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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물고 싶다

바다를 끼고 달린 동해안 버스기차여행

 

 

 

 

바다를 옆구리에 끼고 달리다. 동해안 버스기차여행

- 강원도 고성에서 동해까지 -

 

고성 왕곡마을에서 7번 국도를 향해 걸었다. 고갯길 너머로 수평선 위로 솟은 듯한 짙푸른 동해가 멀리 보인다. 여차하면 봄을 삼킬 태세다. 조금은 쌀쌀한 강원도의 날씨, 봄날 오후의 따스한 햇볕은 그나마 위로가 되었다.

 

 

식당 아주머니는 국도 7호선의 정류장에 서면 속초 가는 버스가 있다고 했다. 한참을 걷고 있는데 멀리서 버스가 보인다. 무작정 뛰기 시작했다.

 

 

버스번호가 상큼하다. 1-1번 버스였다. 시내버스인데 4차선 국도를 쌩쌩 달리니 조금은 불안하다. 그것도 잠시, 차창 밖으로 펼쳐지는 바다 풍경에 금세 푹 빠져버렸다. 속초까지는 한 시간 정도 걸린다고 기사는 말했다. 요금은 2600원. 시와 군의 경계를 넘나들다 보니 거리 간 요금이 적용되고 있었다.

 

 

솔숲에 우뚝 솟은 청간정의 자태가 시원스럽다. 남한 땅에서 가장 북쪽에 있는 ‘관동팔경’이다. 정자 안쪽에는 조선시대의 명필 양사언과 문장가 정철의 글씨, 숙종의 어제시를 비롯하여 이승만 전 대통령, 최규하 전 대통령의 친필도 있다.

 

 

청간정 앞 바다에 떠 있는 섬 하나, 죽도도 보인다.

 

 

 

멀리 울산바위가 보이고 그 너머로 설악이 보이는가 싶더니 영랑호가 햇살에 번득이며 모습을 드러냈다.

 

 

속초시외버스터미널에 도착하니 서울 가는 버스는 두어 시각 후에나 있다고 했다. 주말이라서 그런 모양이다. 기다리기도 마땅치 않아 남쪽으로 가는 버스를 타기로 했다. 일단 강릉으로 가서 동해로 갈 지 삼척까지 갈 지를 결정하기로 했다.

 

 

속초에서 강릉까지의 버스 요금은 6300원. 버스는 한 시간 정도 달리더니 강릉에 도착했다. 도시는 조용했다. 동해로 가는 기차 시간이 아직 한 시간 정도 여유가 있었다. 강릉 임영관 삼문(객사문)에 잠시 들르기로 했다. 택시 요금은 2500원 정도 나왔다.

 

 

택시 기사에게 객사문으로 가자고 했더니 고개를 갸우뚱했다. '임영관'이라고 재차 말하자 그제야 아는 체를 한다. 새로이 복원된 임영관과 객사문, 칠사당을 둘러봤다. 국보 제51호인 강릉 임영관 삼문(객사문)은 고려시대에 지은 강릉 객사의 정문이다. 주심포 건축의 정수로 빼어난 비례와 아름다움을 자랑한다. 간결하고 소박한, 그러면서도 세련된 조각 솜씨에 한참을 올려다보았다. 기둥의 가운데가 불룩한 배흘림도 눈길을 끌었다.

 

 

기차 시간에 맞추어 강릉역에 도착. 넓은 광장에 단층으로 된 역사 건물이 소박하다. 이곳에서 영동선은 시작된다. 바다를 옆구리에 끼고 달리는 기찻길은 생각만 해도 설렌다. ‘솔향 강릉’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지척에 바다와 소나무가 있다.

 

 

강릉에서는 바다열차가 별도로 운영된다. 역에는 동해역과 삼척역처럼 바다열차 포토 존이 있어 마치 바다열차에 탄 것처럼 사진을 찍을 수 있다. 강릉에서 동해까지의 기차요금은 2800원. 기차는 자주 있었다. 일단 동해까지 가기로 하고 바다 쪽의 창에 앉았다.

 

 

역을 벗어나는가 싶더니 어느새 창밖으로 동해가 펼쳐진다. 바다가 이렇게 가까웠었나.

 

 

잠시 달리던 기차가 멈춘 곳은 정동진. 역 바로 앞이 바다다. 드라마 <모래시계> 이후 누구나 한 번쯤 찾거나 찾아오고 싶어 하는 곳. 다행히 반대편에서 오는 기차를 기다리느라 기차는 잠시 정차했다. 광화문의 정동 쪽에 있어 붙여진 이름 정동진역. <모래시계>에서 윤혜린(고현정)이 소나무 옆에서 기차를 기다리다 경찰에 잡히는 모습과 잔잔한 OST가 인상 깊게 남아 있다.

 

 

소나무는 이제 '고현정 소나무'로 이곳의 상징이 되었다. 소나무 옆에는 신봉승 시인의 정동진 시비와 <베토벤 바이러스> 촬영기념물, 조각품 등이 있다. 유명세를 타면서 전국적인 해돋이명소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정동진역에서 고개를 돌리면 산 위에 아슬아슬하게 큰 배가 떠 있는 걸 볼 수 있다. 썬크루즈호텔(조각공원)이다. 소나무와 더불어 정동진을 대표하는 상징물이 되었다. 이곳에 오르면 정동진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 하니 다음에 꼭 오를 일이다.

 

 

정동진을 떠난 기차는 옥계, 망상, 묵호를 거쳐 동해역에 이른다. 망상역은 젊은이들이 많이 찾는 망상해수욕장이 있다. 1961년에 영업을 시작한 묵호역은 동해안 제1의 무역항인 묵호항이 가까이 있어 걸어서 갈 수 있다. 어선들이 입항하는 활기 넘치는 항구와 저렴한 가격에 회를 맛볼 수 있다. 기차는 마치 바다 위를 둥둥 떠다니듯 바다를 곁에 두고 계속 달린다.

 

 

차창 밖으로 시멘트 공장들이 더러 보인다. 동해 묵호 일대가 우리나라 시멘트 산업의 메카임을 말해주고 있다. 영동선의 바다에는 시멘트가, 내륙에는 석탄이 철길을 따라 이동한다.

 

 

지루할 틈도 없이 바닷길은 계속된다.

 

 

비경의 연속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푸르다 못해 검은 바다와 기암괴석, 부드러운 모래해변이 차창을 스치며 지나간다.

 

 

강릉을 출발한 지 40분 만에 기차는 동해역에 들어섰다. 1940년 보통역으로 영업을 시작한 동해역은 '북평역'으로 불리기도 했다. 추암 촛대바위와 무릉계곡이 지척이니 가볼 일이다. 여행자는 이곳에서 하룻밤을 머문 후 새벽에 백두대간을 넘을 작정이다.

 

 

 

추천은 새로운 여행의 시작, 오른쪽 '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