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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과 사람

밤중에 찾은 기장시장의 진풍경


밤중에 찾은 기장시장의 진풍경

어버이날을 앞두고 장모님을 뵈러 김해를 찾았습니다. 저녁을 어디에서 먹을까 고민할 필요도 없이 동서가 추천하는 기장으로 향했습니다. 김서방이 꼭 가야할 곳이라고 처형이 강력하게 추천했던 전복죽을 먹기 위해서입니다. 지난번에 왔을 때는 동서 식구들의 호의에도 불구하고 누적된 과로와 다음날 중요한 일정이 있어 집으로 올 수밖에 없었지요.


기장을 가기 전에 송정해수욕장에서 잠시 내렸습니다. 아이들이 쉬를 해야 된다고 하더군요. 바닷가에서 잠시 바람을 쐬고 곧바로 작은 포구마을로 갔습니다.

 

그냥 따라 나선 길이여서 이곳이 정확히 어디인지는 모르겠습니다. 허름한 분위기가 딱 제 취향이었습니다. 포장마차 몇 군데가 해안가에 늘어서 있었습니다. 이 마을 해녀들이 직접 잡은 것이라고 합니다.

 

개불, 멍게 소라, 전복... 정말 싱싱하였습니다. 그날 물질해서 잡은 것이라고 하더군요. 이 집의 전복죽이 짱이랍니다. 아내에게 제주도의 오조해녀의집보다 어떠냐고 물어 봤더니 맛은 비슷한데 전복이 조금 많다고 하더군요. 그 정도면 정말 헛소문은 아니겠구나 싶었습니다.

 

아는 사람은 아는 곳이라 평소 줄을 서지 않으면 전복죽을 먹을 수 없다고 하더군요. 심할 경우에는 손님들에게 전화번호를 남기고 주변을 관광하고 오라고 한답니다. 죽이 다 되어갈 즈음 손님에게 전화를 해서 호출한답니다.

 

제일 소문난 집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전복죽은 가히 환상적이었습니다. 시설도 너무 초라하고 열악해서 환상적이었습니다. 실내가 너무 어두워 사진을 찍을 수가 없었습니다. 이 집은 다음에 기회가 되면 소상히 소개드리겠습니다. 약속. 꾸욱. 부산 사람들은 알겠지요.

 

1인분에 10,000원이었습니다. 조금 과장하면 죽의 밥알 수나 굵직하게 썰어 넣은 전복 수가 엇비슷하였습니다. 다음은 대게를 먹기 위해 기장시장으로 향했습니다.

 

여행자는 이미 배가 터질 듯했습니다. 대게를 먹으러 가자는 말에 기절초풍할 뻔했지만 장모님을 위한 자리인 만큼 기쁜 마음으로 불룩한 배를 어루만지며 따라갔습니다.

 

기장읍에 있는 시장은 저녁 8시가 넘은 시각에도 활기가 넘쳤습니다. 끝물을 앞둔 대게상가는 상인들의 흥정 소리로 북새통입니다.

 

“두 마리 더 넣으소.” “아따, 이라모 안 되는디.” 상인은 난감하다는 표정이지만 손님의 강권(?)에 못 이겨 두 마리를 더 찜통에 넣습니다. “보소, 다리가 몇 개 떨어졌다 아요. 한 마리 더 넣으소.” “참말로 죽것네. 옛다, 다리 여기 있소.” 떨어진 대게 다리를 한 움큼 쥐어 찜통에 넣습니다. “주인 양반, 내가 산 대게는 큰데 그 다리는 작지 않소.” “에이 좋소. 다음에 우리 집에 꼭 오시오.” 주인은 마지못해 한 마리를 덤으로 찜통에 넣었습니다.

 

이곳의 대게는 영덕대게를 비롯해 동해에서 잡아온 것도 간혹 있지만 대부분의 대게는 러시아산이었습니다. 아무렴 어떤가요. 원산지만 속이지 않는다면 손님이 선택을 하면 그만이지요.



대게를 찌는 동안 시장 이곳저곳을 둘러보았습니다. 젓갈가게에는 다양한 젓갈들이 종류별로 있더군요.
제가 좋아하는 걸로 몇 가지 샀습니다.

 

난전에서 생선을 파는 할아버지는 이미 한잔 거나하게 취했습니다. “술이 취해 노께내 돈도 안 빈다. 그냥 만 오천 원에 갈치 두 마리 가져가소. 인자 파장이다.” 부산 특유의 사투리가 질퍽합니다.

 

유명한 기장 멸치도 맛보았습니다. 얼마 전에 멸치축제를 하였다지요. 짭쪼롬한 맛이 그만입니다.

밤 열시가 가까워져서야 시장을 나섰습니다. 특별한 여행은 아닐지라도 시장의 소소한 풍경이 좋았습니다. 가족과 함께 식사를 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저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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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소리를 만나니 바람에 손을 씻다.  김천령  (http://blog.daum.net/jong562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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