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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물고 싶다

주남저수지의 숨은 보물, 주남돌다리

 

 

 

 

주남저수지의 숨은 보물, 주남돌다리

 

가없이 넓은 주남저수지 끝으로 배수문이 보였다. 주남배수문은 1922년 주남저수지 설치 당시 관개와 여수토(남은 물을 흘러 보내는 통로) 역할을 겸하도록 설계되었는데 현재의 배수문은 1976년에 완공되었다.

 

이 둑길의 끝에 주남돌다리가 있다

 

배수문 한곳에는 비석이 하나 있는데, 1976년에 세웠다. 1969년 9월 14일 대홍수로 물바다가 되었을 때 박정희가 이곳을 시찰하여 1970년 10월 30일부터 1976년 11월 30일까지 제방 및 배수갑문 공사를 했다는 표지석이다.

 

주남저수지 박정희 시찰 기념 표지석

 

이쯤에서 ‘주남돌다리’를 찾아야 했다. 근데 아무래도 주남돌다리 표지판을 찾을 수 없었다. 제방을 걷는 이들은 대개 관광객이라 돌다리가 있었나 하는 표정으로 모른다고 했다. 마침 마을 주민이 지나가면서 저 짝 아래라고 말했다. 거기에 가도 볼 것은 하나도 없다는 말을 덧붙이면서 말이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안내문은 제방 아래서 멀찍이 떨어진 길가에 오도카니 서 있었다.

 

 

저수지로 떨어지는 일몰이 일품이라는 낙조대 가는 길에는 이미 해가 드러눕기 시작했다. 둑길을 따라 한참을 걸었다. 마지막 겨울, 바람은 여전히 매서웠다. 장갑을 낀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며 고개를 숙인 채 바람을 요령껏 피해 걷고 있는데 저 아래로 돌다리가 보인다. 높은 제방 때문인지 언뜻 보기엔 너무 작은 규모다. 그러나 실망을 하기에는 아직 일렀다. 가까이 다가갈수록 돌다리는 더욱 큼직하게 다가왔다. 다만 몇 길이나 제방 아래로 푹 꺼진 강에 놓인 지금에는 돌다리가 별로 소용이 없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기는 했다.

 

이 문양(?)은?

 

돌다리로 막 다가서는데 마을 공터에서 사내 서넛이 차에서 우르르 내렸다. 그중 한 사내가 마침 사람이 없으니 우리가 모델이 되어 줄 수도 있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잘 된 일이다. 아무도 없는 다리의 규모를 사진으로 가늠하기는 참으로 어려운 일인데, 이들이 있어 다리는 원래의 구실을 하며 사진으로 그 크기까지 짐작할 수 있게 되었다.

 

 

주남돌다리는 창원시 대산면 가술리 고등포마을과 동읍 월잠리 판신마을을 잇는 다리다. 두 마을 사이를 흐르는 주천강에 놓인 조선 후기의 돌다리로 건립 시기와 경위는 정확히 알 수 없다. 다만 다음과 같은 얘기가 전해진다. 옛날 주천강을 사이에 두고 마주한 마을 사람들은 비가 올 때마다 큰 불편을 겪어 동읍 덕산리 정병산에서 돌을 운반하여 다리를 세우기로 한다. 마을 사람들은 정병산 봉우리에 올라가서 마땅한 두 개의 돌을 발견하여 한 개의 돌만 운반하고자 했으나 돌이 움직이지 않았다. 많은 사람들이 힘을 모아도 마찬가지이더니 두 개의 돌을 한꺼번에 움직이자 쉽게 돌이 움직여 마침내 돌을 운반하여 다리를 만들 수 있었다고 한다. 

 

 

다른 기록에 따르면 이 두 개의 돌은 일종의 신앙석으로 암수바위인 자웅석(雌雄石)이며 그때가 800여 년 전의 일이라고 한다. 실제 다리에 걸친 면석(상판)을 보면 4m에 달할 정도로 그 크기가 엄청나다. 그 옛날 이 거대한 자연석을 인력으로 끌어다 다리를 놓았다는 사실만으로도 놀라운 일이다. 다리 중간의 면석에는 문양인지 글자인지 알 수 없는 어떤 표식이 있는데 일부가 깨져 무엇을 뜻하는지는 알 수가 없었다.

 

 

다리는 일정한 간격을 두어 양쪽에 돌을 쌓아 교각을 만든 뒤, 그 위로 여러 장의 평평한 돌을 걸쳐놓았다. 예전에는 주천강 사이에 있는 다리라 하여 ‘새(間)다리’라 불렀다고도 한다. 주남돌다리는 예부터 주천강을 건너는 사람들이 교통로로 많이 이용했으나 일제강점기에 다리에서 200m 떨어진 곳에 주남교가 세워지면서 다리의 기능을 상실했다고 한다. 1967년에 집중호우로 강 중간의 면석 1기와 양쪽의 교각석만 남기고 다리가 붕괴됐으나 1996년 창원시에서 역사 교육의 장으로 활용하고자 복원하여 현재에 이르고 있다. 1996년 3월 11일 경상남도문화재자료 제225호로 지정됐다.

 

다리에 걸친 상판(면석)의 크기는 어마어마하다

 

주남돌다리는 람사르문화관에서 둑길을 따라 2km 남짓 걸어야 한다. 얼핏 작은 규모에 실망할 수도 있겠지만 가까이 다가서면 예사 다리가 아닌 주남의 숨은 보물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다리의 바윗돌은 제법 옹골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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