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이야기가 있는 여행/테마가 있는 여행

올해 가볼만한 나만의 비밀스런 여행지 13곳



 

2010년 가볼만한 나만의 비밀스런 여행지 13곳
- 2010년 테마여행 시리즈 3

 

글을 쓰면서 두려울 때가 있다. 여행을 다녀온 후 아예 글을 쓰지 않은 여행지도 더러 있다. 인터넷의 위력을 알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여행자만 소유하고 싶은 이기심은 아닌가하는 고민은 끝없이 이어진다. 정보의 공유와 자연의 보존 사이에서 항상 괴롭다. 간혹 무모한 관광객의 자연 파괴와 관광객 유치에 혈안이 되어 있는 지자체의 난개발이 몰고 올 위험성도 항상 내재되어 있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사실 지금 소개하는 곳은 최근 몇 년에 걸쳐 많은 이들에게 알려진 곳이다. 글의 제목처럼 당시에는 비밀스런 여행지였지만 지금은 호젓한 여행지라 표현하는 것이 더 적절할 것 같다. 이곳에 소개한 여행지는 10년 전에 갔다가 최근에 다시 사진 촬영차 다녀 온 곳도 있고 여행자도 얼마 전에서야 알게 된 여행지도 있다.

 폭설에 찾은 이훈동정원

1.  호남 최고 일본식 정원-이훈동정원(전남 목포)-정원

개인정원으로는 호남지방에서 가장 큰 규모라고 한다. 정원은 약 3,000평으로 건물을 중심으로 크게 입구정원, 안뜰정원, 임천정원, 후원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 정원은 1930년대에 일본인 우찌다니 만빼이(內谷萬平)가 만든 일본식 정원이다. 해방 후에는 해남 출신의 박기배씨가 소유하였던 것을 1950년대에 전남일보사를 설립한 이훈동씨가 사서 소유하고 있다. 60여년이 지나는 동안 원형이 일부 바뀌기는 했지만 일본식 정원의 특성을 전하는 데는 부족함이 없다고 한다. 현재 이집에는 건물주가 살고 있어 방문 시 유의해야 한다.

 노적마을에서 통단가는 한적한 길이 시작된다.

2. 적막과 함께 걷는 길, 욕지도의 끝-통단(경남 통영)- 혼자 걷고 싶은 길

욕지도는 관광객과 낚시꾼으로 연일 붐비지만 이곳 통단을 아는 이는 드물다. 비포장 흙길과 포장길이 반복되어 이어지는 이 길은 적막과 함께 걷는 비밀스런 길이다. 여행자가 보기에는 욕지도 최고의 길이 아닌가 싶다. 포장길이 끝나는 노적마을에서 수 킬로미터를 걸어가면 통단 마을의 해안절벽 위에 있는 마지막 집 두 채를 만날 수 있다.

                                   통단가는 길은 아무도 만날 수 없는 혼자 가는 길이다.

 

3. 그리운 남쪽 간이역의 봄-득량역(전남 보성)-간이역

봄꽃이 피면 어딘들 좋겠지만 이곳 득량역처럼 한적한 곳은 없다. 역무원에게 이야기하면 벚꽃 만발한 나무 아래에서 간단한 식사와 휴식을 취할 수 있다. 4월 초쯤 가면 만개한 벚꽃과 자운영을 볼 수 있다. 득량得糧은 임진왜란 당시 이순신 장군이 이곳에서 식량을 얻어 왜군을 물리친 데서 유래되었다. 득량역은 1930년에 설립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4. 단 한 집만이 사는 외로운 섬-추포도(제주도 추자도)-섬

추포도에 가려면 비행기를 타고 먼저 제주까지 가야 한다. 제주항에서 다시 배를 타고 추자도로 가야 한다. 여기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추자도에서 다시 배를 타고 들어가야 한다. 추자도에서 추포도를 갈 수 있는 방법은 단 두 가지이다. 하나는 매주 월, 화, 목, 금요일 오후 두시에 추포도를 들러 횡간도로 가는 행정선을 이용하면 된다. 다만 추포도에 사는 주민의 요청이 있을 때에만 섬을 들리고 아니면 횡간도만 간다. 어선을 빌려 가는 방법이 있으나 사전에 섬 출입에 관해 양해를 먼저 얻어야 나중에 문제가 없다. 여행자는 혼자 어선을 빌려 이곳을 찾았었다.

지금은 단 한 집만이 살고 있고 높은 돌담 깊숙이 옛 집들의 흔적이 있다.

 

5. 구름과 바람이 감춘 암자-상연대(경남 함양)-암자

상연대 가는 길은 깔딱깔딱 숨이 넘어가는 고갯길이다. 차 한대 겨우 지날 정도의 위태위태한 좁은 산길이 끝없이 이어진다. 대방마을 백운산 가든에서 왼쪽 길로 접어들어 2.4km 정도 가면 된다. 승용차로 암자까지 갈 수 있으나 길이 가팔라 사륜구동이 아니라면 묵계암에 차를 세워두고 10여분 걸어가는 게 좋을 듯하다. 상연대는 지리산의 동북쪽에 있는 백운산의 800미터가 넘는 고지에 자리하고 있다. 상연대는 해인사의 말사로 신라말 경애왕 1년인 924년에 고운 최치원이 어머니의 기도처로 건립하여 관음기도를 하던 중에 관세음보살이 나타나 상연上蓮이라고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암자 앞마당에 서면 천왕봉과 장엄한 지리능선이 보인다.

 



6. 나만의 비밀스런 피서지-내계폭포(경남 거창)-폭포

내계폭포는 용이 내려와 살았다하여 용소폭포로도 불린다. 남덕유산 자락의 월봉산 아래에 있는 내계마을은 마을 생김새가 달 안의 계수나무와 같다 하여 내계內桂라 하였다. 폭포 또한 마을 이름을 따서 내계폭포라 부르고 있다. 폭포가 있는 골짜기는 봄이면 산벚꽃과 복숭화꽃이 만발하여 자하동이라 불리던 곳이다. 폭포 주위로는 방선대, 은신대 등의 명소가 있고 폭포 물줄기를 따라 거슬러 오르면 물바라기재(수망령)와 살목재를 넘어 이름도 유명한 심진동 용추계곡으로 이르게 된다. 높이 10여 미터인 내계폭포는 자하동 골짜기로 물줄기를 토해내어 깊은 산중의 적막을 깨뜨린다.








 

7. 원시림 빽빽한 산정호수-물찻오름(제주도)-오름

물찻오름은 오름 트래킹의 명소이다. 5.16도로에서 비자림로(1112번)를 따라 1km정도 가면 오른쪽에 임도가 있다. 이곳에서 4.7km정도 가면 물찻오름 입구가 보이고 이곳에서 1시간 정도 다시 산행을 해야 한다. 이 임도는 사려니 오름까지 이어지는데 최근에 생태학습을 할 수 있는 ‘사려니 숲길’이라는 명칭을 가지게 되었다. 총 15km에 달하는 사려니 숲길은 제주의 원시림을 만끽하며 걸을 수 있는 최고의 트레킹 코스이다. 작년에는 오름 휴식년제가 적용되어 출입제한구역이었지만 올해에는 갈 수 있다.

 칠암자 순례길의 문수암

8. 지리산 최고의 암자 순례길-칠암자 순례길(경남 함양~전북 남원)-산

지리산은 그 명성에 걸맞게 곳곳에 암자가 있다. 그중 '칠암자 순례길'로 불리는 이 길은 산행을 하기에도 좋은 길이다. 정복 위주의 등산보다는 마음을 다스리며 오를 수 있는 순례길이다. 도솔암에서 해발 920m에 있는 영원사, 상무주암, 문수암, 삼불사를 거쳐 도마마을로 하산하여 다시 약수암, 실상사까지 이르는 길이다. 하루에 일곱 개의 암자를 모두 오르기는 벅차니 체력에 따른 안배가 필요하다.

화암사가는 숲길은 울창하다. 천길 벼랑 사이의 깊은 계곡과 폭포를 지나야 산사에 이르게 된다.

9. 꽃비 흩날리는 고적한 산사-화암사(전북 완주)-산사

누구나 한번쯤 꿈꾼다. 골을 휘돌아 떨어지는 맑은 물소리와 이따금 들려오는 새소리, 인적 하나 없는 오솔길을 거닐다 천길 벼랑을 넘으면 다시는 세상과 만날 수 없는 곳. 깊은 적막만이 흐르는 산속 절집 대청마루에 하염없이 앉아 햇볕을 쬘 수 있는 곳. 그런 곳이 과연 존재할 수 있을까. 전국의 내로라하는 절집과 암자를 다녀 보았지만 그것은 풍문일 뿐 오직 화암사가 그러했다. 띄엄띄엄 있는 농가 몇 채를 지나면 산속 깊숙이 화암사는 숨어 있다. 절집 앞에 늘 있는 그 흔한 식당도, 무슨 모텔도, 조그마한 가게조차 없는 무심한 절집, 화암사 가는 길은 처녀길이다.

화암사 우화루, 이름처럼 꽃비가 흩날리는 듯 아름답고 깊은 산사이다.

 

10. 알프스의 설산을 축소하여 옮긴 듯한 비경-백석탄(경북 청송)-계곡

'오지 중의 오지' 청송은 곳곳에 비경을 숨겨두고 있다. 특히 현동면 도평리를 지나 안덕면 신성리에서 시작되는 신성계곡은 근곡리, 지소리를 지나 고와리까지 15km에 달하는 아름다운 길이다. 기암과 함께 단풍이 절정을 이루고 있는 이곳은 아직 찾는 이들이 드물어 호젓하게 여행하기에 안성맞춤이다. 청송의 그 이름이 아깝지 않는 숨은 비경이다. '하얀 돌이 반짝이는 여울' 이라는 뜻인 백석탄白石灘 은 마치 알프스 연봉의 설산을 축소하여 옮겨 놓은 듯하다.

 

11. 애인과 몰래 숨어 살고 싶은 곳-모라개(전남 진도)-해변

섬 주민들만 알고 외지인들에게는 거의 알려지지 않은 해변이다. 모라개는 전남 진도군 조도에 있다. 예전에 이곳 조도에서 유년 시절을 보낸 주민들이 간혹 소풍을 갔던 곳이라고 한다. 지구가 돌아가는 소리를 들을 수 있을 정도의 정적이 흐르는 한적한 여행지이다.

 

12. 사진가들의 일몰 촬영 필수 코스-솔섬(전북 부안)-일몰

사실 이곳을 처음 찾은 지는 10년하고도 몇 년 더 된 것 같다. 최근에는 인근의 하섬과 더불어 변산반도 일몰 사진 포인트로 너무나 잘 알려져 있다. 이제는 사진 좀 찍는다하면 모르는 이 없는 솔섬이지만 예전에는 찾는 이 없는 조용한 해변이었다. 2년 전에 다시 가보니 찾는 이는 더러 있었지만 변산반도의 모항과 더불어 여전히 한적한 여행지였다. 바다 가운데의 작은 섬에 소나무가 무성하여 좋은 사진거리를 제공해준다.

요선정과 마애여래좌상

13. 신선이 놀고 간 자리-요선정과요선암(강원도 영월)-정자

영월군 수주면 무릉리에 있는 요선정은 답사객들이 간혹 찾는 곳이다. 요선정에 오르면 벼랑 아래로는 푸른 주천강이 흐르고 건너편으로 보이는 암벽들이 수려하다. 정자 바로 옆에는 마애여래좌상이 있다. 이곳에서 꼭 가봐야 할 곳이 있다. 미륵암이라는 작은 암자 앞마당에서 돌계단을 따라 강가로 내려가면 있는 요선암이다. 조선 중기의 명필 양사헌이 이곳 경치에 반해 ‘신선이 놀고 간 자리’라는 뜻으로 요선암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요선암은 기기묘묘한 형상의 거대한 암반지대이다. 구멍이 난 바위, 둥그렇게 돌려 깎여 나간 바위, 물결 모양의 바위 등 수많은 세월동안 바람과 물살이 만들어 낸 자연의 조각품을 이곳에서 감상할 수 있다.

기기묘묘한 요선암


김천령의 여행이야기에 공감하시면 구독+해 주세요

바람이 소리를 만나니 바람에 손을 씻다.  김천령  (http://blog.daum.net/jong5629) ▒

 * 이 포스트는 blogkorea [블코채널 : 풍경이 있는 한국기행] 에 링크 되어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