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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과 사람

봉하쌀막걸리 가짜로 오해할 뻔...


 

봉하쌀막걸리 가짜로 오해할 뻔...

 

주말 장모님을 모시고 봉하마을을 찾았습니다. 처음으로 봉하마을을 방문한 장모님께 이곳저곳을 구경시켜 드리고 난 후 마을 가게에 막걸리 한잔하러 들어갔습니다. 말로만 듣던 봉하쌀막걸리가 턱하니 진열대에 있는 게 아닙니까. 망설일 이유가 없겠지요. 부리나케 한 병을 주문했습니다.

 

“어, 이거 봉하막걸리 아닌데...” 저도 모르게 입에서 한마디가 툭 튀어나왔습니다. 막걸리를 담은 용기에는 창원의 어느 양조장 명의의 상표가 있었고 그 위에 봉하쌀막걸리 상표가 덧씌워져 있었습니다. 평소 다른 술은 그냥 대충 사는데 막걸리는 유통기한과 재료의 원산지, 비율, 제조업체 등을 확인하는 편입니다. 이에 따라 맛이 차이가 난다는 나름의 습관 때문입니다. 게다가 용기에 덧붙인 <봉하쌀막걸리> 상표는 일부분이 떨어져 너덜너덜한 채 붙어 있었습니다.

 

일을 하시는 아주머니께 여쭈어보니 자신도 잘 모르겠다고 하더군요. 그러면서 그게 마음에 안 드시면 다른 술을 드시라고 하더군요. 그러면서 김해의 모 양조장에서 만든 생탁을 주었습니다. 물론 이 막걸리도 맛이 좋았습니다.


그래도 봉하쌀막걸리에 대한 미련을 버릴 수 없었습니다. 길가에 나오니 노점에도 막걸리를 팔고 있더군요. 이곳에서 다시 막걸리 한 병을 잡았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이곳에서도 앞의 것과 똑같이 창원의 모 양조장 상표가 새겨진 용기에 봉하쌀막걸리 상표가 덧씌워진 막걸리였습니다.

 

“할매요, 이거 봉하쌀막걸리 맞습니꺼?”

“맞지요. 오늘 가져온 기라요.”

“아니 상표를 보면 봉하막걸리가 맞는 것 같은데, 술병은 창원 천주산 양조장인데예.”

“맞다 쿠께네. 믿어야제. 대통령님 이름 걸고 파는 긴데.”

“할매요. 못 믿는 게 아니라 전후사정을 모르니 오해하기 딱 좋을 것 같아 말씀드리는 깁니더.”

“병이 모자라서 봉하쌀을 창원 북면 양조장에 갖고 가서 거기서 술을 만들어가지고 다시 가져오는 기라요.”

“병이 왜 모자랍니꺼?”

“아직은 연습으로 몇 병 만들어 본 기라. 양조장을 짓기에는 너무 빠르고. 술이 좀 팔리모 그때는 병에도 봉하쌀막걸리라고 떡하니 찍히 안 나오것소.”


 그제야 이해가 되었습니다. 최성녀 할머니는 꼬치꼬치 캐묻는 여행자에게 막걸리병을 들고 하나하나 설명을 해주었습니다. 자세히 보니 스티커 하단에 <시험생산 단계이므로 부득이 기존 제품의 병을 사용하게 됨을 이해 바랍니다.>라는 문구가 있었습니다.
막걸리 몇 병을 사들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자리에서 먹으면 한 병에 3,000원, 사가면 2,500원이었습니다. 집에 와서 막걸리를 먹어보니 친환경 무농약 쌀로 만든 봉하쌀막걸리의 맛은 역시나 좋았습니다. 특히 부드러워 목 넘김이 좋았습니다.

영농법인 (주) 봉하마을에 따르면, 지난 2월에 시제품으로 출시된 봉하쌀막걸리는 인근 저명한 양조장 몇 곳을 선정하여 봉하쌀을 100% 공급한 뒤 각자 제조기법으로 소량의 쌀막걸리를 만들도록 하였다. 제조공정을 살펴보고 시음도 하고 고객 반응을 살펴 제일 나은 곳을 선정하기로 하였다. 제일 먼저 선보인 곳이 담양의 '죽향도가'에서 만든 쌀막걸리였고 그 뒤에는 노대통령이 자주 마셨던 김해의 상동탁주, 지금은 창원시 ‘북면 천주산 쌀막걸리' 양조장에서 봉하쌀막걸리가 생산된다고 한다.


봉하쌀막걸리는 현재 시험생산 중이고 소량이기 때문에 상표와 용기를 별도로 제작할 수 없었다. 그래서 인근 양조장의 막걸리 용기에 <봉하쌀막걸리> 상표를 덧붙이게 되었다. 앞으로 시험생산을 통해 검증된 양조장을 선정하여 상표와 용기가 일치된 봉하쌀막걸리를 생산할 예정이라고 한다. 장기적으로 봉하마을에 양조장 설립 계획도 있다고 하니 기대가 된다. 

지금이라도 봉하쌀막걸리를 파는 가게에<봉하쌀막걸리는 시험생산 단계이므로 부득이 기존 제품의 병을 사용하게 됨을 이해 바랍니다.>라고 적힌 눈에 잘 띄는 표지판을 설치했으면 한다. 마을을 방문하는 이들에게 불필요한 오해와 혼란을 줄 필요는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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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소리를 만나니 바람에 손을 씻다.  김천령  (http://blog.daum.net/jong562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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