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시령 옛길에서 본 웅장한 '울산바위'
- 1년에 단 한 달만 온전한 모습을 볼 수 있는 ‘울산바위’
미시령 옛 길을 올랐다. 사실 이 길을 갈 계획은 아니었는데 속초 시내를 벗어나자 웅장하게 자태를 드러내는 울산바위의 모습에 미시령 옛길을 잡았다. 울산바위를 가장 가까이서 제대로 볼 수 있는 곳이 미시령이라는 말 때문이었다.
현재의 미시령 길
미시령은 해발 826미터로 옛 문헌에는 미시파령彌時坡嶺으로 기록되어 있다. 글자 그대로 ‘시간이 오래 걸리는 가파른 고개’라는 뜻이다. 미시령 새 길은 4차선으로 반듯하게 닦여져 있으나 옛길은 굽이굽이 굽어가는 고갯길이다. 그만큼 오르기는 힘들어도 재미는 쏠쏠하다.
울산바위
울산바위를 조망할 수 있는 곳은 비단 미시령이 제일은 아니겠지만 자동차로 다니면서 구경할 수 있는 곳은 미시령이 단연 최고라고 한다. 게다가 미시령을 오른다고 하더라도 울산바위의 온전한 모습을 볼 수 있는 때는 일 년 중에 단 한 달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고 하였다. 나머지 기간은 구름이나 안개에 가려 울산바위는 제 모습을 늘 감추고 있다고 하였다. 오늘 여행자가 울산바위의 전체 모습을 볼 수 있는 것은 정말 운이 좋다고 동행한 일행이 말하였다.
울산바위는 작년 봉화대에 올라 운무에 둘러쳐진 장관을 본 적이 있다. 송강 정철이 설악의 봉정암을 오르고 쓴 시를 보면 고생은 하였어도 그 비경에 감동을 받은 흔적이 역력하다.
"설악이 아니라 벼락이요
구경이 아니라 고경(苦境)이요
봉정이 아니라 난정(難頂)이로다"
오늘날은 케이블카와 자동차로 울산바위의 모습을 볼 수 있으나 그 비경을 제대로 보려면 설악을 오를 수밖에 없다.
울산바위가 있는 외설악은 기암절벽이 웅장한 천불동계곡과 신흥사, 계조암, 흔들바위 등으로 유명하다. 와선대, 비선대, 금강굴이 절경을 이루고, 권금성, 비룡폭포, 토왕성폭포 등이 설악을 더욱 비경으로 만든다.
동해바다와 속초시
영랑호에서 본 울산바위(건물 왼쪽)
울산바위를 화폭에 담고 있는 화가들
미시령을 오르면서 보는 울산바위는 시시각각 모습을 달리한다. 처음의 아득함이 점점 웅장함으로 바뀌는가 싶더니 어느새 신비로운 자태를 머금는다. 기온은 점점 떨어지고 바람마저 차가워져 울산바위의 요술에 내가 홀린 듯하다.
울산바위는 사면이 절벽이고 높이가 950m이다. 거대한 바위가 병풍같이 하나의 산을 이루고 있다. 동양에서 제일 큰 돌산이라고도 한다.
외설악의 대표 얼굴인 울산바위는 그 위용에 맞게 전설 한 자락이 전해져 내려온다.
미시령 휴게소에서 본 미시령 옛길과 속초시, 동해 바다
봉화대 정상에서 내려다보면 멀리 울산바위와 달마봉, 외설악의 능선들이 한 눈에 들어온다.
조물주가 천하제일의 산을 만들고자 금강산으로 온 산의 봉우리를 불러 들였다. 경상도의 울산에 있던 바위가 이 소식을 듣고 급히 달려갔으나 지각을 하고 말았다. 집으로 돌아오던 울산바위는 고향에 돌아가면 체면이 구겨질 것을 염려하여 정착할 곳을 물색하다가 하룻밤 쉬어 갔던 이곳 설악산의 자리에 눌러 앉았다고 한다.
금강산이 으뜸이라는 우회적인 전설일 수도 있으나 울산바위는 과연 설악의 명승이다.
구름바다에 섬이 된 울산바위
울산바위가 설악산에 주저앉았다는 이야기를 들은 울산현감이 신흥사 주지에게 매년 세금을 받아 갔다. 세금에 대한 부담이 커지자 한 동자승이 바위를 가져가든지 아니면 바위가 설악 땅을 차지하고 있으니 울산현감에게 오히려 자릿세를 내라고 하였다. 이에 울산현감이 '재로 꼰 새끼'로 묶어 주면 바위를 끌고 가겠다고 하니 동자승이 속초 땅에 많이 자라던 풀로 새끼를 꼬아 바위를 동여맨 뒤, 다시 새끼를 불로 태워 '재로 꼰 새끼'처럼 만들었다. 그제서야 울산현감은 하는 수 없이 포기하였다. 청초호와 영랑호 사이의 속초(束草)라는 이름도 여기에서 연유되었다는 이야기가 있다. 충북 단양의 도담삼봉 전설과 많이 닮아 있다.
▒ 바람이 소리를 만나니 바람에 손을 씻다. 김천령(http://blog.daum.net/jong562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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