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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물고 싶다

고택의 아침을 연 새들의 귀여운 몸짓!

 

 

 

 

 

고택의 아침을 연 새들의 귀여운 몸짓!

 

 

소리와 다향의 고장, 보성에는 강골마을이라는 곳이 있습니다. 오봉산 아래 득량역에서 기차를 내려 10여 분 남짓 걸어가면 대숲에 둘러싸인 아늑한 마을이지요.

 

 

 

강골마을에서 가장 위쪽에 있는 오봉생가에서 하룻밤을 잤습니다. 대저택은 아니지만 옛 식이 구석구석 배어 있는 아주 옹골찬 고택입니다.

 

 

100년이 넘은 이 집은 앞을 제외하곤 사방이 대숲으로 둘러싸여 바람이 불면 대나무들이 숲의 노래를 부르곤 하지요.

 

 

무엇보다, 따뜻한 주인 할머니를 뵈면 마치 외가에 온 듯 편안함을 느끼게 됩니다.

 

 

게다가 입구부터 안채까지 이어지며 바깥과 안을 잇는 소통의 둥근 디딤돌은 퍽이나 인상적입니다.

 

 

이 고택의 아침을 여는 건 새소리였습니다.

 

 

지난밤에는 주인 할머니가 불을 넣어 뜨끈뜨끈한 구들방에서 일찍 잠들었지요.

 

 

밤새 소쩍새가 구슬피 울더니만요.

 

 

온갖 새들이 합창을 하는 바람에 새벽에 잠을 깼습니다.

 

 

그러곤 고택의 선연한 아침을 맞이했습니다.

 

 

아침에 득량만과 마을을 한 바퀴 둘러보고 정성이 가득한 시골밥상을 먹었습니다.

 

 

고택으로 돌아와 짐을 꾸리고 길을 나서려다 아쉬움에 잠시 안채 툇마루에 걸터앉았습니다.

 

 

주인 할머니와 이런저런 얘기를 더 나누며 이별의 아쉬움을 달랬지요. 마음 같아서는 며칠을 더 머물고 싶었지만요.

 

 

마당에는 햇빛이 넘치기 시작했고 그 빛을 따라 새들이 날아들기 시작했습니다.

 

 

지붕 위에도 담장 위에도 절구 위에도 나뭇가지에도 마당에도 우물가에도... 새들은 제 마음 내키는 대로 왔다갔다 수선을 떨었습니다.

 

 

한참이나 그들의 움직임을 따라 그들의 소리를 들으며 우두커니 툇마루에 앉아 있었습니다.

 

 

귀는 여전히 그들의 노래로 가득 찼고 햇빛은 마당에 넘쳐나고 시선은 어디에 머물지를 못했습니다.

 

 

뒤태를 보였다가도 입을 쩍쩍 벌리기도 하고 모이를 쪼는 시늉까지, 잠시도 가만히 있질 못하고 바지런을 떨었습니다.

 

 

마당을 가로지르는 빨랫줄에 참새가 앉아주기를 기다렸습니다. 우리가 앉은 툇마루와 가깝다 보니 앉았다가도 금세 날아가 버립니다.

 

 

“기다려보시오. 금세 날아올 테니.”

 

주인 할머니의 느긋함에 다시 기다립니다.

 

 

그러기를 몇 번, 빨랫줄에 참새 한 마리가 앉더니 온갖 귀여운 척 아양을 떨었습니다. 모두들 한참을 웃었고 여행자는 부지런히 카메라에 담았습니다.

 

 

10시나 되었을까요. 이제 정말 떠나야 했습니다. 전날 약속한 득량역 역전이발소 할아버지와의 인터뷰가 잡혀 있기 때문입니다. 미적거리며 떨어지지 않은 발걸음을 겨우 옮겼습니다. 새들은 여전히 아침을 붙들어 매듯 짖어대고 있었습니다.

 

 

 

추천은 새로운 여행의 시작, 오른쪽 '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