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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물고 싶다

물·불·빛의 향연, 진주남강유등축제

 

 

대명천지가 따로 없군! 물․불․빛의 향연, 진주남강유등축제

 

축제가 열렸다. 시월이 시작되자마자 1일부터 2주 동안 14일까지 진주시 남강은 빛의 도시로 변했다. 집 앞이 바로 남강이라 남들처럼 차 막힐 걱정하며, 관광 계획을 세울 이유도 없었다. 그냥 가고 싶을 때 산책삼아 다녀오면 그만이다.

 

천수교에서 본 남강 유등

 

지난 주말 6일에 남강으로 나갔다. 제일 먼저 천수교 다리로 갔다. 다리에 들어서자마자 대낮처럼 강을 밝힌 수많은 유등에 순간 아찔해진다. 대명천지라 하면 과장일까. 그 불빛을 따라 사람들이 강물 위를 걷고 있다. 부교였다.

 

천수교에서 본 남강 유등

 

소망등

 

사람들 틈을 비집고 강으로 내려섰다. 역시 발 디딜 틈이 없는 건 마찬가지. 음악소리를 따라 발길을 옮기니 예전에 보았던 페루인들이 악기를 연주하고 있었다. 어두운 남강을 밝히는 유등 빛과 안데스의 악기들이 만들어내는 소리가 묘하게 어울린다.

 

축제가 열리는 남강 둔치에는 매일 밤 각종 공연이 열린다.

 

축제장에선 세계 각국의 음식들을 맛볼 수 있다.

 

남강에 유등을 언제부터 띄웠을까. 여행자가 이곳에서 고등학교를 다닐 때만 해도 개천예술제가 열리는 시월이면 유등을 학교마다 한 두어 개씩 만들어 강에 띄우는 게 고작이었다. 그러던 것이 이제는 개천예술제에서 독립하여 오히려 더 알려진 명실상부 우리나라의 대표 축제가 된 걸 보니 격세지감이다.

 

축제장에선 세계 각국의 음식들을 맛볼 수 있다.

 

촉석루

 

진주 남강에 유등을 띄우는 유등놀이는 임진왜란에서 그 기원을 찾고 있다. 오늘날 임진왜란 3대 대첩으로 기록되는 진주대첩이 일어난 1592년 10월, 진주성 싸움에서 당시 의병들이 성 밖의 지원군과 연락하기 위해 군사 신호로 풍등을 하늘에 올리면서 횃불과 함께 남강에 등불을 띄운 데서 비롯되었다.

 

군사 신호로 쓰이기 시작한 유등은 남강을 건너려는 왜군을 저지하는 군사 전술로도 쓰였으며, 진주성 안의 병사들과 백성들이 두고 온 가족들에게 안부를 전하는 통신 수단으로도 이용되었다고 한다. 1593년 6월 진주성의 함락으로 7만에 달하는 병사와 백성들이 순국하여 이들의 넋을 기리게 위해 유등을 띄웠는데 그 전통이 면면이 이어져 오늘에 이르렀다.

 

 

 

10월 1일 모든 등에 처음 불을 밝히는 초혼 전등을 시작으로 진주남강유등축제는 시작된다. 촉석루 맞은편 강변에 2만 7천개의 소망등이 달려 있어 장관을 이룬다. 누구라도 사전에 신청을 하면 소망등을 달 수 있다. 물론 현장에서도 가능하다. 남강둔치에는 유등을 띄우기도 하고 세계 각국의 풍물등과 한국등이 전시되어 있다. 그 외에도 각종 등을 만들 수 있는 체험과 전시가 워낙 많으니 심심할 여가는 없다. 강변을 따라 각종 음식을 맛볼 수 있으니 이 또한 축제의 재미다.

 

 

 

부교를 건너기로 했다. 입장료는 1000원. 출렁이는 부교가 불안하기도 하지만 강물 위를 걷는다는 건 설렘 자체다. 각양각색의 유등과 형형색색의 빛으로 출렁이는 물빛이 환상적이다.

 

진주성과 촉석루

 

 

런던 올림픽 펜싱 1초

 

 

 

 

진주성 공북문을 형상화한 부교 입구

 

 

강물 위를 가로지르는 출렁거리는 부교를 건너면 진주성으로 이어진다.

 

 

 

남강을 가로지르는 부교를 건너는 건 축제의 또 다른 재미다.

 

넘치는 인파의 진주성

 

성안은 인파로 넘쳤다. 마침 한바탕 풍물놀이가 질펀하게 펼쳐지고 있어 덩실덩실 어깨춤을 추었다. 그러고 보니 남강에 등이 조금 적다 싶었는데 성안에 들어서니 그 이유를 알겠다. 주로 남강에 많은 유등이 있었던 예년에 비해 올해엔 유독 많은 등들이 성안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유등축제 기간 동안 진주성 안은 각종 공연이 펼쳐져 꼭 들러야 한다.

 

 

예년에 비해 진주성 안에 등이 훨씬 많아져 볼거리가 많다

 

 

 

한 줄로 길게 앉은 아이들이 온 신경을 집중하고 보고 있는 건 뮤지컬이었다. 가을밤 야외에서 공연을 보니 절로 흥이 나고 유쾌해졌다. 박물관 앞 공연장도 떠들썩했다. 온 성안이 축제의 장이었다.

 

 

 

 

 

저마다의 소망을 담아...

 

 

 

 

영남포정사 가는 길에 길게 늘어선 포졸들

 

개천예술제는 1949년 제1회 영남예술제에서 유래되던 것이 1959년 개천예술제로 불렸다. 1950년 한국전쟁과 1979년 10.26을 제외하고는 그 맥을 연연히 이어왔다. 10월 3일부터 10일까지 열리는 개천예술제는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축제로 지금의 유등축제도 사실 이 예술제의 작은 행사로 있다 분가하여 성공한 셈이다. 축제의 서막을 알리는 서제에서 개제식, 가장행렬, 예술경연 각종 전시 및 체험행사 등을 통해 문화예술 축제의 중심으로 자리하고 있다.

 

 

                          추천은 새로운 여행의 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