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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과 사람

장마가 와도 왁자지껄 기찻길 옆 함안5일장

 

 

 

 

장마가 와도 왁자지껄 기찻길 옆 함안5일장

 

11시 33분, 진주역에서 기차를 타고 함안으로 갔습니다. 마침 함안5일장이 열리는 날이라 기차 타는 것이 한층 즐거웠습니다. 함안장은 5, 10일에 열리는 장입니다. 가야시장의 상설시장과 5일장으로 열립니다.

 

 

기차가 구불구불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경전선은 곡선구간이 많아 느립니다. 대신 느긋하게 세상을 구경하는 맛이 있습니다. 머지않아 이 철로가 복선화되고 직선으로 바뀌면 느긋함은 속도에 제자리를 넘겨주겠지요.

 

 

갑자기 기차 안이 소란해집니다. 역무원이 큰소리로 외쳤습니다. “하동 가는 기차인 줄 알고 타신 할머님들, 어디 계세요. 이 기차는 마산 가는 기차입니다.” 뒷자리에서 구시렁거리는 소리가 나더니 할머니 서너 분이 자리에서 일어나 황급히 기차를 빠져나갑니다. 하필 같은 시간에 상하행선이 승강장으로 들어오는 바람에 일어난 촌극이었습니다.

 

 

기차는 다시 선로를 미끄러지듯 달리기 시작합니다. 개양, 남문산, 갈촌, 진성, 반성, 수목원, 평촌, 원북, 군북을 지나 함안에 이릅니다. 역들의 이름이 정겨운 옛 추억 속으로 빠져들게 합니다.

 

 

1시간여를 달린 끝에 함안역에 도착했습니다. 역사는 한산했고 타고내리는 승객들도 거의 없었습니다. "70년대로 돌아간 느낌이야. 마치 다른 시간의 세상에 온 것 같아." 혼잣말을 하듯 아내가 중얼거렸습니다.

 

 

여행은 '타임 슬립'의 과정입니다. 여행은 단순히 이 공간에서 저 공간으로의 이동만이 아니라 현재에서 과거와 미래로 옮겨가는 여정입니다. <동양기행>의 후지와라 신야는 저마다 고유의 지층 연대 위에 사는 지구의 다양한 공간들을 옮겨 다니면 ‘타임 슬립’이 가능하기에 여행을 다닌다, 고 했습니다.

 

 

시장으로 향했습니다. 뜻밖에도 시장의 이름은 함안시장 아니라 가야시장이었습니다. 함안의 중심지는 으레 군 이름을 딴 함안읍이 아닌가 여길 수도 있습니다. 여기에서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가고 말았습니다. 함안군의 소재지는 가야읍입니다. 인근에 함안면이 별도로 있습니다. 함안 땅은 군과 소재지 이름이 같지 않은 보기 드문 지역입니다.

 

 

시장 초입은 의외로 한산했습니다. 비가 금방이라도 쏟아질 것 같은 장마기간이라 그런 모양입니다. 그런데 시장 안으로 들어설수록 사람들로 붐볐습니다. “오늘은 장이 영 신통치 않아. 사람들도 별로 없고. 보통 때 같으면 손이 쉴 틈이 없지.” 장사가 잘되는지 묻는 여행자의 말에 아주머니는 볼멘소리로 말합니다.

 

 

그래도 시장은 활기가 있습니다. 시장 가운데로 기찻길이 나 있고, 길 좌우로 시장이 열려 시장 이쪽과 저쪽은 기찻길 아래 굴다리로 이동합니다. ‘머리조심’이라고 적힌 경고문이 함안장의 특성을 잘 말해주는 것 같습니다.

 

 

함안하면 제일로 치는 게 곶감입니다. 파수곶감으로 대변되는 함안곶감은 예전에는 임금님께 진상까지 했을 정도로 유명세를 떨쳤습니다. 근래에는 곶감과 더불어 수박이 함안의 명물이 되었습니다. 원님 덕에 나팔 부는 격으로 참외도 덩달아 유명해졌습니다. 아쉽게도 때가 때인지라 오늘은 수박만 겨우 몇 덩이 보일 뿐 세 주인공들이 쉽사리 눈에 띄지 않았습니다.

 

 

철로 변을 따라 형성된 시장의 끝에는 노점상들이 있습니다. 시장 안쪽과는 달리 이곳은 손님들이 뜸합니다. 콩을 빼거나 채소를 다듬는 등 소일을 하며 손님을 기다립니다.

 

 

“아까는 오천 원이라 하더니만. 인자 와 더 비싸게 말하노.” 마늘을 사려는 할머니가 언성을 올립니다. “내가 언제 그랬소. 그런 말은 한 적도 없는디....” 할머니 두 분이 마늘 한 접을 두고 실랑이를 벌입니다. 한참을 옥신각신하더니 흥정을 하던 할머니는 자리를 떴고 마늘을 팔던 할머니는 ‘휴~우’하며 길게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여행자의 눈에는 이 모든 흥정이 정겨운 모습으로 비췄지만 정작 할머니는 지친 기색이 역력했습니다. 나무에 기대어 잠시 쉬던 할머니는 이내 허리를 곧추세우더니 장사를 시작했습니다.

 

 

날씨가 후텁지근했습니다. 채소를 파는 아저씨는 도로 한 쪽에 있는 평상에서 아예 낮을 자고 있었습니다. 손님도 없고 날씨마저 지랄 맞으니 낮잠만큼 좋은 것은 없겠지요.

 

 

옥수수가 벌써 나왔습니다. 아내가 그 냄새를 맡고 몇 개를 사서 배낭에 넣었습니다. 그리고 기차를 기다렸습니다. 진주 방면 2시 47분, 마산 방면 3시 2분이면 기차가 이곳을 지나갑니다.

 

 

기차가 지나가면 기찻길 옆 시장 풍경을 제대로 담을 수 있습니다. 갑자기 철로 주위가 바빠집니다. 호루라기 소리가 요란해지고 경찰과 역무원들이 바삐 움직입니다. 순식간에 철로 주위가 조용해졌습니다.

 

 

잠시 후, ‘부아~앙’하며 기적소리가 났습니다. 거친 쇳소리를 내며 기차가 달려왔고 거센 바람에 몸이 잠시 뒤뚱거렸습니다. 꼬리만 남긴 기차는 금세 멀어졌고 건널목은 어디서 나왔는지 다시 사람들로 북적거렸습니다.

 

 

여행자도 건널목을 건넜습니다. 시장을 가로질러 역으로 돌아갔습니다. 3시 28분. 기차가 승강장으로 들어왔습니다.

 

 

함안5일장의 먹거리로는 소고기국밥이 유명합니다. 인근에 있는 함안면으로 가서 한우국밥촌의 식당을 찾으면 됩니다. 함안역에서 10~20여 분 걸어가면 아라가야고분군, 함안박물관 등을 둘러볼 수 있고 40~50분을 걸으면 무진정, 대산리석불 등을 만날 수 있습니다. 걷다 지치면 콜택시(055-582-0303)를 부르면 금방 달려옵니다.

 

 

 

3시 28분. 기차가 승강장으로 들어왔습니다. 함안장은 가야시장의 상설시장과 5일장으로 열립니다. 함안역에서 150m걸어가면 왁자지껄 5일장을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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