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끝, 추방자들의 고장 파타고니아 여행서
- 브루스 채트윈(1940~1989)의 《파타고니아, In Patagonia》
“채트윈은 자신이 여행한 곳들을 그저 보고 듣고 느끼지 않았다. 그는 자신이 도착한 모든 공간을 여행이 깃든 땅으로 창조했다.”
한동안 책을 덮고 멍하니 있었다. 둔중한 무언가에 얻어맞은 듯, 머릿속은 복잡했고 오랜 기억의 편린들이 한꺼번에 쏟아지는 것처럼 묵직했다. 콕 집어 단정할 수 없는, 감동이라는 상투적인 표현은 분명 아닌, 그 무엇이었다. 그저 한동안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브루스 채트윈(1940~1989)의 《파타고니아, In Patagonia》. 표지의 낡은 청색 재킷만큼이나 남루하지만 결코 가벼이 여길 수 없는 여행기이다. 그가 생전에 남긴 두 여행기는 《파타고니아》와 《송라인》이다.
《파타고니아》는 채트윈이 1974년 11월부터 6개월간 파타고니아를 여행한 기록이다. 여기서는 근사한 풍경이 아닌 광막한 파타고니아 사람들의 갖은 이야기를 스냅사진처럼 담담하게 담아낼 뿐이다.
다니던 신문사에 ‘6개월간 파타고니아로 떠남’이라는 전보 하나만 달랑 남기고 파타고니아로 들어간 것처럼 그의 여행기도 전혀 예측할 수 없는 파격의 기록이다. 사실 공방에 휩싸였을 정도로 기존의 여행서와 확연히 구분되는 그의 여행기를 읽다 보면 왜 ‘뉴 논픽션’이라고 불리면서 서점에서 별도의 코너까지 생겼는지를 알 수 있다.
“제가 늘 저지르겠다고 협박했던 짓을 드디어 결행했습니다.
오늘 밤에는 부에노스아이레스로 가려고 합니다.
저는 파타고니아 대륙에서 크리스마스를 보낼 작정입니다.
거기서 저 자신을 위한 이야기를 쓰려고 합니다.
늘 쓰고 싶어 했던 글을.
1974년 11월, 브루스 채트윈.”
파타고니아, 그곳이 아득해서가 아니라 채트윈의 지독한 여행기가 있어서 매혹적이다. 방랑에 대한 글을 쓰고 싶다면 채트윈의 여행기를 먼저 읽을 것을 권하고 싶다.
기차 타고 떠나는 남도의 봄, 이 한 권의 책과 함께!(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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