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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가 있는 여행/테마가 있는 여행

나만의 한적한 봄꽃 여행지 추천 8곳


 

만의 한적한 봄꽃 여행지 추천 8곳

-2010년 테마여행 시리즈 8

 

1. 섬진강에서 만난 평사리의 봄

섬진강 국도 19호선, 소설 <토지>로 유명한 평사리는 봄이면 초입부터 상춘객으로 시끌벅적하다. 원래 상평마을과 하평마을을 합쳐 평사리라 하였다. 세트장으로 번잡한 상평마을을 그대로 지나쳐 하평마을로 가면 한적한 시골마을의 봄기운을 느낄 수 있다. 고요한 시골마을. 멀리서 들려오는 희미한 사람소리조차 바람에 묻혀 버리는 봄의 고향이다. 어머니 눈웃음을 닮은 돌각담길, 졸졸졸 흐르는 계곡물을 따라 푸른 녹차밭 사이로 핀 매화는 한적하기만 하다.


 

2. 가장 오래된 매화의 은은한 향기 ‘정당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매화로는 이곳 산청 단속사지 정당매와 산청 남사의 분양재, 강릉 오죽헌의 율곡매, 선암사의 백매와 홍매 등이 수령 600여년을 자랑한다.


정당매는 고려 말기 문신인 통정공 강회백이 소년시절 지리산 단속사에서 공부할 때에 심었다고 한다. 그 후 벼슬이 정당문학에 이르렀기 때문에 그 이름이 붙여졌다. 그가 46세  되던 해에 자신이 직접 심은 정당매를 찾아와 읊은 시가 전해지고 있다. 이 정당매는 통정공의 나이 열두 살이었던 1372년에 심었다고 한다.


올해로 636년이 되었으나, 원래의 나무는 심은 지 100여 년 만에 죽어 다시 10년생의 묘목을 심었다고 하니 수령 550여년으로 보면 되겠다. 매화나무가 무리지어 있지 않아 화려함은 없지만 족히 수백 년은 된 나무에 핀 매화의 은은한 향기는 쉬이 사라지지 않는다.


 

3. 녹차밭과 매화가 어우러진 풍경

사람은 저마다 호불호가 다르다. 다압마을을 번질나게 가다가 매화 축제를 하고 난 뒤로는 발길을 끊어 버렸다. 번잡한 걸 싫어하는 성미이고 은은한 매화를 감상하기에는 시끌벅적함이 최대의 방해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동군 화개, 악양의 산기슭에는 녹차밭이 잘 일구어져 있다. 녹차밭 사이사이 매화나무가 심어져 있어 한가로이 매화를 감상하기에는 이곳이 적격이다. 다원의 양해만 구한다면 한적한 나만의 봄꽃을 완상할 수 있는 더 없이 좋은 곳이다. 3월 중순 이후에 가면 된다.


 

4. 눈꽃보다 아름다운 섬진강 배꽃

하동읍에서 악양 까지 19번국도 곳곳에는 하동배를 판매하는 광경을 볼 수 있다.하동배는 섬진강변의 사질토양에서 생산되어 당도가 높고 육질이 연하며 즙이 많은 특징을 가진 우수한 배이다. 매화와 벚꽃의 유명세에 가려 있지만 사실 섬진강의 또 다른 명물은 수십만 평에 피어 있는 배꽃이다. 배꽃은 벚꽃처럼 무성하지는 않다. 가지에 듬성듬성 무리지어 피어 있을 뿐 예의 그 고고한 자태를 뽐낼 뿐이다. 무리지어 있되 분별없이 섞이지 않는 고고함, 그 배꽃의 향기가 몸에 스며든다.


 

5. 그리운 남쪽 간이역의 봄 '득량역'


그곳은 어디인가

바라보면 산모퉁이

눈물처럼 진달래꽃 피어나던 곳은

                             ...........  곽재구의 <그리운 남쪽> 중에서


몇 년을 두고두고 가고 싶었던 곳, 진달래 지천인 보성 오봉산 득량역이 아지랑이처럼 아련히 다가왔다. 사람은 없다. 간이역만 있다. 인적은 없고 나른한 봄기운만 아지랑이에 묻힐 뿐이다. 노부부만 자식 거두며 오가는 간이역. 봄날의 나른함을 느낄 뿐... 그저 그랬다. 그래서 좋았다. 득량역. 웬만한 여행자는 이 간이역을 스쳐 갈 수가 없다. 사랑 아니면 인정이라도 벚꽃 아래 내려놓을 수 있는 곳이 간이역이다. 득량역에는 김밥 등 간단한 먹을거리를 챙기면 역장이 친절히 안내한다. 인적이 없으니 사전에 양해를 구하면 꽃밥을 먹을 수 있는 행운이 그대에게 있다.


 

6. 남해섬 다랑이논의 유채꽃 물결 ‘드므개(두모)마을’

남해 두모마을은 가천 다랭이마을에 버금가는 다랑이논이 펼쳐져 있다. 금산에서 흘러내린 산자락에 다랑이논을 일구었다. 19번 국도변 아래에서 시작되는 다랑이논은 노도가 지척에 보이는 바다까지 펼쳐진다. 두모마을. 원래는 '드므개'라는 이름이었는데, 마을 이름을 한자로 표기하면서 '두모'로 바뀌었다. '드므'는 물을 채우는 큰 항아리를 뜻한다. 즉 드므개마을은 '큰 항아리처럼 담긴 바닷가'의 마을이라는 의미인 셈이다. 두모마을의 유채밭은 한가롭다. 농로를 따라 봄길을 걷고 논두렁을 따라 꽃길을 가만히 걸을 수 있는 곳. 아직 외지인에게 덜 알려져 있어 나만의, 가족만의 여행지를 찾는 이들에게 분명 행복한 여행지가 될 것이다.


 

7. 여행자의 고향, 철쭉제의 서막 ‘황매산 진달래’

합천 황매산하면 누구나 철쭉을 먼저 떠올린다. 사실 여행자의 어릴 적 소풍장소였던 황매산이 전국적으로 유명세를 타게 된 것은 다소 유감이다. 마치 안마당을 내어준 셈이니 말이다. 이제 찾는 이들이 너무 많아 고향인데도 불구하고 철쭉제 기간에는 단 한 번도 찾지 않았다. 대신 번잡함을 피해 가을 야생화나 봄 진달래가 피었을 때 간혹 가곤 한다. 황매산 진달래는 온 산을 뒤덮는 철쭉만큼 장황하지는 않지만 소담하게 무리지어 피어 있다. 여유로운 산책을 즐기고자 하는 이들이 찾기에 좋다.

 

8. 산골 다랭이논에 활짝 핀 하고초꽃-경남 함양(5월말 6월초)


함양군 백전면 양천마을. 양천은 윗말과 매치마을, 양지말 3개 마을이 있다. 고려 말 재상인 박홍택이 이성계가 왕위에 오르자 벼슬을 버리고 이곳에서 살았다고 한다. 산이 높고 골이 깊어 논이라고 해봤자 하늘에 걸린 손바닥만한 다랭이논이 전부다. 사람이라고는 1007번 지방도를 따라 백운산을 찾는 이들이 전부였던 산골마을에 요즈음 외지인들이 하나 둘 모여들기 시작한다. 양천마을 천수답 다랭이논 10만㎡(3만평)에 '꿀풀이'라고 불리는 하고초꽃을 심었다. 산골마을이 온통 활짝 핀 보라색 꽃으로 장관을 이루고 있다. 하고초는 한방에서 4대 약초의 하나로 알려져 있다. 쌀농사와 잡곡만을 생산해 오던 산골마을에서 4년 전 함양군의 하고초 재배 제의를 받고 30여 가구의 마을 주민들은 하고초를 심기 시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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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소리를 만나니 바람에 손을 씻다.  김천령  (http://blog.daum.net/jong562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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