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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기행

사람이 만들었다고는 믿기지 않는 거대한 북경 이화원



거대함에 놀랐지만 왠지 씁쓸한 북경 이화원

2002년 이화원을 방문했을 때는 한여름이었다. 숨이 턱에 찰 정도로 무더운 날씨였다. 인공으로 만들었다고는 도저히 믿기지 않는 곤명호의 거대함에 혀를 내둘렀던 기억이 아직도 선명하다. 이번에 이화원을 다시 찾았을 때는 영하 10도의 매섭게 추운 날씨였다.


중국황실의 대표적인 원림으로는 원명원, 북해공원, 이화원, 피서산장 등을 들 수 있다. 그중에서도 한국관광객들이 가장 많이 찾는 곳이 이화원이다. 면적으로는 피서산장이 가장 넓고 다음으로 원명원이다. 이화원은 세 번째로 넓은 황실원림이다. 그 면적만 해도 290만㎡에 달한다.

인수전

이화원은 북경 서북부 교외에 있다. 이화원은 원래 1153년 금나라 행궁으로 건조되었다. 명대에 이르러 몇 채의 건물을 세워 호산원으로 불렸고 청나라 때에는 이곳 일대에 세워진 대형 행궁을 일러 ‘삼산오원
三山吾園’이라 했다.

청지수. '패가석'이라 불리기도 한다. 명나라 관료 미만종이 북경의 방산에서 영지 모양과 비슷한 푸르고 빛이 나는 거대한 돌을 발견했다. 그 돌을 미씨작원으로 운반하던 도중 비용문제로 할  수 없이 교외에 버렸다. 후에 건륭황제가 거액의 비용을 들여 이곳으로 옮기고 '청지수'라 이름지었다. 중국 최대의 원림치석이라고 한다.


강남의 경치를 좋아했던 건륭제에 이르러 곤명호를 확장하고 만수산 등에 여러 건물을 짓게 된다. 당시에는 ‘청의원’으로 불리다 1860년 영불 연합군에 의해 불탄 후 서태후가 대대적인 공사를 시작하면서 ‘이화원’이라 불리게 되었다.


의운관 일대

이화원의 전체 면적 중 4분의 3이 호수인 곤명호다. 놀라운 것은 이 거대한 호수가 인공으로 만들어졌다는데 있다. 인공의 호수에 돌로 만든 배인 ‘석방’까지 띄웠으니 그 화려함은 보는 이를 놀라게 한다. 얼음이 꽁꽁 언 겨울에 이 호수의 끝에서 끝까지 걸어가면 30분이 걸린다고 한다.

옥란당 일대에서 본 만수산과 불향각

더욱 놀라운 것은 이 엄청난 공사를 위해 서태후가 해군 예산을 유용하여 지었다는 것이다. 당시 해군을 총괄하던 광서제의 아버지 순친왕이 서태후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해군예산을 유용해 은밀히 공사를 진행했다고 한다. 이것이 훗날 청일전쟁에서 청 해군이 궤멸하는 원인 중의 하나가 되었다. 서태후는 이곳을 워낙 좋아하여 2월인 봄에 왔다가 겨울이 다 된 11월이 되어서야 자금성에 돌아갔을 정도라고 한다.

장랑

이화원의 정전 건물인 인수전은 겨울임에도 발 디딜 틈이 없었다. 너도나도 사진 찍느라 분주하다. 인수전을 벗어나 호숫가로 가면 멀리 만수산과 불향각이 보인다.


의운관을 지나면 이화원의 명물 ‘장랑’이 끝없이 펼쳐진다. 전체 길이가 728m에 달하는 이 긴 회랑은 모두 273칸이나 된다. 1750년 건륭제가 비와 눈이 올 때 어머니가 산책하면서 주위 경관을 감상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고 한다.


긴 복도의 천장과 난간에는 화려한 그림들이 많다. 진시황을 암살하려던 장량과 유비의 도원결의, 화청지에서 목욕하고 나오는 양귀비의 그림이 있다고 하니 시간만 허락한다면 장랑을 걸으면서 그림을 감상하는 여유를 가질 법도 하다. 현재의 장랑은 영불연합군에 의해 불탄 것을 광서제 때에 중건하였다.


장랑의 끝에 이르면 지붕 너머로 불향각이 보인다. 만수산의 비탈 위에 세워진 라마교 양식의 건물인 불향각은 높이가 41m정도로 웅장하다. 아쉽게도 이날은 출입을 할 수가 없어 먼발치로 볼 수밖에 없었다.

불향각


바람은 거세어졌고 추위는 온몸을 파고들었다. 여름이면 섬까지 배를 타고 갈 수 있는 선착장도 꽁꽁 얼어붙었다. 멀리 섬을 잇는 십칠공교가 보인다. 17개의 아치형 다리가 있는 십칠공교는 멀리서 보아도 아름답다.

십칠공교


얼어붙은 호수 너머로 해가 지기 시작했다. 서둘렀다. 일행들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곤명호 너머로 사라지는 해를 담고 싶었으나 자칫하면 미아가 될 터, 하는 수 없이 냅다 뛰었다.


꽁꽁 얼어붙은 인공호수, 곤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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