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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가 있는 여행/TV, 영화 촬영지

공주의 남자, 로맨틱한 사랑 그곳은?



공주의 남자, 로맨틱한 사랑 그곳은?
폭포 위, 그림처럼 자리한 만휴정

요즈음 <공주의 남자>가 주목을 받고 있다. 수양대군의 딸 세령과 김종서의 아들 김승유의 위험천만한 사랑을 다룬 드라마다. <공주의 남자>는 서유영이 쓴 <금계필담>을 근거로 했다고 한다. 수양대군의 딸과 김종서의 손자가 금지된 사랑을 했다는 책과는 달리, 드라마에서는 수양대군의 딸과 김종서의 아들의 사랑으로 바꾸어 놓았다. 역사적인 사실과는 다소 거리가 먼 픽션으로 보이지만 둘의 운명적인 사랑은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 KBS <공주의 남자>화면 캡처

여행자도 어제 10일 <공주의 남자> 7회를 보았다. 드라마는 웬만해선 잘 보지 않은 편이지만 퓨전사극류의 드라마는 간혹 보는 편이다. 여행자다 보니 아무래도 드라마 내용보다 촬영지에 더 관심이 많아서이다. 예전에 방영되었던 <다모>, <추노>등은 한국의 아름다움을 드라마에서 유감없이 보여 주었다. 이번 <공주의 남자>도 아름다운 영상으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 KBS <공주의 남자>화면 캡처


<공주의 남자> 7회에서도 아주 멋진 장소가 나왔다. 김종서의 아들 김승유(박시후)가 수양대군의 딸 세령(문채원)에게 강론을 하자며 먼저 바위에 시를 적어 마음을 표현하자 세령이 화답을 하는 장면이었다. 너럭바위를 타고 흐르는 폭포수와 계류를 가로지르는 다리를 건너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곧 불어올 피바람에 깊어만 가는 두 사람의 애틋한 사랑을 표현하기에 더할 나위 없었던 이 장소는 바로
만휴정이다.

             ⓒ KBS <공주의 남자>화면 캡처


만휴정은 경북 안동시 길안면 묵계리에 있다. 묵계서원 입구에서 우회전하여 다리를 건너면 한적한 시골마을이 나온다. 마을의 끝에 대여섯 대의 차를 세울 수 있는 작은 주차장이 있는데 이곳에서 조금만 걸어가면 만휴정이 있다.

            ⓒ KBS <공주의 남자>화면 캡처



암반 위에 살포시 내려앉은 정자 아래로 떨어지는 폭포수를 보면 선경이 따로 없다. 폭포 위의 암반을 흐르는 계류를 앞두고 산기슭에 위치한 만휴정은 경관이 아주 훌륭하다. 정자 아래로 떨어지는 폭포의 장관도 대단하지만, 다리를 건너야 정자로 들어갈 수 있는 설정이 긴장감을 준다. 그뿐인가. 정자 위쪽의 계곡에는 족히 수백 명은 너끈히 앉을 수 있는 너럭바위가 있어 탁족을 하기에 그만이다. 폭포와 계류, 너럭바위가 조화를 이룬 명승지인 셈이다.


만휴정은 조선시대의 문신 보백당 김계행(1431~1517)이 말년에 독서와 사색을 위해 지은 별서정원으로 연산군 6년인 1500년에 지었다. 안동 소산에서 태어난 그는 점필재 김종직 등과 교유하였으며 50세가 넘어 과거에 급제하였다. 대사성, 홍문관 부제학 등의 관직을 하였으나, 연산군 4년인 1498년에 대사간에 올라 간신들을 탄핵하다가 훈구파에 의해 제지되자 벼슬을 버리고 안동으로 낙향하였다. 고향으로 내려온 그는 이 정자를 짓고 ‘쌍청헌’이라 부르다가 후에 ‘만휴정’으로 바꾸었다.


정자 아래 바위에는 ‘보백당만휴정천석
寶白堂晩休亭泉石’이란 큰 글씨를 새겨 놓았다. 만휴정 원림은 지난 3월 18일 문화재청에 의해 포항 용계정과 덕동숲, 봉화 도암정 원림과 더불어 국가지정문화재인 명승으로 지정 예고되었다. 김계행은 한때 무오사화·갑자사화에 연루되어 투옥되었으나 큰 화를 면하였다. 숙종 32년인 1706년에 지방 유생들이 그의 덕망을 추모하여 인근에 묵계서원을 짓고 향사하였다.


※ <공주의 남자>에는 만휴정 외에도 멋진 장소들이 더러 나왔다. 세령(문채원)이 자주 가는 사찰은 경북 상주의 남장사이고, 경혜공주(홍수현)와 문종의 부마 정종(이민우)이 사는 집은 강릉의 선교장이다. 친구인 김승유(박시후), 신면(송종호), 정종(이민우)이 술자리를 하는 곳은 선교장의 활래정이다. 드라마 촬영을 위해 임시로 다리를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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