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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과 사람

강원도의 모든 것이 다 모였다. 양양5일장



 

강원도의 모든 것이 다 모였다. 양양5일장
 
누구든 양양은 몰라도 설악산과 한계령은 안다. 어디 이뿐인가. 강원도 곳곳의 산과 바다가 명성이 나있지만 그 중에서도 단연 으뜸은 양양과 속초(시로 승격되기 전 양양)이다. 동해안을 따라 이어진 해수욕장은 이루 다 헤아릴 수가 없고 골짜기마다 명승을 이룬 천혜의 땅이 양양이다. 오색, 갈천, 불바라기 약수가 있으니 지친 여행자의 몸을 적시기에도 안성맞춤이다. 대표적인 고갯길인 구룡령과 한계령을 넘으면 진전사지, 선림원지가 있어 그 오래된 역사를 알 수 있다.


양양군 여행 이튿날, 이 빼어난 풍광을 뒤로 하고 먼저 읍내에 열린 5일장을 찾았다. 5일장은 입구부터 번잡했다. 트럭 주위에 한 무리의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밤을 팔고 있는데 밤 까는 기계가 눈길을 끈다. 밤 한 움큼을 집어 기계에 넣으면 밤 껍질이 절로 벗겨져 나온다. 가득 실린 밤들만큼이나 밤을 사려는 사람들로 트럭 주위는 붐볐다.



시장에는 가을 과일들이 즐비했다. 그 중 여행자의 시선을 끄는 건 역시 송이다. 올해는 송이축제 때 30여만 명이 모였다고 하니 송이는 이제 양양의 대명사가 되었다. 가격을 물어보니 kg당 20만원 정도였다. 철이 지나가고 있음에도 만만치 않은 가격이다. 지금은 대부분 냉동송이라고 한다. 구미는 당겼으나 송이를 사는 것은 뒤로 미루기로 하였다. 송이뿐만 아니라 느타리, 표고, 능이 등 양양에서 채취한 버섯들이 제다 모여 있었다.




시장 안으로 들어갈수록 장터는 활기가 찼다. 잘 삶아 빛깔이 좋은 족발에 군침을 흘리다 빈대떡 파는 곳에 걸음을 멈췄다. 장꾼들은 빈대떡 한 접시에 막걸리 잔을 기울이며 장날의 정겨움을 더했다.


김장을 앞두고 있어서인지 장날은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사람들에게 이리저리 밀려 갈팡질팡하다보니 요란한 풍물소리가 들린다. 각설이타령이 들리는가 싶더니 ‘뻥이요’하며 강냉이 튀기는 소리가 들린다. 뽕짝타령에 끌려 광장으로 가니 대장간이 보인다. 근래에 지은 대장간은 양양5일장을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하기 위해 만들었다. 상설야외무대를 설치하여 재래시장 활성화를 위해 5일장이 열릴 때마다 다양한 문화예술공연이 이곳에서 펼쳐진다고 했다. 5일장이 단순한 상업적 공간을 넘어 문화적 공간으로 자리 잡아 이곳을 찾는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축제의 장이 된 것이다.




공연을 보고 골목으로 향했다. 점포 앞에 쪼그려 앉은 할머니들이 삼삼오오 모여 물건을 팔고 있다. 약간은 쌀쌀한 날씨, 할머니들의 건강이 염려되었다. 한 푼이라도 벌어 자식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으려는 부모들의 심정일 것이다. 점포 사이로 간간이 내리쬐는 햇빛이 그나마 위안이 되었다.


칠순을 훌쩍 넘긴 할머니는 추위에 온몸을 감싸고 버섯류를 팔고 있었다. 마트의 시식코너처럼 노루궁뎅이를 지나가는 사람들이 맛볼 수 있도록 하였다. 사진을 찍어대자 맛을 먼저 보라고 한다. 노루궁뎅이를 참기름장에 살짝 묻혀 입에 넣었다. 쌉싸래한 맛이 입안에 가득하다. 18년 동안 하루도 빠지지 않고 5일장에 나왔다는 할머니는 마치 친손자를 대하듯 인정이 넘쳤다.



눈에 익은 버섯이 보였다. 상황버섯이었다.
“이거 얼마나 합니까?” “200만원에서 700만원까지 다양합니다. 산에서 제가 직접 캔 것입니다.” 그 중 큰 놈을 골라 물어보니 “ 아, 이건 1kg 정도입니다. 700만원 주시면 드리겠습니다. 이곳에서는 700만 원 정도지만 도시에 가면 1,000만 원 정도는 받을 수 있습니다.” 기절할 뻔했다. 귀한 상황버섯이 비싼 줄은 알고 있었으나 가격은 실로 엄청났다.


양미리

시장은 따뜻했다. 남대천을 넘어온 바람도 시장의 훈훈한 공기를 어찌하지 못했다. 골목 끝에는 어시장이 있었다. 그중 이름이 정겨운 한 가게에 들어갔다. 30년째 시장에서 해산물을 팔고 있는 홍순옥(56) 아주머니가 해물에 대해 설명을 하더니 주문한 것을 능숙하게 손질하기 시작했다. 이참에 5일장에서 산 재료로 음식을 해먹을 요량이었다. 명태를 말린 코다리와 알이 꽉 찬 양미리, 회로 먹으면 그만인 오징어, 고갈비로 먹을 고등어 등을 샀다.



송이를 사기 위해 군청 앞 송이가게로 갔다. 철이 지나서인지 대부분의 가게는 문이 닫혀 있었다. 그중 한 군데를 들어갔다. 가격을 물어보니 시장에서와 비슷했다. kg당 20~25만원. 주머니 사정이 좋지 못한 여행자로선 엄두가 나지 않았다. 북한산이 있냐고 물었더니 맞은편 가게로 가라고 한다. ‘북한산송이판매’라고 적힌 가게에도 북한산 송이는 없었다. 가격은 양양산보다 절반 값이지만 배가 들어오는 일주일 뒤나 되어야 살 수 있다고 했다. 


강변 둔치는 김장축제로 배추와 무를 가득 실은 트럭들이 분주하게 드나든다. 5일장이 점점 사라져가는 요즈음, 상설시장을 겸하고 있는 양양에서 재래시장의 가능성을 보았다.


양양5일장은 매월 4,9일로 끝나는 날에 열린다. 양양5일장은 영동지방에서도 제법 큰 규모를 자랑한다. 양양에는 1945년에 폐지된 서림시장과 기사문시장을 제외하고 현재까지 5개 정도의 5일장이 남아 있다. 3,8일 장인 물치시장, 5,10일 장인 인구시장, 2,7일 장인 속초시장, 1,6일 장인 교암시장이 그것이다.


시장 인근에는 음식골목이 별도로 있다. 이곳에서 맛볼 수 있는 음식은 다양하다. 가시리묵, 장칼국수, 뚜거리탕, 섭국, 소머리국밥, 잔치국수, 산채비빔밥, 송천떡 등이다. 여행자는 산채전문음식점인 주전골에서 식사를 한 후 지우재로 갔다. 시장에서 산 싱싱한 해산물을 요리하여 조촐한 술자리로 그날 밤을 새웠다.

지우재에서 코다리를 굽고 있는 양양의 '한계령' 시인 한사님과 양미리, 오징어회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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