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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가 있는 여행/테마가 있는 여행

맑고 향기로운 암자 순례 9곳



 

맑고 향기로운 암자 순례 9곳

 - 2010년 테마여행 시리즈 9

 불일암 하사당에서 여행자에게 법구경을 주었던 덕현스님(현 길상사 주지)

1. 무소유 법정스님이 17년간 머문 암자-조계산 불일암


얼마 전에 입적하신 법정스님이 17년간 머물렀던 암자이다. 찾아오는 이들이 하나 둘 늘어나자 법정스님은 이곳을 미련 없이 떠났다. 암자 곳곳에는 평소 깔끔하셨던 법정스님의 성품이 배여 있다. 스님이 돌아가신 후 찾는 이들이 많아졌지만 예전에는 아는 이들만 찾는 수행의 공간이었다.

                                                불일암 가는 대숲길


 일지암의 초당


2. 맑고 향기로운 차의 성지-두륜산 일지암


일지암은 차를 중흥시킨 초의선사가 큰 절의 번거로움을 피해 중년 이후 81세로 입적할 때까지 머물렀던 곳이다. 이곳에 암자를 세우고 ‘일지암一枝庵’이라 하였는데 그 이름은 중국 당나라의 시승 한산의 시 “뱁새는 언제나 한 마음이기 때문에 나무 끝 한 가지一枝에 살아도 편안하다.”에서 따온 말이다. 한 마리의 새가 쉬는 데는 나무 한 가지면 충분하다는 의미이다. 많이 소유해도 만족할 줄 모르는 우리들이 경계해야 할 말이다.

차를 마시는 자우산방

 부처의 얼굴을 닮은 불면석과 백련암 전경

3. ‘자기를 바로 보라’-가야산 백련암


예부터 가야산의 으뜸가는 절승지라 일컫던 백련암은 정확한 창건 연대는 알 수 없으나 선조 38년인 1605년에 서산대사의 문하였던 소암스님이 중건하였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오래전부터 소암대사를 비롯하여 환적, 풍계, 성봉, 인파대사와 같은 고승들이 수도를 해왔던 곳이다. 성철스님이 입적하기 전까지 주석한 곳으로 더 알려진 백련암은 암자 주변에 우거진 노송과 환적대, 절상대, 용각대, 신선대 같은 기암이 병풍처럼 에워싸고 있어 수행처로 깊은 곳임을 알겠다.

백련암 고심원에서 본 가야산 자락

 자장암 전경

4. 장엄하게 펼쳐진 만다라의 세계-영축산 자장암


자장암은 자장율사가 통도사를 짓기 전에 머물었던 유서 깊은 암자이다. 계곡이 시원하고 암반 위를 흐르는 계류가 아름다워 통도사 팔경 중의 하나로 당당히 손꼽힌다. 자장암은 극락암과 더불어 많은 이들이 찾는다. 이유인즉슨 암자의 풍광도 빼어나거니와 자장암에 살고 있다는 금개구리 때문이다. 법당 뒤쪽 바위 구멍에 살고 있다는 금개구리는 자장율사가 머물 때부터 이곳에 살며 자장암을 한시도 떠나지 않았다고 한다.


 상무주암과 텃밭을 가꾸는 현기스님(왼쪽), 산비탈에 정성스럽게 가꾼 텃밭(오른쪽)

5. 천하제일의 참선 암자-삼정산(지리산) 상무주암


"그 경치가 그윽하고 조용하기가 천하에 제일이라 참으로 참선하기 좋은 곳이다." 이곳에서 대오한 보조국사 지눌이 상무주를 일러 '천하제일갑지'라고 하였다. 상무주는 고려 중기에 보조국사 지눌이 창건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1198년 봄부터 1200년까지 머물렀다고 한다. 지눌은 상무주암에서 속세와의 인연을 끊고 오로지 선에만 몰입하였다. 해발 1,100미터에 자리한 상무주암에는 선승으로 유명한 현기 스님이 계신다.

                                                            상무주암 가는 산길


 상연대

6. 바람과 구름이 감춘 암자-백운산 상연대


상연대는 지리산의 동북쪽에 있는 백운산의 800미터가 넘는 고지에 자리하고 있다. 상연대는 해인사의 말사로 신라 말 경애왕 1년인 924년에 고운 최치원이 어머니의 기도처로 건립하여 관음기도를 하던 중에 관세음보살이 연꽃을 타고 나타나 상연上蓮이라고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암자 앞마당에 서면 천왕봉과 장엄한 지리능선이 보인다. 상연대는 구산선문의 하나인 실상선문이 쇠퇴하자 이곳에 옮겨와 선문의 마지막 보루가 되었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상연대 뒷마당에 서면 멀리 지리산 천왕봉과 지리능선이 한눈에 들어온다.

 수도암 가는 길

7. 도선국사가 칠일동안 춤춘 명당-수도산 수도암


수도암은 신라 헌안왕 3년인 859년에 도선국사가 창건하였다고 한다. 풍수와 선을 한 맥락으로 보았던 도선은 이 암자 터를 발견하고 기쁨을 감추지 못하여 칠일 동안 춤을 추었다고 한다. 수도하기에 이보다 더 좋은 터가 없다 하여 산 이름을 수도산이라 하고 암자를 수도암으로 이름 지었다. 앞으로는 가야산 자락이 병풍처럼 둘러쳐져 있고 봉우리마다 흰 구름이 뭉실뭉실 피어오르니 도가 아니더라도 절로 흥이 난다. 암자의 전각과 그 배치는 다소 휑한 느낌이지만 그 터는 가히 명당임에 틀림없다.

수도암에서 본 가야산 자락

 월명암 가는 오솔길

8. 바람도 달도 쉬어가는 암자-능가산 월명암


천삼백여 년의 역사를 가진 월명암은 변산반도 능가산 법왕봉에 자리 잡고 있다. 부설거사가 오대산으로 가던 중 만경현 백연지에서 날이 저물어 하룻밤 묵게 되었다. 이곳에서 구씨의 딸인 묘화라는 여인과 인연을 맺어 등운과 월명 두 남매를 낳게 되었다. 딸인 월명을 위해 이곳 변산에 토막을 짓고 도를 닦아 월명은 이 자리에서 득도하였다.

 월명암 안마당에서 본 내변산의 수려한 산세

9. 오대산의 유일한 비구니 암자-남대 지장암


오대산의 다섯 봉우리들에는 중대 사자암(적멸보궁), 동대 관음암, 서대 수정암, 남대 지장암, 북대 미륵암의 다섯 암자가  있다. 원래 문수보살이 머문다는 중국의 오대산(청량산) 신앙을 자장율사가 우리나라에 소개하여 강원도 오대산이 성지로 추앙을 받게 되었다. 이후 신라의 보천태자에 이르러 오대의 각 대마다 다섯 진성眞聖이 거주하고 있다는 신앙으로 신비화되었다. 남대 지장암은 오대산에서 유일한 비구니 암자이다.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비구니 선방을 연 곳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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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소리를 만나니 바람에 손을 씻다.  김천령  (http://blog.daum.net/jong562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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