 맞은편 안산에 만휴정을 별도로 지어 전원의 정취를 즐겼다 하나 지금은 흔적만 남아 있다.

 

 

 

열화정은 앞면이 4칸이고 옆면이 2칸인 'ㄱ'자형의 누마루집이다. 집의 구성은 가로 2칸에 방이 위아래로 있고, 세로 2칸에는 누마루가 있다. 방의 앞뒤에는 툇마루를 내었다. 특히 정자 뒤편으로 헛기둥을 세워서 헛퇴를 둔 점이 특이하다. 아랫방 뒤에는 골방이 있고 방 아래쪽에는 불을 지피기 위한 아궁이 공간이 있다.

 

 

 

집은 자연석으로 허튼층쌓기를 하였는데 그 가로줄이 정연하여 바른층쌓기로 보이기도 한다. 높은 축대 위에 되는 대로 생긴 덤벙주춧돌을 놓고 둥근 두리기둥을 세워 건물을 올려서인지 날렵해 보일 정도로 시원하다.

 

 

방 앞 툇마루를 거쳐 정자에 오른다. 높직한 누마루 처마에는 ‘연정(蓮亭)’이라는 현판이 별도로 걸려 있다. 내려다보이는 연못을 염두에 둔 이름이겠다. 누마루에는 앞과 양옆으로 쪽마루를 내밀고 계자난간을 둘러쳐서 한층 품격을 더했다. 그 앞으로 활주를 2개 세워 건물의 안정성을 기하고 품격을 높였다.

 

 

 

 

누마루에 누워 천장을 보니 살처럼 사방으로 쭉쭉 뻗은 서까래의 자연스러움이 시원하기 이를 데 없다. 바람이 사방으로 드나들고 기둥 사이로 들어오는 하늘과 갖은 화초와 수목들이 한 폭의 그림처럼 다가온다. 별천지가 따로 있겠는가. 이곳이 마치 신선의 세계인 양 자연 마음이 들떴다. 정자의 운치란 무릇 이런 게 아닌가 싶다.

 

 

 

정자 주위로는 아름드리 동백나무 수 그루가 심겨 있어 운치를 자아내고 멀찍이 둘러쳐진 담장을 대숲이 울울하게 감싸고 있어 더욱 그윽하고 깊다.

 

 

열화정의 누마루 기둥을 높이고 연못 주변에 담을 쌓지 않는 데에는 다른 이유가 있었다. 과거 마을 건너편 오봉산과 득량만 바닷가를 조망하기 위해서란다. 그러나 지금은 울창한 숲이 사방을 덮고 있어 그 뜻을 알 길이 없다.

 

 

연못은 정자와는 반대로 ‘ㄴ’ 자 형태다. 정자가 ‘ㄱ’ 자다 보니 균형을 맞추기 위해 ‘ㄴ’ 자로 파서 마당의 석축 형태가 확장된 것으로 보이기도 하고, 연못이 있는 동쪽으로 담이 없는 것을 보완하기 위한 것과도 관련되어 보인다.

 

 

 

연못가에는 팽나무 한 그루가 심겨 있어 쉼터 구실을 하는데 그 아래에 석재들이 널브러져 있다. 특이한 것은 연못 안에 석물 한 기가 있다는 것이다. 과거에는 연못 가운데에 석탑이 있었는데 마을에 있는 이용욱 가옥으로 옮겨갔다고 한다. 연못 주위의 석재와 석탑 등이 인근에서 수집된 것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깊은 숲 가운데에 자리 잡은 열화정은 햇빛 넘치는 마당과 소박한 연못, 아담한 일각문, 목련․석류․벚나무․대나무 등 온갖 나무들이 주변의 숲과 어울려 아름다운 공간을 연출해낸다. 별다른 정원시설 없이도 아름다움으로 충만한 우리 원림의 자연스런 아름다움을 이곳에서 볼 수 있다. 열화정은 1984년 1월 10일 중요민속자료 제162호로 지정됐다.

 

 

 

추천은 새로운 여행의 시작, 오른쪽 '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