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최초의 당구장이 있었던 거문도 걷기
오전 내내 배에 시달리다 고도에 내렸다.
여수에서 114k, 백도 28km.
동도, 서도, 고도 세 개의 본섬에 둘러싸인 거문도는
호수 같은 고요한 바다를 가지고 있다.
배에서 내려 거문도의 소재지인 고도를 걸었다.
뭍에서 멀리 떨어진 섬치곤
이곳 고도는 너무나 깔끔하다.
바다에서 깊숙이 들어온
포구에는 갖은 해산물이 봄볕을 쬐고 있다.
볼락, 열기, 꽁치, 고등어....
말릴 수 있는 생선은 죄다 거리로 나왔다.
길거리에선 어부와
섬을 찾은 관광객들이 흥정을 하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고도의 해안을 따라 지어진 건물들은 대개 민박집 아니면 건어물 가게이다.
온갖 건어물과 거문도의 명물 갈치를 판다.
가게마다 택배회사의 이름과 함께
은갈치를 판다, 는 문구가 어지럽다.
지금은 철이 아니어서 냉동 갈치를 판다.
섬을 찾은 관광객들은
이 냉동갈치를 박스 채로 배에 싣는다.
거문도에는 갈치만 유명한 것은 아니다.
바다에서 유명한 것이 갈치, 삼치, 양식 돔이라면
뭍에서는 단연 '약쑥'이다.
쑥이 나는 봄철이면 주인이 집을 비운 가게들이 많다.
주인이 쑥을 캐러 갔기 때문이다.
나룻배로 가야 하는 동도와는 달리
서도는 고도와 다리로 이어져 있다.
거문도 등대와 녹산 등대까지 가려면
걸어서도 가지만 자전거를 빌려서 갈 수도 있다.
마을 골목길을 따라 영국군 묘지 가는 길에는
거문초등학교가 있다.
구한말 '거문도 사건' 당시 영국군 동양함대가 이 섬을 점령하면서 2년간 주둔했던 숙영지였다.
영국군이 거문도에 머무는 동안 우리나라에 처음으로 당구가 전해졌다고 한다.
변방의 작은 섬, 이곳 거문도에서 당구가 시작되었던 것이다.
지금도 거문도에는 당구장이 두 군데 있다.
거문도는 섬이 가지는 지정학상의 중요성과 더불어 풍부한 어장으로 외세의 시달림을 받았다.
일제는 이곳을 군사요충지로 삼고 어업전진기지를 세워 수탈했다.
일본인들이 많이 거주했던 고도에는
예전만 해도 일본식 가옥이 많이 남아 있었다고 하지만
지금은 '고도민박' 에서만 그 흔적을 엿볼 수 있다.
남해의 외딴 섬 거문도는 작은 섬이지만
우리 근현대사의 중요한 현장이었다.
거문도를 보고 아름다운 풍광만을 이야기할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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