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비켜간 하회마을 물 긷는 풍경
-시간이 비켜간 풍경, 하회마을에 나타난 물지게꾼!
하회마을에서 하룻밤을 자고 강변을 따라 걷고 있었습니다. 만송정 솔숲을 지나 나루터에서 배를 타고 강을 건너 부용대에 갈 생각이었습니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걷고 있는데 별안간 눈앞에 물지게를 진 어르신 두 분이 나타났습니다.
이게 무슨 일인가 싶어 일단 무작정 따라갔습니다. 할아버지 두 분이었는데요. 말쑥한 한복 차림에 물지게를 진 모습에 시간을 거슬러 옛날 하회마을로 다시 돌아온 느낌이었습니다.
사진을 찍어도 되겠느냐고 여쭈었더니 "아, 저기 나루터의 배하고 부용대까지 넣어서 찍어야 제대로지" 하며 아예 조언까지 합니다.
할아버지 두 분은 놀랍게도 일흔을 훌쩍 넘긴 연세였습니다. 류 씨 집성촌답게 두 분은 풍산 류 씨였습니다. 류정하(77), 류두한(75) 할아버지였습니다.
얼핏 봐서는 60대 정도로 보였는데, 일흔하고도 중반을 넘겼다는 말에 주위사람들도 모두 놀란 눈치였습니다.
요즘 같은 세상에 강물을 길어 살지는 않을 것이고 무슨 연유로 물을 직접 긷는지 여쭈었더니 매주 주말이면 관광객들을 위해 옛 생활문화를 재현하는 일종의 체험행사로 시연을 보인다고 합니다.
건강에도 좋고, 관광객들에게도 우리 전통을 보여주니 이만한 소일거리도 없다는 것입니다.
무료하기 짝이 없는 시골에서 노인 분들에게 이만한 것도 없겠다 싶습니다.
오늘따라 하늘이 무척 푸르군요.
부용대를 배경으로 물지게를 진 채 강을 따라 걷고 있는 할아버지 두 분이 마치 한 폭의 그림 같습니다.
단순히 눈에 보이기 위한 시연이 아니라 할아버지들은 진지하게 강물을 양동이에 퍼 담았습니다.
강물로 생활용수를 썼던 옛 하회마을의 풍경을 오늘에 그대로 살린 것입니다.
양동이에 3분의 1정도 물이 차자 어르신들은 다시 물지게를 졌습니다.
이곳 나루터에서 이장 댁까지 물지게를 지고 가는 것이었습니다. 제법 쌀쌀한 날씨였지만 어르신들의 표정은 밝았습니다. 건강한 노년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이제 오늘을 마지막으로 올해는 이것도 끝이지. 내년 봄에 날씨가 풀리면 다시 물지게 지고 나와야지.”
세계문화유산 하회마을에는 다양한 전통체험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2010년 우리나라에서 열 번째로 세계유산으로 등재되면서 하회마을만이 지닌 살아 있는 문화유산의 가치를 방문객들에게 보여주고 체험하도록 함으로써 그 가치를 전승하고 보존하는데 그 목적이 있습니다.
4월부터 11월까지 하회마을과 병산서원 일대에서 펼쳐지는 다양한 내용의 프로그램을 즐기는 것 또한 하회마을을 여행하면서 잊지 못할 추억이 될 것입니다. 양진당과 충효당의 불천위 제례 및 입향 시조 전서공 묘제, 상여놀이 재연 등의 전통상례, 연날리기, 제기차기 등의 정월대보름 동제, 씨름, 창포물에 머리감기 등의 단오, 강강술래, 놋다리밟기 등의 추석 등의 세시풍속 및 민속놀이도 체험할 수 있습니다.
물론 하회마을에서 하룻밤을 자며 체험하는 한옥 체험이라든가 하회마을의 종가음식 등을 만들어서 먹어보는 음식문화 체험, 짚을 이용한 공예품 만들기 등의 마을장인 활용 체험, 서원에서의 1박을 통해 얻는 선비문화체험 등도 있습니다. 그리고 하회마을에서 행해지던 생활문화를 재연해서 체험하는 프로그램도 다양하게 있는데요. 전통한복 착용 후 어르신 마실가기(마을 안), 다듬이질, 맷돌, 절구 체험(마을회관), 디딜방아 체험(박정숙 민가) 등이 있습니다. 또한 양진당과 마을회관을 오가는 물동이 체험과 나루터와 이장 댁을 오가는 물지게 체험도 있습니다. 총 66회에 걸쳐 매주 토요일과 일요일 오전 9시~13시, 13시~17시에 하회마을 곳곳에서 벌어지니 꼭 참여해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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