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선 황홀하고 여럿이선 숨 막히는 솔섬 일몰
솔섬, 이곳을 처음 찾은 지가 까마득하다. 그때만 해도 이곳을 아는 이는 드물었다. 불과 십 년 전만 해도, 적어도 수련원이 들어서기 전까지는 이곳은 나만의 비경이었다. 혼자서 왔고, 혼자서 걷다가, 혼자서 황홀한 일몰에 빠지곤 했다. 바람이라도 불면 구름이 춤을 추었고, 바람이 멈추는 순간 해는 떨어졌다.
소나무가 섬의 주인인 섬, 솔섬. 바다만 있었다면 이곳 일몰은 눈길을 끌지 못했으리라. 밋밋한 바다에 섬 하나 만들어내고 그 위에 소나무 몇 그루가 풍경을 그려낸다. 섬 위에서 내려온 해는 소나무를 비켜 바다 아래로 들어간다. 예전의 풍광이 여기까지라면 지금은 사람이 멋진 풍경의 한 역할을 보탠다. 혼자서 일몰의 황홀함에 빠졌던 때와는 달리 이제는 여럿이 함께 해넘이를 보는 넉넉함을 갖게 되었다.
소나무와 섬은 언제나 사진의 멋진 배우들이다. 이곳 외변산 도청리의 솔섬과 똑같은 이름의 사진명소 ‘솔섬’이 하나 더 있다. 삼척 월천리의 솔섬이 그곳이다. 섬을 배경으로 떠오르는 일출로 유명한데 영국의 사진작가 마이클 케냐의 사진 한 장으로 유명해진 섬이다. 이 두 ‘솔섬’은 이제 동해의 일출과 서해의 일몰을 대표하는 풍경여행의 성지가되었다.
붉은 노을과 바다의 불기둥, 바위섬과 소나무의 실루엣, 자갈돌이 깔린 해변과 풍경을 담는 사진가들이 한 폭의 그림이 되는 곳, 솔섬의 일몰은 숨 막힐 듯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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