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5분, 8년 만에 유등축제 갔더니
2002년부터 개천예술제에서 분리된 유등축제는 이제 확고하게 전국 최고의 축제가 되었다. 문화(체육)관광부에서 5년 연속 최우수축제로 지정된 것만 보아도 유등축제의 위상을 단번에 알 수 있다.
지난 주말에 딸아이의 강권에 못 이겨 남강으로 향했다. 집에서 걸어서 5분. 삼각대와 카메라를 주섬주섬 챙기고 아이의 손에 이끌려 천수교로 향했다. 사람 붐비는 곳을 좋아하지 않는 편이지만 사진 자료도 남기고 유등축제가 어떻게 변했는지도 볼 겸해서 길을 나섰다.
고교시절 유등축제는 없었다. 다만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개천예술제의 한 부분이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진주 지역의 중, 고등학교에서 각기 1~2개 정도 유등을 만들어 촉석루 의암 아래의 강에 띄우는 게 고작이었다.
그러고 난 후 2003년도인 걸로 기억된다. 지금은 아내가 된 어떤 여자의 가자는 말에 유등축제를 보러 갔었다. 넘치는 안파들 속에 부딪히기를 몇 번, 부교를 건너기 위해 기다리고 있는 긴 행렬에 절로 하품이 날 지경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남강에 떠있는 유등을 보니 나도 모르게 탄성이 나왔다. 기대 이상이었다. 그 후 한동안 잊고 지냈었다. 이제 사물을 보는 눈이 생긴 딸아이가 조르고 아내도 올해는 유등이 문화예술회관까지 확대되니 아마 장관일거라고 하며 꼬드겨 길을 나섰다.
8년 만의 유등축제 외출이었다. 사실 궁금하기도 했다. 도로를 건너 천수교에 들어서자마자 나도 모르게 “와”했다. 장관이었다. 형형색색의 화려한 유등들이 온 강을 메우고 있었다. 삼각대를 설치했다.
신이 난 딸아이가 어서 가자며 길을 재촉한다. 건성건성 사진을 찍고 강남동으로 들어서니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붐볐다. 그래도 오늘만큼은 끝까지 걷기로 했다. 진주 사람이 유등축제 사진 한 장이 없어서야 되겠는가.
눈짐작으로 대충 동선을 정했다. 사실 이 강변 산책로는 아이와 가끔 운동하는 곳이어서 눈감고도 걸을 수 있는 길이다. 물론 잘못하면 사람에 밟히겠지만.
여행자는 천수교 음악분수대에서 출발하여 강남동 강변길-강남동 대숲-진주교-장어음식점거리-부교-진주성 촉석루-공북문-인사동 골동품거리-천수교로 다시 돌아오는 것으로 동선을 정했다. 외지인들도 대개 이 동선대로 이동하면 유등축제를 알차게 관람할 수 있다.
아이의 사진을 찍어주고 각종 볼거리를 구경하며 느릿느릿 천수교로 다시 돌아오니 세 시간 남짓 소요되었다. 8년 만의 유등축제 외출은 그렇게 끝이 났다.
내년에는 기회가 되면 유등축제를 비롯해 진주에서 열리는 각종 축제도 돌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가까운 곳은 늘 푸대접을 받기 마련이다. ‘다음에 가면 되겠지’하며 미루기 일쑤다. 그래도 언젠가 우리 지역의 축제만큼은 제대로 알려야겠다는 일종의 책임의식이 생기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진주유등축제는 어제(12일) 그 화려한 막을 내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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